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사막 등 중국과 몽골의 황토 지대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가 그 주인공이다. 중국 서북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막화에 힘입어 점점 그 농도와 강도가 세지고 발생 횟수도 잦아지고 있다. 황사가 지나간 곳은 꼭 화장을 한 것처럼 온통 누런색으로 바뀐다. 이런 걸 두고 자연의 화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화장을 하면 예뻐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황사로 도포된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이는 거의 없다.

황사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될 수 있는 한 바깥출입을 삼가고 지나가길 기다리거나 부득이 활동해야 되는 사람들은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조심스레 움직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이처럼 황사를 싫어하는 원인은 간단하다. 황사에 섞여 있는 중금속 등이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상에는 황사처럼 꾸밈과 첨가를 통해 더 안 좋아 지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뭔가 꾸미면 더 아름다워지고 첨가하면 더 맛있어 지리라는 고정관념은 현대사회를 지배하며 꾸밈과 첨가에 의한 결과물들을 배출해 내고 있다. 음식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맛을 위주로 음식을 평가하는 풍토에서 상업적 성과를 내야하는 음식점들은 앞 다투어 조미료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러선 조미료에 의지하지 않고는 장사를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로 인해 필자처럼 화학조미료에 길들여 지지 못한 사람들은 고역을 치르게 되었다. 음식점 음식을 먹기만 하면 배탈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얼 먹기는 먹어야 되는 형편이라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최면을 걸고 먹을 수밖에 없다. 조미료에 의존하지 않는 음식점이 드무니 이걸 따지다간 굶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5가지 맛은 사람들의 입맛을 상하게 한다’고 주장하며 위(僞)의 해로움에 대해 말한 노자의 주장이 마음에 와 닿는다. 여기에서 맛을 상하게 한다는 것이 바로 화학조미료 맛을 말한 것 같아서이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음식 먹는 거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어려서 배울 때 사람을 가려 사귀라는 엄한 가르침을 받은 필자는 진실 되지 못한 사람과 사귀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러나 거짓말 한 두 번 했다하여 절교를 하다간 외톨이가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 해서 진실 된 사람과 오래 사귀고 싶은 바람이 포기되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음식점을 찾는 것과 같은 순수한 바람으로 좋은 사람을 찾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니 말이다.

 그렇다 하여 꾸밈과 첨가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천연재료를 써서 만든 천연조미료처럼 맛도 내고 몸에도 좋은 첨가도 있고, 사람을 사귈 때 그의 슬픔을 보고 함께 슬퍼하고 그의 즐거움을 보고 함께 즐거워하는 것처럼 좋은 꾸밈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마음을 가졌느냐 나쁜 마음을 가졌느냐에 따라 꾸밈과 첨가도 이처럼 각각 다른 결과를 낳으니 좋은 사람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세상이 각박한 요즘 사람에 대해 실망하다가도, 혹 착한 사람을 만나면 금방 행복해지는 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모진 독풀도 봄 싹엔 독이 없다한다. 봄 쑥을 캐다 부침개를 부쳐 먹으며 스스로 봄 싹과 같아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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