癸巳年의 癸(계)는 하늘 기운을 나타내는 천간(天干)에서 물, 북쪽, 흑색, 겨울, 지(智)에 각각 속한다. 巳(사)는 땅기운을 나타내는 지지(地支)에서 불, 초여름, 남쪽에 속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천간지지의 속성으로 癸巳를 풀어 보면 癸는 음수(陰水)이고 巳는 양화(陽火)의 영향을 받는 음화(陰火)여서 물과 불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검은색과 뱀의 조합으로 상징 동물은 검은 뱀이 되니 사방신 중의 하나인 현무(玄武)의 상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물이 불 위에 있는 이러한 계사년의 상을 「주역」에 대입 시키면 강이나 내를 막 건넌 상태에서 대처해야 될 방법을 설명해 놓은 <기제괘(旣濟卦)>의 상이 된다. 그 괘사(卦辭)에서 “기제(旣濟)는 형통함이 작으니 정(貞)함이 이롭다. 처음에는 길하고 끝에는 혼란하다.”고 하였다. 이미 험한 강을 건넜는데도 형통함이 작은 이유는 소수의 인원인 선두만 건넌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직 건너지 못한 사람이 많은 상태여서 조처해야 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형통함이 작다고 한 것이다. ‘정(貞)함이 이롭다.’고 한 것은 건널 때의 마음가짐과 건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굳게 지녀서 모두 건너게 해야 이로우므로 정고(貞固)함이 이롭다고 한 것이다. 끝으로 ‘처음에는 길하고 끝에는 혼란하다.’는 것은 선두에서 강을 건넌 사람들은 그 건넘에 대한 칭송과 보상을 받게 되므로 건넌 초기엔 길(吉)하다. 그런데 선두로 건넌 사람들이 뒤에 건널 사람들을 깜박 잊어먹으면 이미 건넌 사람들과 건너지 못한 사람들 간에 불신이 생기고 이미 건넌 사람들 간에도 현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에 대한 이견차가 생겨 혼란이 발생하게 되므로 ‘끝에는 혼란하다.’고 경고한 것이다.

 또한 <기제괘>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소를 잡아 성대히 제사함이 때에 맞는 검소한 제사로 인해 실제 복을 받음만 못하다.”는 말이다. 이 말에는 백성들의 편에 서서 때에 맞는 대처를 하여 백성들에게 직접적인 복이 돌아가게 하는 정치가 거창한 명분만 쫒는 정치보다 낫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으므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주역」의 괘상으로 볼 때 계사년은 길함과 혼란이 혼재되어 있다. 그러므로 잘 대처하면 길함이 유지 될 수 있을 것이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사회가 혼란해질 것이란 예상을 해 볼 수 있다.

 어떻게 해야 계사년을 길상의 해로 만들 수 있을까? 국가적인 면에서 볼 때 그 행동요령은 다음과 같다.
 “일반백성은 고난의 강을 건너겠다는 의지를 잃어버리지 말라. 백성의 중심에 선 사람은 얼마 안가 쓰이리니 초조해 하지 말라. 재야 사회단체 지도자들은 자신의 뜻이 꺾였다 하여 분노하거나 자신의 뜻이 이뤄졌다하여 욕심 부리지 말라. 다스림을 보좌하는 사람들은 늘 고난의 강을 건너는 배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염려하고 대비하라. 다스리는 사람은 멈추지 말고 때에 맞는 새로운 정치를 하라. 사회 원로들은 욕심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지 말라.”

 군자는 <기제괘>의 상황에선 환난을 생각하고 미리 방비한다 하였으니 참고할만하다. 현무의 지혜롭고 신령한 기운이 늘 함께하는 계사년이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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