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정을 환수한다고 한다. 일본에 1918년 뺏긴 육각정을 고양으로 다시 가져오자는 것이다. 시는 이를 ‘고양600년’을 맞아 고양역사 복원사업의 하나로 정했다.

환수를 위해 시는 방문단을 꾸려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를 방문했다. 최성 시장의 친서도 전달됐다. 방문하던 날 실시간으로 시장과 방문단 사이의 긴밀한 의사 교환이 있을 만큼 나름 긴장된 하루였다. 이와쿠니시 모미지타니 공원에 있는 육각정은 일본의 의해 잘 보존돼 있었다고 한다. 이와쿠니시는 20년 전 육강정을 대대적인 보수를 했고 2년 전에도 재보수를 했다. 일본시민들은 원래부터 모미지타니공원에 있었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시가 환수의사를 전달하자 이와쿠니시측은 즉답을 회피했다. 원론적인 대답만 했다. 고양시의 공식적 육각정 환수 요청에 대해 적잖이 놀란 모습을 보였단다. 그쪽의 답변 요지는 ‘환수 요청이 왔으니, 고양시와 이와쿠니시가 서로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하자’는 것이다. 외교적 수사를 걷어내면 ‘육각정, 안주겠다’는 의미다. 돌아오는 길에 방문단은 이와쿠니시 여직원으로부터 ‘육각정 환수 요청이 너무 갑작스러웠다’는 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고양에서도 나름대로 환수를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육각정이 원래 있던 고양동 벽제관지 터 앞에서 결의대회도 했다. 환수를 위한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시의원들도 이번 임시회에 육각정 반환 촉구 결의안을 채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공허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육각정 환수는 옆집에 빼앗긴 장독을 가져오는 게 아니다. 일본 이와쿠니시를 상대해야 하고 시간적으로 95년 전의 잘못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우리는 늘 보란 듯이 규탄하고 촉구한다. 규탄하고 촉구하는 마음,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규탄과 촉구의 목소리가 크면 현해탄 너머 그쪽까지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육각정 환수라는 당위성에 비해 전략은 너무 안이하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환수를 위해 육각정이 일본으로 건너간 원인과 경로에 대한 규명, 한국에서 갈 때 육각정의 원자재와 이와쿠니시 보수내용 규명, 벽제관 내 육각정의 위치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으로도 모자란다. 그쪽을 설득할 수 있도록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

육각정을 환수는 ‘고양600’년이 되었기 때문에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는 이 일은 빼앗긴 1918년부터 계속 이뤄졌어야 하는 일이다. 긴 시간을 가지고 치밀한 전략으로 맞서야 되는 일이다. 육각정 환수가 정치적 제스처가 아님을 믿는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