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성 경기도의회 의원.
도촌천은 고양시를 흐르는 여러 하천들 중의 하나이다. 식사동에서 시작하여 곡산역을 지나 섬말다리 곁을 통과한 후 신곡 수중보 바로 앞에서 한강으로 흘러든다.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매우 평범한 이 하천이 요즘 논란의 한 가운데 섰다. 그것은 바로 자전거길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전국의 하천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하천의 고유한 임무는 하늘에서 내린 비와 생활하수 및 농업용수들이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도록 하는 일이다. 여름철에 큰 비가 와도 넘치지 않고 많은 물이 무난히 바다로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그 근원적 임무이며 그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부차적인 고유기능이다. 따라서 하천은 우선 홍수를 일으키지 않아야 하고 다음으로 다양한 수중, 수변 생태계가 조화롭게 유지, 발전되도록 하는 기능을 잘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러한 하천의 고유한 기능은 제쳐놓고 친수공간 확보에 주력해왔다. 그리고 그러한 친수시설의 정 중앙에 자전거길이 있다.

자전거가 친환경적 교통수단이라고 한다. 이 말에 동의한다. 단, 조건이 있다. 동력기관을 사용하는 교통수단들에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라는 뜻이다. 원자재인 철을 재련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와 천연자원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나 전기자동차 등에 비하면 월등하게 덜 오염시키지만 자전거도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것은 맞다. 따라서 이 자전거가 동력을 사용하는 교통수단을 대치할 때 친환경적이지 그렇지 않고 레저용으로 사용될 때에는 여전히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전거를 타기 위해 별도의 도로를 만들 때에는 환경에 입히는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게다가 그 도로가 생태적으로 죽은 지역인 도심이 아니라 가장 왕성한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하천에 개설할 때 그 피해는 엄청나게 증폭된다. 하천 생태계를 엄청나게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교란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는 이미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자전거길을 만들어서 하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행위는 바로 우리 자신의 목을 조르는 일이라 할 것이다. 하천에 사는 미물들이 불쌍하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천 생태계를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촌천에 자전거길을 만들려고 한다. 그것도 하천 생태계를 결정적으로 교란할 하천 바닥에 콘크리트로 덮어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자전거길 조성은 하천의 근원적 기능인 홍수 예방 기능을 저하시키고, 다음으로 중요한 기능인 생태적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그런데 도촌천에 자전거길 계획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양쪽 제방 위에 포장도로가 개설되어 자전거를 타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탈 수 있다. 이 제방도로는 차량의 소통은 매우 한정적이어서 자전거를 타는 데 거의 지장이 없다. 제방에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가 있을 경우 사람들은 하천 바닥의 별도의 자전거길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내려갔다 올라오는 것도 불편하거니와 고인 물이 썩어 악취도 풍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하천 바닥의 자전거길은 여름철 홍수를 지나면서 대부분 유실되거나 손상되어 지자체에 막중한 유지관리 비용의 부담을 안긴다. 2010년 여름에 여주와 이천을 비롯한 경기도내 여러 하천들을 답사한 바가 있다. 그 때 답사하면서 보았던 하천 바닥의 친수공간들이 2012년 여름에 다시 답사를 갔을 때 단 하나도 남아 있는 것들이 없었다. 깨끗이 다 씻겨 내려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또 이상에서 열거한 문제점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국민들과 도민들의 세금으로 조성한 예산을 하천 바닥에 자전거길 만드는 데 사용하도록 한다면 이는 표를 준 도민들과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요 직무상 배임이 아닐까? 양심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이런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는다. 우리 고양시민들이, 특히 도촌천 주변지역 주민들이 이런 상황과 내용을 잘 이해해서 도촌천 하천 바닥에 자전거길이 조성되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라는 바이다.

이상성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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