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으로 이어지는 출판단지 3단계 …밑그림 살펴보기

 

이기웅 출판단지 이사장
출판단지의 완성은 3단계
이상적인 도시 모델 만들어
정신적 물질적 가치 높여야

시작은 험난했다. 26년 전 세계 유례없는 출판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이기웅 이사장의 호언장담에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몇몇 이들은 ‘미쳤다’고 비웃었다. 사업부지 선정 등 진행과정에서 수많은 좌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출판인들이 뜻과 의지를 모아 좋은 책을 만드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던 몇몇 출판인들의 꿈은 1단계, 2단계 사업을 진행하면서 점차 현실이 됐다.
척박한 땅에서 시작했던 파주출판단지. 어느덧 입주 300여개사, 고용인원 1만명, 매출액 1조4000억원 규모의 세계적인 출판도시로 성장했다. 이기웅 이사장 스스로도 ‘기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제는 세계각국에서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부터 이기웅 이사장은 또 하나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도시 부지의 85%를 농지로, 15%는 출판을 비롯한 영상, 방송 등 미디어산업단지를 조성해 쌀농사, 사람농사, 책농사를 축으로 하는 친환경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것. 현재 파주출판단지는 파주·고양을 잇는 절대농지 100여만 평을 대상으로 하는 3단계 ‘북팜시티(Book Farm City)’계획(가칭)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출판단지 3단계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총면적 47만 2000여평(1단계 26만 4000평, 2단계 20만 8000평)에 달하는 파주출판단지의 역사는 1989년 뜻있는 출판인들이 모여 결성했던 출판문화산업단지 건설추진위원회 발기인 대회로부터 시작한다. 1997년 3월 각고의 노력 끝에 건설교통부로부터 국가산업단지 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이 내려졌으며 이후 1998년 11월부터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본격적인 착공단계에 돌입했다. 2007년 5월 1단계 사업을 완료한 출판단지는 오는 2015년까지 영상, 소프트웨어,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미디어콘텐츠산업을 포괄하는 2단계 북시티 조성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출판단지 3단계 추진계획은 작년 이맘때에 열렸던 파주출판단지 2단계 토론회(‘공동감리-공동설계-공동시공을 약속하는 2단계 대토론회’)에서 처음으로 공식화됐다. 이기웅 이사장은 당시 기조발제를 통해 “책의 도시는 계속돼야 하며, 2단계가 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3단계는 지금 바로 계획의 수립을 시작해야 한다”며 북팜시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출판도시 인근 파주·고양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에 준비 중인 3단계 ‘북팜시티’사업은 가장 오래된 전통산업인 쌀산업에 출판 및 방송·통신 등을 결합한 총 100만평 규모의 대단지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전체면적의 85%를 차지하는 절대농지에서는 쌀농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나머지 15%의 땅에서는 책농사를 비롯한 영상·방송·정보통신 등 미디어산업을 유치하는 새로운 형태의 ‘북팜시티’사업.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이 지역 일대는 쌀농사와 책농사, 사람농사가 연계되는 제조업+서비스업+농업의 융·복합 공간화 산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표1 참조>  

