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금융제도가 없고, 농촌지도전담기관과 농업공무원 수가 절대 부족한 몽골 땅으로 고양의 문봉동 이춘주(47세), 이완주(54세), 정병윤(47세) 씨 3인방이 도전장을 냈다.

“넓은 초원지대에서 고양농업인의 끈기와 자부심을 심고 있다”고 하는 3인방. 그들은 2009년 7월에 몽골 현지답사를 했고, 9월에 토지 30년 사용권을 획득하면서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농사에 필요한 트랙터 4대, 쟁기 4대, 로타리 4대, 파종기 4대 등을 콘테이너 3대에 포장하여 평택항에서 배로. 중국에서는 기차로 몽골의 수도가 되는 울란바토르를 경유하여 농장이 있는 바양델브루까지 무려 한 달여 동안 모든 장비를 운반했다.

진출 첫 해  9월에는 다음해 봄의 파종을 위해 뽀송뽀송하게 밭갈이 작업을 해뒀고, 2010년 5월과 6월에 현지종자로 밀 500헥타르, 감자 30헥타르를 각각 파종했다. 미니하우스의 육묘장에서 길러진 봄배추도 6월에 노지로 옮겨 심었다. 그해에 중앙아시아 및 전 세계적인 가뭄에도 작황이 좋았다.

그런데 수 십 킬로미터 밖에서 방목되는 소, 말, 양, 낙타 등이 신기하게도 맛있는 밀, 감자, 배추 등의 냄새를 맡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떼 지어 몰려와서 반 이상을 뜯어먹어 버렸다. “몽골 가축들이 문봉동 3인방이 온갖 정성으로 키워낸 농작물 그 맛에 반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하얀 웃음을 쏟아내는 3인방.

가축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몽골정부로부터 허가를 받고서 무려 50킬로미터가 떨어진 산에서 벌목을 했다. 1주일동안 숙식을 하며 고사한 소나무만 골라서 길게 줄을 메어서 트럭과 트랙터가 있는 곳으로 가져와서 10회 분량을 옮겼다. 500헥타르의 울타리에 전봇대를 세우듯 고사목으로 기둥 하나 하나를 2미터 높이로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는 5미터의 간격을 뒀다.

중국 이렌 지역에서 구입한 철조망으로 맨 밑은 양, 염소들, 중간은 소, 제일 위는 낙타, 말 등의 침입을 예방하기 위해 4~5줄로 밀밭 울타리를 며칠 동안 꼼꼼히 설치했다.

뿐만 아니라 1시간 걸리는 밀밭 경작지를 현지인들로 구성된 순찰경비병 2명이 오토바이로 집중적으로 순찰도 했다. “오직 뚝심으로 경계 울타리를 야무지게 친 우리들의 노력을 가축들이 알고서 접근을 안했다”며, 은근히 자랑을 하는 3인방.

밀 경작이 이루어지는 곳은 해발 1300~1400킬로미터의 고산지대이며, 심호흡은 정상이라도 일을 하면 금방 지친다. 사방 20킬로미터엔 나무 한 그루 없지만 초원지대의 들판을 보며 이들은 또 다른 희망과 꿈을 심고 있다.

여름이면 우리네 꽃시장에 단골로 등장하며, 모기퇴치 식물 허브가 되는 로즈제라늄으로 불리는 구문초가 지천에 널려있고, 강한 바람을 견디기 위해 모든 식물들이 바닥에 바짝 엎드려서 자라고 있다.

농작물이 키워지는 곳은 중국과 가까이 있지만 외몽골이라서 황사 걱정이 없고, 습도까지 없어서 병충해 걱정 없는 청정한 지역이다. “한낮에는 하늘과 맞닿아 있는 뭉게구름이 손에 잡힐 듯 말 듯 하고, 초순경에는 밤하늘의 별이 이불이 된다”고 하는 3인방.

2011년 5월, 밀 600헥타르, 감자, 배추, 콩, 토마토 등도 재배했고, 밀은 전량 몽골 정부에서 수매했다. 이때부터 가축들의 침입도 줄어들면서 생산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우리 영농선진기술을 현지인들에게 보급하는 사명감과 김치 맛을 전파하며 농번기에 또 다른 희망을 몽골과 고양을 분주히 오고가며 키우고 있다.

이춘주 씨는 현지대표, 이완주 씨는 감사, 정병윤 씨는 총 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 3인방을 포함해 고양농업인 8명이 몽골 해외 농업개발에 뜻을 함께 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양고기 보다는 김치 맛에 푹 빠졌다고 하는 전문 농업인 3인방은  “현지인들과 끈끈한 정을 쌓으며,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다시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날을 기대한다”고 꿈 한 자락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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