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편집국 기획위원 홍세화씨
파리의 택시기사, 자칭 ‘이주노동자’ 홍세화씨. 한국에 착륙해 한겨레 신문사에 보금자리를 만든 지 석달이 넘어가고 있는 그는 인터뷰 시작부터 한국 까르푸의 불공정한 ‘노조탄압’을 지적하며 말문을 열었다.
=까르푸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가 있나.
한겨레 신문의 토론면 ‘왜나면’에 까르푸 노조문제를 소개하면서 알게 됐다. 프랑스 기업이라서? 그런 측면도 있다. 프랑스라면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일을 한국에서 버젓이 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화가 났다. 이미 글을 쓰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보이콧 운동만이 방법이다.
=한국사회에서 아직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을 구분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까르푸 노조 문제에 시민단체들이 쉽게 나설 수 없는 어려움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웃기는 얘기다. 시민들 개개인이 다 노동자 아닌가. 아직도 한국에선 지하철 파업하면 ‘시민 볼모잡는 노동운동’이라고 떠드는 걸 안다. 결국 ‘조중동’, 보수 언론의 얘기에 개인들이 세뇌된 거다.
=보수언론에 대한 지적과 한겨레에 대한 애착은 같은 의미인가.
우리가 제대로 된 역사교육 받아본 적 있나. 왜곡되고 감추어진 역사교육, 정권의 우민화 정책의 핵심이 결국 보수 언론이었죠. 안타까운 건 50년대엔 책을 읽고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지를 부끄러워할 줄 알았는데 대중매체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TV나 신문을 통해 보고 들은 얘기를 자신의 논리라고 생각하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논리가 결국은 권력화된 자본의 얘기다. 개인들이 무지를 깨닫고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세뇌된 의식이 끝임없이 공고화되는 셈이다. 시민주 신문으로 출발한 한겨레는 대안이라기 보다는 ‘정도(正道)’라고 생각한다.
=정치의 중앙집권화로 지역 언론이 자리잡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인구 6천만의 프랑스에서 부수가 제일 많은 르몽드지가 40~50만부를 발행한다. 한국에서는 3개 일간지가 6백만부를 쏟아내는데 결국 광고시장 때문에 그렇게 많은 부수를 발행한다. 신문은 그 사회의 ‘바로미터(기준)’의 역할을 한다. 신문의 수준이 결국 국민들의 수준을 반영한다. 지방자치를 뿌리내리고 서울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을만큼 지역민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고양시에서는 고양신문이 고양시민들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고 지역민의 정체성이 돼야 한다.
=야단같은 월드컵이 끝났다. 월드컵 열기를 어떻게 평가하나.
입시지옥 등으로 매여있던 청소년들이 집단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광장을 경험한 것이다. 억압돼있던 욕구를 풀어놓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의 광장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또하나 한국인들이 백인에 대해 갖고 있던 일정부분의 콤플렉스에서 비로소 해방됐다. 이번 기회에 제3세계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유없는 오만함도 해소될 수 있었으면 한다.
=앞으로 활동 계획과 고양시민들에게 한마디.
이주노동자, 재소자 인권문제 등 약자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양시 대화동의 아시아의 친구들 활동에 참여할 생각이다. 고양시민들에게는 건강한 지역신문을 키우고 북돋아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지역신문은 고양신문, 중앙지는 한겨레를 구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