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골 화실에서 만난 이목일 화백

월드컵 성공기원을 위한 호랑이 그림 1만점을 그려온 이목일(50·사진)화백을 찾아 덕양구 원당골 산 속에 있는 그의 화실을 방문했다. 비가 내리는 울퉁불퉁한 산길로 접어들자 시원한 숲 향기가 차창을 통해 밀려 들어왔다. 낙타고개 옆 좁은 산길을 더 들어가서야 탁 트인 공터에 경작된 밭이 보이고 그곳에 있는 이화백의 소박한 화실이 눈에 띄었다. 밭에는 이 화백이 가꾸어놓은 오이, 고추 등 각종 야채가 가득했다.

이화백의 화실에는 호랑이 그림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판화와 유화를 주로 그리며 ‘에로틱 아트’라는 장르의 작품으로만 개인전까지 열었던 그가 갑작스레 호랑이 그림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날 그의 화실 밑으로 하루에 4번씩 지나다니는 기차가 호랑이로 변해 이화백에게 돌진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왜 호랑이그림을 그려야되는지도 잘 모르고 무엇가에 홀리듯 1만장의 작품을 그렸다고.

이화백은 지금 궁금증의 답을 얻었다. “멸종되다시피 한 호랑이가 월드컵을 즈음해서 나를 통해 포효하고 그 정기를 세상에 다시 뻗치려는 것”이라며 “호랑이 계시를 받아 염을 다해 그림을 그렸으니 내가 우리나라 월드컵4강 진출에 기여했다”고.

이화백은 어린 시절부터 호랑이와 인연이 많았다. 이마에 호안이라는 두 개의 혹이 있어 앞으로 잘될 것이란 덕담을 듣기도 하고 어릴 적 고향인 함양에서는 호랑이를 잡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고. 인사동 전람회 때 찾아왔던 중광 스님은 방명록에 호랑이그림을 그려 넣어주었다.

작년 4월부터 이화백은 9천 점의 수묵화로 된 호랑이 그림을 그렸고 앞으로는 판화, 유화, 도자기로 호랑이 그림을 앞으로 만 점이 될 때까지 계속 예정이다. 일본, 프랑스, 미국, 중국등을 다니며 호랑이 그림전시회와 퍼포먼스도 열 계획이다.

이목일 화백의 호랑이 그림은 붓이 호랑이의 형상을 쫓아 그려진 것 같지가 않고, 마치 붓가는 대로 호랑이의 형상이 따라 나온 것만 같은 그런 그림이다. 처음 500장 정도는 호랑이 실사를 그렸는데 호피가 아닌 정신과 혼을 모아 그리다보니 이제는 점 하나를 그려도 호랑이가 된다고.

그런데 이화백은 호랑이를 그리는 동안 멀쩡하게 기르던 개들이 집을 나가거나 죽거나 하는 이상한 일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제는 호랑이 한 마리를 그리고 나면 기운이 난다고 한다. ‘진실은 원색이다’라고 화실에 써 붙인 글귀에서처럼 그의 그림은 원색을 좋아하고 본능적이고 자연그대로다.

한국인의 정기를 나타내는 동물로 여겨졌던 호랑이, 그 호랑이가 중견작가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호랑이그림은 단순한 동물화가 아니라, 우리민족의 힘과 의지가 투영된 상징적 그림이다. 이화백은 세계속의 주역으로서의 한민족을 기원하며 호랑이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목일 화백은 경남 함양군 수동면에서 태어났다. 서라벌 예술대학(현 중앙대학예술대)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일본 동경에서 판화와 영화, 드라마 연출 등을 공부했다. 전주대 미술과와 산업디자인과 강사를 하기도 했으며 84년 관훈미술관 별관에서 에로틱아트라는 장르를 가지고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뉴욕으로 건너가 다양한 판화기법과 채색을 섭렵하고 돌아왔다. 현재는 고양시 원당동 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창작생활에 몰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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