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종 일(동화작가.소설가)
고양(高陽)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지가 올해로 600년이 되는 해이다.

 조선조 태종 13년(1413)에 처음으로 고양이란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 이전에는 각기 고봉(高峰)과 덕양(德陽)이라 쓰였다. 그러다가 1413년에 고봉과 덕양에서 한 자씩을 따와 비로소 고양이 된 것이다.

 명칭이 갖는 의미는 자못 크다고 할 것이다. 지명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름을 비롯하여 심지어는 상호(商號)에 이르기까지 의미를 부여하여 짓는다. 그 이면에는 쉽게 말해 이름을 잘 지어 화를 피하고 복을 불러와야 한다는 의식이 뿌리 깊게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명의 경우는 사람의 이름과 상호와는 달리 그 지역의 역사성과 정서까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명이 갖는 의미는 더 크다고 하겠다.

 고양 명칭 600년이라고 하였지만, 그 이전에도 여러 가지 다른 명칭으로 불리어 왔을 것이다. 앞으로도 고양이라는 명칭이 바뀌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다. 현재 신도시 일산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양’ 이라는 명칭보다는 ‘일산’이라는 명칭이 더 익숙하다. 고양이라는 명칭은 생소하게 느끼는 것이다.

 고양시에 살지 않은 사람들도 대부분 ‘일산’은 알아도 ‘고양’은 잘 모른다. 이러다가는 ‘고양시’가 아니라 ‘일산시’로 명칭을 바꾸자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만큼 고양은 이제 역사성에 머무르고만 명칭으로 전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양의 역사는 한양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 유물도 많고 왕릉이나 산성도 있다. 이런 까닭에 발전적인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이지만 그에 따른 상흔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양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관계로 고양은 한낱 왕의 사냥터 구실을 하였고 이로 인한 일반 백성들의 고통 또한 컸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에도 고양은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 있다. 본토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대다수 신도시 아파트에 입주한 외지인들은 ‘고양’을 ‘고향’으로 여기는 정주(定住)의식이 빈약하다. 따라서 고양에 대한 애정이 적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활권이 서울이다 보니 이런 현상은 더할 수밖에 없다.
 
 600년을 맞이하여 시에서는 여러 가지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역사 복원과 학술 및 편찬, 축제와 이벤트, 교육 및 홍보, 미래 비전 제시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사업들이다. 물론 이런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런 사업들은 몇 년 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해 연도에 서둘러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기우이기를 바라겠지만 졸속으로 또한 보여 주기 식으로 이런 행사를 한다면 시민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연히 막대한 예산만 낭비할 것이다.

 모든 일은 치밀한 계획과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여 준비하여야 한다. 무조건 하고보자 하는 식으로 했다가는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 뻔하다. 그동안 그런 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가 손실을 본 일이 얼마나 많은가. 예를 들어 수백억 원의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건립한 고양운동장이나 여기저기 건립한 체육시설이나 운동시설 중에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가 생각해 볼일이다.

 고작 일 년에 몇 번하는 경기 때문에 들어가는 운영비와 관리비는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인가. 그게 다 고양시민들의 피 같은 돈이다. 따라서 이제는 구시대적이고 보여 주기 식의 사업이 아니라 꼭 필요한 사업이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사업을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고양 명칭 600년의 기념사업은 고양시의 정체성을 뚜렷이 부각 시킬 수 있는 사업이 되어야함은 물론 내실과 시민이 함께하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고양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이 600년 즈음에 하는 이 사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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