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축동 북한산자락에 자리잡은 조각가 이일호 선생

북한산온천 들머리 오른편에는 야외조각전시장이 있다. 추상적인 주제로 남녀 간의 사랑을 표현했고, 작품마다 특색을 지니게 했다. 넉넉한 자연의 품과 어울리는 작품들은 조각가 이일호(67세) 선생의 혼이 담긴 작품들이다.

충남 보령 출생의 이일호 선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과 문학에 관심도 많고, 자신감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작품에 몰두한 계기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면서 부터다. 이 선생은 그림보다 조각이 더 현실적이고 역동적이라는 생각에 조각을 선택했다고 한다. 사랑을 주제로 매순간 떠오르는 영감을 돌과 청동, 금속 등 다양한 소재에 담는다. 3~5m에 이르는 대작을 비롯해 사람, 우주, 인체 등을 표현한 수 백 점의 작품들을 만들었다.

이곳 지축동 전시장 50여 점의 작품을 비롯해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모도의 배미꾸미 조각공원에는 사랑을 표현한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바다와 잘 어울리는 에로틱한 남녀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이곳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밖에도 전국에 분포된 개인 소장가들, 과천 국립 현대미술관, 부산 시립미술관, 대전 시립미술관, 미국, 홍콩 등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또 미술회관, 미화랑, 인사아트센터, 가나화랑, NICAF 요코하마, 파리, 뉴욕 등 다양한 국내외 전시를 개최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과 입선, 한국일보 미술대전 우수상, 중앙일보 미술대전 대상 등 굵직굵직한 대전에서 큰 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서울시 문화시설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등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일호 선생은 “25년 전부터 북한산이 올려다 보이는 곳 지축동이 마음에 와 닿아서 정착하게 됐다”고 한다.  처음엔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하다가 농사를 안 짓는다며 쫓겨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요즘엔 지축동과 덕은동의 작업실을 오고가며 작업하고 있다. 훗날 조각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서 고양 관내에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조각에 심취하고 있으면 세상 근심 잊게 되어 행복하다”고 하는 이일호 선생. 기발하고 독특한 그의 작품세계는 정원에 두면 자연과 어울리는 태초의 신비를 나타낸다.

또한 산문집으로 ‘어디만큼 왔니 사랑아’, ‘이일호 작품집’ 등을 냈고, 시간과 인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각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다. 이일호 선생의 아들과 딸은 아버지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겨울 내내 잠시 접어두었던 그림을 다시 그렸다. 주제는 여전히 인간의 희노애락, 그리고 사랑이었다. 오는 5월 인사동 아라미술관에서 작품이 전시된다.  좋아서 한 일이 직업이 됐다는 이일호 선생은 “몸과 정신 사이에 마음이 있고, 마음에서 우려낸 손짓이 곧 예술이 된다”고 말했다. 예술에 대한, 참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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