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초에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불행한 사건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은 아파트에서 살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인명을 해치는 사건이 생겼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웃이 나에게 위협이 되고 내가 이웃을 해칠 수 있는 위험이 우리의 삶에 바짝 다가와 있는 기분이었다.

아는 분 중에 괴로운 윗집 때문에 열을 받는 분이 있다. 윗집에 초등학교 6학년 정도 되는 아들이 집에서 축구공 놀이를 해도 부모가 제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지 못한 정도가 되어 전화를 하면 학생의 어머니는 미안하다는 말로 무마하려고 하고, 이러한 일이 몇 번 반복이 되자 결국에는 “초등학교 상급학년이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알 나이인데 자녀교육을 어떻게 시키시느냐”는 싫은 소리까지 해야 했던 상황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부모가 말귀를 알아들을 만한 자녀에게 축구공놀이를 집에서 하면 안 된다는 기본 예의를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자녀가 행복하게 크고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가 되게 하기 위하여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지도하여야 할 텐데 아랫집 사람이 싫은 소리를 하게 하여 부모와 자녀 모두가 부정적인 이웃이 되는 것일까? 자녀교육이라면 세계가 알아주는 열성인 대한민국 부모가 왜 자녀에게 필요한, 이웃을 생각하면 사는 지혜는 알려주지 않는 것인가? 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층간소음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무심히 혹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적지 않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먼저 타는 것, 기다리는 사람 앞에 와서 서기, 다른 사람 생각하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드는 것, 버스나 지하철 출입구를 막고 서서 내리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기, 사람을 밀치고 지나가기, 우측통행하지 않는 것, 운전 중 깜박이 신호 사용하지 않는 것, 추월하고 속도 줄이는 것. 어찌 보면 이 모든 것이 아주 사소한 것이다. 그러나 배려하는 마음이 없이 행동하였을 때 주변 사람이 불편하고 불쾌할 수 있는 상황들이다.

종종 아는 분들과, 빠른 산업화로 우리나라 사람의 유전자가 다른 사람을 경쟁의 상대로만 인지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대상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능력이 빠진 유전자로 변형된 것이 아닌가는 농담을 한다. 무신경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실제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은 이리저리 뛰는 아이를 사랑스럽게만 보는 부모를 보면 ‘정말 유전자가 변형이 되었어’ 라고. 내가 남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나 또한 다른 사람에 사람이 아닌 물질로 취급받는다는 이야기이다.

일본 부모의 자녀 교육의 첫째 목표은 사회에서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부모의 교육 목표는 효도라고 하는데 이러한 자녀교육 철학이 왜곡되어 나만 생각하는 사람을 만든 것은 아닌지? 농촌사회의 여유로움에서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도 없이 산업사회와 정보사회에 던져진 우리는 어떤 측면에서 모두 가해자이고 피해자이다. 산속에 들어가 살지 않는 한 누구나 다 이 사회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의 열쇠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능력이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음을 생각하고 행동하면 아파트에서 축구공놀이하는 자녀를 그냥 두고 보게 되지 않을 것이고, 엘리베이터에서 뛰는 어린이가 없을 것이며, 운전 중에 깜박이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을 위험에서 보호하게 될 것이다.

전에 살던 아파트의 윗집은 밤 열시를 넘어야 귀가하는 가족이었다. 3-4살 짜리 어린이가 있었는데 열시 넘어 부모와 함께 귀가하는 기쁨에 약 한 시간은 집을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하루 종일 떨어졌던 부모와 만난 기쁨에 뛰는 소리가 ‘어린 적 집의 천정에 몰려다니는 쥐소리 같구나. 빨리 크기를 바랄 수 밖에’ 하면서 잠을 청했던 기억이 난다. 유아를 둔 가족이 아파트에 살면서 예민한 아랫집을 만나는 것도 힘든 일 중 하나이다. 부모가 교육을 시켜야 하겠지만 3-4살 어린이가 있는 집의 아랫집은 당장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가진 이웃이 있구나 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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