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폭(주취폭력배)이 한동안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다. 매스컴에서는 이들에게 엄격한 법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야단이었다. 하지만 강화된 처벌수위에 비해 주취사건의 건수는 좀처럼 줄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알콜의존증은 ‘퇴치’의 대상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백석동 일산병원 맞은편에는 이러한 알콜의존증환자를 치료하는 국내 유일의 알콜전문공익기관인 음주연구문화센터(이하 카프재단)가 있다. 예방, 치료부터 재활까지 알콜 의존증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익재단이다. 작년 9월경 기자가 인터뷰했던 알콜의존증환자 백덕수 씨는 36년간 악몽 같았던 음주생활을 이곳에서 비로소 청산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이처럼 알콜의존증 환자들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지고 있는 카프재단은 최근 심각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재단출연금을 담당해온 주류산업협회가 2년째 재정지원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는 출연금 지급 중단사유에 대해 “카프재단이 수익도 나지 않고 효율성도 떨어지는 병원 사업에만 치중하고 있다. 예방과 홍보 사업에 주력하고 병원이 있는 재단 건물을 매각하면 다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즉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병원사업을 접고 돈 적게 들고 생색낼 수 있는 예방사업에 치중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협회 측은 주류업체들이 내는 출연금으로 재단을 운영하는 만큼 자신들의 요구가 반영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카프재단의 출연금은 애초에 술에 부과하려고 했던 건강증진부담금을 피하기 위한 협회 측의 ‘대국민 약속’이었다. 더군다나 재단출연금은 반대급부 없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지원금이다. 병원사업이 돈이 안되니 접어야 한다는 주류협회의 주장은 카프재단의 존재의미를 퇴색시키는 부당한 요구인 셈이다.

여기에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는 지난 몇 년간 사태를 방기해오다가 여론이 들끓고 있는 최근에서야 부랴부랴 사태해결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던 사이 카프재단은 운영기금이 고갈되어 급기야 직원들의 임금지급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간호사들이 하나 둘 직장을 떠나고 여성병동이 문을 닫을 형편에 처하자 병원측은 눈물을 머금고 여성알콜환자들을 퇴원시켰다. “이제 우리들은 어디로 가야하느냐”며 절규하는 환자들을 뒤로 한 채.

지난 2년간 음주문화연구센터 지키기 위해 정부와 주류업체를 상대로 싸워온 카프노조원들은 이제 새 이사회 구성에 재단정상화의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환자들 또한 이번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손 꼽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지역사회에서도 국내 유일의 알콜전문공익재단이 회생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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