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승리했다는 환호성도, 패배를 상징하는 이른바 ‘멘붕’ 역시 어느덧 과거의 기억이 되었다. 남은 것은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 일하게 될 박근혜 당선인이 무슨 일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이다.

자신을 지지한 51%는 물론이고 또 다른 48%의 국민을 위해 그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사 앞으로 몰려온 이들을 살펴봐도 역시 그렇다. 사회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요구를 가진 개인과 집단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담아 각자의 입장과 처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 다양한 요구를 모두 다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인권 운동을 하는 나 역시도 그 틈바구니에서 또 하나의 호소를 더하려 한다.
바로 오랜 세월동안 해결되지 못한 채 여기까지 밀려온 ‘군 의문사’ 아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호소하는 어머니들의 ‘눈물’이다.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군 복무중 사망하여 최소 10년에서 길게는 20년이 넘도록 장례가 치러지지 못한 채 냉동고에 방치된 시신이 모두 23구에 이르고 있다.

또한 화장은 했으나 군 헌병대가 자살로 ‘처리’한 아들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골을 인수하지 않은 사례 역시 120여구가 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군 부대 창고에서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98년 판문점에서 발생한 ‘김훈 중위’이다. ‘김훈 중위 사건’은 발생한 지 올해로 만 15년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징병제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 한해 평균 발생하는 군 사망사건은 130여명에 달한다.

이는 평균 3일에 한 명씩 군인이 죽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3일이 지나면 한 명, 또 3일이 지나면 한 명. 그리고 이렇게 죽어가는 군인의 절반은 ‘자살’이며 그 사유는 대부분 ‘군 복무 염증에 위한 자살’로 ‘처리’된다. 유족들은 이같은 군 수사기관의 ‘처리’에 반발하고 있다. 군 의문사가 발생하는 이유다. ‘의문사’란 쉽게 말해 군 당국의 수사 결과에 대해 유족이 동의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다.

그동안 약 150여건 이상의 군 의문사 유족을 만나온 필자는 이러한 유족들의 반발이 전혀 터무니없다고 여기지 않는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보다 ‘자살 정황에 맞추는 수사’가 실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어머니들은 자신들을 ‘군에 자식을 보낸 죄인’이라고 표현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방위 소속 안규백 의원이 밝힌 것처럼 고위 공직자 아들 33명이 국적 포기를 통해 병역을 면제 받은 이 나라에서 ‘당연히 군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 미련한 엄마가 결국 제 아들을 죽인 것’이라며 그들은 내 앞에서 울었다.

나는 이 어머니들의 ‘참담한 절망’에 이제 정부가 화답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그 어머니들에게 제 자식이 어떤 경위로, 왜 죽었는지 ‘알고 싶은 만큼 알려줄 의무’가 정부에 있다고 지적하고 싶다. 이들 어머니들이 바라는 소원은 소박하다. 최소한 군 수사기관이 아닌 제3의 수사기관에서 아들의 죽음을 다시 조사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가장 좋은 방안이 2009년 해산된 ‘대통령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상설적 재 출범이다. 이들 어머니에게 박근혜 정부가 희망의 손을 잡아주도록 간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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