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자치단체장과 지역의원의 외유성 해외연수가 또 도마에 올랐다. 지겹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데 해외연수하면 외유성이라는 말이 고장난 레코드처럼 반복된다. 북핵 실험에 따른 국가위기 속에 경기북부단체장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해외출장을 했으며, 고양시의회 의원들도 유럽으로 거액의 예산을 들여 장기간 외유성 연수를 다녀왔다고 비난이 뜨겁다. 오죽했으면 ‘한반도의 평화가 국제사회와 국민들 사이에서 우려되었던 시기에 고양시의회는 해외연수를 강행하였고, 시의원 등 22명이 시민의 혈세 8천만원을 지출하였다’며 한 정당 고양시협의회는 규탄 기자회견까지 하였겠는가.

전쟁 위협이 있고 접경지대에 속한 고양시의 상황을 고려해 전격 해외출장을 포기한 고양시장이 다른 경기북부지역단체장의 외유와 비교 참 잘한 일처럼 보도되고 있는 실정을 볼 때 씁쓸한 감정을 속일 수 없다. 우리의 국가 시스템이 단체장이나 의원이 해외에 있다고 안보가 크게 구명이 날정도로 나약하고 위기대처 능력이 없다고 자인하고 있는 것인가. 오히려 약속취소에 따른 외교적 실례 등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단 말인가. 뒤집어 말하면 지역 단체장이나 지역의원의 해외 출장은 가도되고 안가도 되는 한만한 일이고, 국내의 산적한 일을 잠시 접고 머리나 식히는 외유라고 솔직히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 해외에 나가는 일인데 왜 안보니 위기니 하는 말과 대비시키면서 비판받아야 하는가. 이는 지금껏 해외 연수하면 나들이 정도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문제인 것이다. 시민들은 하도 그 같은 이야기를 들어서 무덤덤하고, 당사자들도 고양이처럼 몰래 다녀오고 말만 안 나오면 대수라고 여길는지 모르겠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되고, 놀다만 오더라도 국내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얻게 될 것이라는 자조석인 변명도 있다. 매번 들끌다가 시간이 흘러 잣아 들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똑같은 버릇이 반복된다. 제도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왜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가를 점검하고 근원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이번 고양시의원의 해외연수 논란은 국가 위기라는 연수 시점이 부각되었지만 근본은 역시 외유성이다. 아무리 빡빡한 스케줄에 일정을 소화해도 시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중 제일 먼저 차치하는 것이 해외여행이라고 한다. 그만큼 해외여행은 한국인인 공통된 로망이다. 하지만 서민에게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선량은 내돈 아니라고 펑펑 낭비하는 것처럼 보여 부아가 치미는 것이다. 정책실패에 따른 토목 건설처럼 천문학적 낭비가 있더라도 잘 안 보이는데 외유성 낭비는 바로 보이고 한편 부럽기도 해서 화가 더 나는 것이다. 그러기에 조심하고 조심할 일이다. 재임기간 중에 어떻게든 특권을 누리며 제몫을 챙기려 한다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심어주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고양시에는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심사위원 전원이 시의원이라고 한다. 자기가 심사하고 자신이 직접 해외연수에 참가하는 것이다. 이같이 공무국외여행규칙과 심의위원회는 구조적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시기적 적절성을 무시한 이번 고양시의회 위원회의 심사는 스스로 그 기능이 무용지물임을 자백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연수에 대해 시민단체의 요구가 뜨겁다. 공직자와 의원의 해외연수 시 일정과 비용을 출국전 낱낱이 공고하며, 귀국 후에는 모든 출장자들이 보고서를 작정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심사위원회’에 관련 전문가와 시민 사회단체 대표를 과반이상으로 구성하라는 목소리가 지나치지 않다. 사전 심사뿐만 아니라 사후 ‘시민평가위원회’를 구성 그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차제에 다시는 외유성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지 않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선진사례 경험을 배우며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하자. 고양 시의회는 해외연수에 외유성이라는 말조차 잊어버리도록 관련 규칙을 정비하는데 솔선수범해 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윤주한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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