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통역센터 엄정옥 실장

“수화를 통해 단지 농아인들의 귀와 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마음을 열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 갈 수 있었으면 해요”

(사)한국농아인경기도협회 고양시지부 수화통역센터 실장으로 근무하는 엄정옥(43·사진)씨. 엄씨는 3년 전 협회에서 진행되는 수화교실에 참여하면서 농아인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평소에도 노인과 장애인, 불우이웃들에게 봉사활동을 해오던 엄씨는 협회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말했을 때도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엄씨는 고3, 고1 된 딸 둘을 가진 주부이지만“농아인이 원하는 자리라면 밤늦게라도 어디든지 달려가 가족들에게는 소홀하다”고 말했다.

정보가 부족한 농아인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엄씨는 직접 관공서며, 후원자들을 찾아 나섰다. 작년에는 도에서 보청기를 지원해 농아인들에게 일일이 팩스로 알려서 검사를 받아 고양지역 20여명의 농아인들에게 전달했다.

엄씨는 농아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눈으로 보지 못하면 수화도 소용없어“농아인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어 마음을 닫아버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겨울이면 농아인들과 함께 독거 노인들을 찾아가는 행사를 하고 있다. 엄씨는“외로운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며 농아인들도 나누는 기쁨을 느낀다”며“함께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 알아간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수화통역센터가 문을 열어 엄씨는 업무가 많아졌지만 찾아오는 농아인 뿐만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곳에 통역을 나갈 수 있게 됐다. 엄씨는“상황에 따라 단어를 적절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며“농아인들에게는 문맹교육이 가장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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