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다’는 말의 의미는 말 그대로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다른 말로 풀어쓰게 된다면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었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각하면 우리들의 생활요소 하나하나가 이 ‘무심함’ 속에서 이루어 진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지구 온난화와 일상 속의 전기 절약의 관계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인신매매와 강제 노역으로 얼룩진 커피, 과일, 초콜릿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있기는 있으나 아직 알려지는 단계이다.

공정무역 활동은 공정무역 커피 판매활동에서 처음으로 시작 됐다. 커피가 많은 사람들의 기호 식품인 까닭에 주 소비층인 20대~60대 사이 커피 재배의 실상, 그리고 공정 무역 커피 판매의 취지 그리고 그 영향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미래의 경제 주체들’)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른다. 최근 팔기 시작한 공정무역 초콜릿으로 인해 10대들이 공정 무역에 대해 관심을 갖기는 시작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부족하다. 초콜릿이 만약 1000원에 판매된다면, 이 중에서 코코아 농장에 돌아가는 이익은 20원에 불과하고, 10억명의 농부들이 매일 1달러 이하의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과연 알 수 있을까? 아마 웬만큼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알기 쉽지 않을 것이다.

고양외고에서 초콜릿 판매를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런 취지였다. 학교에서 부교재로 배웠던 ‘달콤한 초콜릿’의 연장선으로 시작한 ‘더 나은 세상 만들기’ 활동으로부터 시작해서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 판매까지. 고양외고 학생들은 모두 다 공정무역의 취지, 불공정거래의 실체를 지식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공정무역 초콜릿을 사는 것은 학생 주머니 사정을 비추어 보았을 때 너무 비싸며, 또한 유통 과정 그리고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맛의 변질도 품질을 떨어뜨리기에 만약 공정무역 초콜릿을 사게 된다면 정말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선행의 차원으로 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결정적으로 이 학교라는 공간은 하루에 12시간 이상 지내는 곳이기에 학교매점이라는 공간이 거의 유일하게 소비할 수 있는 곳이지만 학교 매점에서는 공정무역 초콜릿을 판매하지 않는다. 교육은 성공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가. 대부분 학생들은 공정무역을 지식으로만 대부분 알고 있다.

결코 무심하다고 할 수 없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배웠던 윤리적인 소비를 학교 내에서 실천하는 것을 도와주는 취지로 발렌타인데이 3일 전부터 초콜릿 판매를 시작했다.

거의 원가랑 비슷한 가격 책정. 고정비용이 많이 지출됐기 때문에 일정한 판매량을 넘지 못하면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밤을 새가면서 초콜릿을 만들고, 포스터를 제작하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말하고, 점심시간을 할애해 초콜릿을 판매했다. 다행히 판매한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원래 점심시간, 저녁시간 다 판매할 목적이었지만, 3일 모두 점심시간이 시작하고 40분 안에 준비해놓았던 재고들이 다 팔려버렸다. 판매한 초콜릿의 양은 대략 300~400개 정도 였다.

비록 몸은 시험 기간만큼 피곤했고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지만, 매점에서 판매 되고 있었던 강제 노역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피가 묻은 초콜릿 대신, 윤리적인 소비를 권유하는 초콜릿을 팔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이 활동이 작은 촉매로 작용하여 공정 무역 초콜릿을 구매한 내 또래의 친구들이 그저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길 것이라는 희망도 가져본다.

고양외고 1학년 안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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