쌀, 말, 사람 짓는 ‘귀한 농사의 도시’   
‘건강한 쌀이 건강한 사람을 만들고, 건강한 사람이 건강한 책을 만들고, 건강한 책이 올바른 사람을 만든다’ 파주출판단지 이기웅 이사장은 북팜시티의 핵심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출판단지를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끌어온 그는 현재 구상중인 북팜시티 사업이 출판단지의 기본정신을 가장 잘 반영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를 ‘책농사 짓는 농사꾼’이라고 표현하는 이기웅 이사장은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살찌우는 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말(글)과 쌀”이라며 “이를 구체화한 것이 곧 ‘출판’과 ‘농사’이고, 이 두 행위를 건강하게 영위해 갈 도시가 바로 북팜시티”라고 설명했다. 쌀농사와 책농사, 그리고 사람농사를 연계시키는 전 세계 유래없는 친환경 생태산업도시 조성사업계획이다. 
이 계획의 핵심은 ‘개발’방식의 페러다임 변화다. 말은 개발이라고 하지만 땅을 깎아내거나 파 뒤집거나 하는 개발이 아니라는 데 매력이 있다. 대대손손 지역에서 살아오던 토박이 주민들이 고향에서 떠날 필요도 없다. 토지를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개발’이라는 용어사용을 꺼려하는 이기웅 이사장은 “이 사업은 기존의 절대농지를 보존하고 나머지 지역에 산업기능시설을 들여오겠다는 것으로 토지를 수용해 개발한 1,2단계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언급했다. 기존의 개발이 법적으로 ‘땅의 용도’를 바꾸고 물리적으로 ‘땅을 정지 하는 것’부터 시작됐다면 북팜시티사업은 기존의 ‘땅의 맥락’을 존중하는 자세에서의 시작이다. 사업부지의 대부분인 85%는 농업관련시설(6%)과 절대농지(79%)로 구성된다. 나머지 15%는 각각 출판·영상 5%, 정보통신 6%, 방송통신 4%의 기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농업관련 시설과 절대농지를 제외한 지역의 토지이용계획을 살펴보면 공공시설이 47%, 산업시설용지 35%, 지원시설용지 15%, 주거용지 3%로서 출판단지 1,2단계보다 지원시설용지를 상향조정했다<표2 참조>. 이기웅 이사장은 “자연을 배우고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팜 스쿨, 이곳에서 재배되는 친환경 농산물을 바로 유통할 수 있는 팜 슈퍼마켓 등 다양한 이용시설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도심생활과는 변화된 삶을 사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지만,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길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는 북팜시티 사업. 하지만 실제 추진과정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사업예정부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송포지역은 JDS개발지구계획으로 떠들썩한지 불과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곳. 토목사업으로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고 이야기되지만 개발도시인 고양시에서는 여전히 지가상승여부가 지역주민들의 최고의 화젯거리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토지를 수용하는 기존 개발방식을 벗어난 북팜시티 계획은 토지주들 참여와 동의가 없이는 진행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기웅 이사장은 거시적인 계획에 앞서 도시를 함께 만들어갈 예비농업인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 농사짓는 지역주민들과 농지를 가진 이들은 당연히 우선권이 주어지며 사업에 관심있는 외부인들도 참여할 수 있다. 북팜시티가 성공적으로 조성되면 조합원이 다종·다양한 친환경 농산물들을 생산·유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북팜시티가 조성될 경우 시티 내의 친환경 농업을 지자체와 정부가 적극 지원해 고소득 영농으로 전환하고, 공동 친환경브랜드를 만들어 국내 최고의 농산물 브랜드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팜시티는 우리나라 전통 농업과 친환경 농업, 그리고 출판과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만들어 체험교육과 체험관광의 새로운 대안으로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소득 농업과 고소득 관광사업이 동시에 추진된다면, 북팜시티의 정신적 물질적 가치는 다른 어떤 도시에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해당조합은 향후 북팜시티 사업추진에 핵심주체가 될 예정이며 여기에 고양시와 단위농협 등 지자체와 지역농업단체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지난해 8월 경기개발연구원에서 나온 ‘파주출판도시 활성화 방안’보고서에서 “내부수익률을 고려할 때, 공공목적 뿐만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투자타당성이 있다”고 언급된 점도 긍정적인 부분. 여기에 지역경제 파급효과까지 합하면 단순히 개발논리로만 따졌을 때도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거 자유로 주변 농지에 ‘경제논리’로 지어지는 불법 물류창고나 농업창고, 작은 설비공장들을 보며 더불어사는 도시를 고민해왔다는 이기웅 이사장. 그는 “지금까지의 개발은 땅의 가격(Price)만을 따졌지만 이제는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땅의 가치(Value)”라고 언급하며 “지역주민들에게 이점을 잘 알려낼 수 있다면 북팜시티사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던 출판단지를 맨손으로 일궈낸 이기웅 이사장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신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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