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利器)가 악기(惡器)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람에게 편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리고 모든 생활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언제 어느 순간에라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 손에서 스마트폰은 떠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제는 보편적이어서 어른은 물론이고 학생, 아이들까지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엄숙하고 비통해야할 장례식장에서마저도 스마트폰을 수시로 보면서 문자를 주고받고, 가족끼리 모이는 장소에서도 서로 스마트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이건 문명의 이기(利器)가 아니고 악기(惡器)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이제 보편적이어서 사람관계의 와해는 물론 정신의 부박(浮薄)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반면에 사람의 정신을 살찌우고 사람의 길을 밝혀주는 책 읽기는 상대적으로 멀리하고 있다.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5년 5449개 였던 서점이 2012년에는 1723개로 줄어 68.4%가 사라졌다.

고양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 년 전에 마두역 앞에 있던 지산문고가 부도나 사라지고, 최근에는 주엽에 있는 태영문고도 부도가나 사라지고 말았다.

이 두 서점은 지역의 문화의 첨병 역할을 한 서점이어서, 지산문고 같은 경우는 지역의 예술단체나 가난한 문인들을 위한 후원도 아낌없이 하던 서점이었다.

이런 서점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개인 서점 주인의 손실만이 아니라 지역민 모두에게도 큰 손실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책천자(冊賤者)는 부천자(父賤者)라는 말이 있다. 책을 천하게 여기는 자는 아버지를 천하게 여기는 자와 같다는 말이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은 책을 귀중하게 여겼다.

지구상에서 지금까지 발견한 최고의 목판활자 인쇄본은 1966년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 탑신부에서 발견된 통일신라 때 불경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다羅尼經)이라는 책이다. 또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와 인쇄본 역시 ‘직지심경’(直指心經)으로 잘 알려진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要節)이다. 그 만큼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책을 잘 만들고 책의 귀중함을 아는 민족이었다.

책은 바로 우리 생활이고 삶이다. 삶은 말과 행동의 연속이다. 말과 행동은 바로 지식이며, 지식이 있어야 우리는 바른 행동과 올바른 말을 할 수가 있다.

즉,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려면 지식이 담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은 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면서 알아야 될 모든 지식을 제공해 준다. 죽는 날까지 책을 읽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는 평생교육이요, 학습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성을 쌓는 상아탑이라는 대학가마저도 서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몇 군데 있던 서점도 운영이 안 되어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엔 커피숍과 술집이 들어섰다. 그만큼 대학생들도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책을 읽는 민족에게 미래가 있고 발전이 있다는 말은 이제 해묵은 말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왜 우리 국민들은 책을 읽지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개인적인 소양과 취향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뭔가 탐탁치 않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이야기 할 것 없이 교육의 부재라고 할 수 있고, 사회 환경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학교 교육에 독서교육이 들어가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책을 읽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 손에 책이 들려질 것이다.

끝으로 책읽기가 생활이고 삶인 사회가 되어 우리 모두의 삶이 풍요로워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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