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부터 시작하는 음력 1월을 정월(正月)이라 한다. 정월이란 이름이 고대부터 사용되어 온 것만은 확실하지만 언제부터 사용되어 온 것인지 정확한 기록은 밝혀지지 않았다.

왜 한해를 시작하는 달을 정월이라 이름 붙였을까?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정(正)은 목적지와 발을 결합시켜 목적지를 향해 바르게 나아가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이런 정(正)자의 의미를 담아 ‘한해를 시작하는 첫 달을 바르게 시작하자.’는 뜻에서 정월이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정월(正月)의 원래 뜻은 한해를 바르게 시작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의미를 확장시켜 세상이 바르게 시작하는 달이 되었으면 하고 염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공자다.

 공자는 「춘추(春秋)」에서 정월 앞에 춘왕(春王)을 붙여 춘왕정월(春王正月)이라 기록한 부분이 있는데, 정월이라 기록하면 될 것을 그 앞에 춘왕(春王)이라 사족처럼 붙인 이유에 대해서는, 인월(寅月)인 1월을 정월로 하는 하정(夏正)임을 나타내기 위해서 봄을 붙였고 춘추시대라는 난세에 주왕(周王)의 권위가 회복되어 천하일통(天下一統)이 되었으면 하는 염원에서 왕을 붙였다는 설이 있다. 곧 춘왕정월(春王正月)엔 “천하가 바르게 시작되었으면…!”하는 공자의 염원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공자가 「춘추」를 지은 뜻은 사람들에게 역사의 교훈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였다. 위정자의 공과 과오를 있는 그대로 기록함으로써 읽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게 해 놓았다. 공자의 이런 뜻은 결국 세상 사람이 바르게 되어 세상이 바르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으니 정월의 정(正)과 그 의미가 같음을 알 수 있다.
 매년 정월이 되면 정월의 뜻을 새기며 스스로의 마음을 새롭게 하고 세상에 대한 바람을 새롭게 했건만, 그 결과는 매번 기대와 달리 별반 달라지지 않은 세상 속에 살고 있는 부족한 스스로를 확인할 뿐이었다. 그래서 올해 정월을 맞는 심정은 지난해에 비해 훨씬 더 깊다. 실패를 반성하며 새로운 정월을 맞는 심정이 마냥 한가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의 바름에 대한 염원이 더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정월을 맞으니 꺼지려던 바름에 대한 불길이 다시 되살아난다. 그동안의 힘든 건 다 어디로 가버리고 오직 올 정월엔 이 세상이 바르게 시작되는 첫 달이 되었으면 하고 염원하게 된다. 사람 마음이 이러기에 일 년에 한번 정월이 있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일 년에 한번 한 달이라도 바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 무섭다. 양력으로 이미 해가 바뀌었으나 설날 떡국을 먹기 전엔 한 살 더 먹은 게 아니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설날 떡국을 먹지 않겠다고 한다. 그런다고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데도 말이다. 이 모두가 해 놓은 것 없이 나이만 먹는 것이 두려워서 부려보는 억지들이다.

 정월을 바른 마음으로 시작해야겠다. 그래야 한 살 더 먹는 값을 할 수 있을 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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