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사는 집은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변두리의 전원주택이다. 아이들 건강을 고려해서 일찍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마당에는 소나무, 향나무, 전나무 등 침엽수가 잔뜩 심겨 져 있다. 사시사철 푸른 모습이 보기 좋아 매년 봄철이 되면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나씩 심어 놓은 결과이다.

아내는 유실수나 채소를 많이 심자고 성화지만, 몇 평 안 되는 정원에다 밭농사를 짓는 것이 마뜩치 않아 버티다가 몇 해 전, 생색내기용으로 감나무 한그루 심고, 채소를 좀 가꾸고 있다. 평화로운 전원주택인데 마당을 둘러싸고 소소한 갈등이 일어나곤 한다.

대선이 끝난 지도 여러 달 지났다. 선관위에 몸 담고 있는 공무원으로서 선거판의 첨예한 대립양상을 피부로 느낄 수 밖에 없는데, 이번 대선과 같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큰 선거의 경우 그 후유증이 더 심한 것 같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고 축제의 장이라지만, 국민통합 보다는 분열을 확대 재생산시키는 역기능 또한 있는 듯하다. 선거를 매개로 하여  이념간, 세대간, 지역간 갈등이 심화되어 서로를 헐뜯고 상처를 주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비단 선거만의 문제는 아니다. 눈을 우리 사회로 돌려보면  ‘눈에 핏발이 서 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원론적으로 갈등이 있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적절한 수준의 갈등은 보다 나은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동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임계점을 넘어 선 갈등은 서로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사회적 분열을 야기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갈등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즉 역지사지의 정신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양자물리학자인 존 해길린 박사는 “행복한 생각은 근본적으로 행복한 생체 화학반응으로 이어지고, 이는 행복하고 건강한 몸으로 이어진다. 부정적인 생각과 스트레스는 신체와 뇌 기능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는 점이 밝혀졌다. 우리 몸을 계속해서 만들고 다시 구성하고 재창조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생각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했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도 사람이 하고 문화도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 분쟁이나 다툼 보다는 긍정적인 생각, 평화, 조화에 집중해 보자. 인간의 말이나 생각에는 에너지가 있어서 서로를 간섭하고 영향을 미친다.

만개한 봄이 오기 전에 마당에다 아내가 좋아하는 매실나무도 심고 먹거리 채소 씨앗을 가득 심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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