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살기 어렵다고 하는 때 지인이 사업을 시작했다. 말이 좋아 사업이지 영세 자영업이다. 자영업이 살아남을 확률이 극히 적은 이때에 새로운 사업을 한다고 하니 기쁜 맘 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뭔가 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어떤 마음으로 사업을 해야 오래 그 업을 유지하고 보람도 얻을 수 있을까 걱정하다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오사카 상인들의 사업 정신에서 그 답을 얻었다. 우리나라에 개성상인이 있다면 일본엔 오사카 상인이 있다고 한다. 그들의 사업 모토를 보면 그들이 세계적인 굴지의 기업을 이룩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업을 하고 있는지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업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역시 먹고 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문을 남기지 않을 수 없고 그 이문에 집착하다 보면 마음이 변한다. 마음이 변하면 인심이 떠나고 결국 그 업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된다. 오사카 상인들은 그런 마음을 애초에 싹조차 내지 못하게 할 생각으로 업을 하는 것이 곧 수행을 하는 일이라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이문이 없어도 놀지 않고 계속 일을 하는 것, 제업수행을 실현하는 것이 그들이 궁극적으로 사업에 임하는 태도다.

사실 이문이 없는데 몸을 놀려 일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임금도 받지 않고 자기를 위해 일을 해주는 사람을 고마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력을 팔고 임금을 받지 못한다면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지는 요즘 같은 때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다만 그런 정신으로 일을 하는 것이 장사 하는 사람의 자세여야 한다는 데는 마숙연해 질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없던 물건, 세상에 없던 서비스로 승부하는 때에 어떻게 해야만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는 때다. 산다는 게 무섭다고 느끼는 게 과장만은 아니다. 이런 때 돈을 남기는 것은 가장 낮은 것이고 가게를 남기는 것은 중간이요, 사람을 남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업을 한다는 오사카 상인들의 정신이 많은 위안이 된다.

요즘은 ‘알지 못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일들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 권력을 이용해 엄청난 부를 쌓는 사람들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며 생존을 초조한 마음으로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은 때에 정말 맥 빠지고 허탈하기 짝이 없다. 그들도 애써 공부하고 또 열심히 노력해서 높은 자리까지 갔으니 다 용서해도 되는 일인지. 그런 이들이 공공의 선을 실현하는 자리에 앉는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보며 정말 고민이 많다. 이런 부조리한 세상에 그래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누구는 먹고 살기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해도 안정된 삶을 보장 받지 못하고 누군가는 앉은 자리서 천문학적인 재산을 불리고 있으니 세상이 불공정해도 너무 불공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서로 힘을 보태고 격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남기는 업은 쉽지 않다. 특히나 자영업자가 넘쳐나는 우리나라 상황엔 더 그렇다.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게 또 자영업자들의 숙명이다.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대기업들도 있는 마당에 그 틈을 비집고도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이유들이 있기 때문이다. 온전히 내 힘으로 버텨내야만 살 수 있는 게 그 이유다.

얼마 전 일요일 작은 분식집에 갔었다. 주인 남자가 정말 유쾌하게 우리를 맞아주어 즐거웠다.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지인도 그렇게 즐겁게 일을 하고 손님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가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세 자영업자들도 웃으며 일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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