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행주에 있는 한강에서 웅어가 잡혔다. 웅어는 3월에서 5월 사이에 잡히는데,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잡은 웅어를 짚으로 엮어 자전거에 싣고 마을마다 팔러 다니는 아저씨가 있었다.

 어릴 때라 웅어 맛은 잘 몰랐지만 어머니는 웅어를 사서 소금에 뿌려 구워주시고는 했다. 그런 웅어가 이제는 추억 속의 물고기가 되고 말았다. 웅어 뿐만이 아니라 당시에는 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행주의 강에 서식했다. 웅어를 비롯하여 모래무지, 빠가사리, 뱀장어, 참게, 숭어, 은어, 동사리, 누치, 꺽지, 쏘가리, 버들매치, 황복, 잉어, 메기 등과 고운 모래톱 속에는 재첩이라는 민물조개와 다슬기도 있었다.

 여러 종류의 물고기 중 특히 웅어는 고양 행주의 특산물로서 1755년에 발간된 고양군지의 기록을 보면, 조정에서 웅어를 잡기 위하여 사옹원의 분원을 행주에 두고 잡은 웅어를 석빙고에 보관했다가 왕께 진상품으로 드렸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행주에는 당시의 석빙고 자리와 돌방구지, 행주 나루터가 남아 있기도 하다. 또한 행주의 아름다운 정경은 겸재 정선의 ‘행호관어도’(杏湖觀漁圖)에 잘 표현되어 있다. 이 그림을 보면 14척의 배가 행주강에서 웅어를 잡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어 당시에도 웅어를 잡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런 행주의 강과 풍경이 지금은 상전벽해가 되다시피 변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렀으니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으나, 좋은 쪽으로 변해다면은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러지 않으니 문제인 것이다. 각종 물고기가 서식하던 강은 생태계가 변하여 웅어는 물론이고 많은 종류의 어류들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풍광이 수려하던 행주의 옛 풍경은 간 곳이 없고 식당과 술집만 즐비하다.

 행주는 단순히 고양시 관내 어느 한쪽에 붙어있는 마을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우리 고양시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 문화재인 임진왜란 삼 대첩의 한 곳인 행주산성이 있고, 행주서원과 그곳의 특산물인 웅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행주가 개발의 논리에 밀려 역사적이고 문화재적인 가치보다는 영리 추구를 제일로 하는 상업지구로 전락 되어버렸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엘리어트라는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다. 물론 시인이 시에서 표현한 잔인한 달의 의미는 다르겠으나, 우리의 4월은 잔인하다. 북한의 핵 위협과 전쟁 위협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고, 날씨마저도 4월 답지 않게 진눈깨비가 내리고 기온이 낮아 과수 농가들은 냉해 피해를 호소한다. 사회도 정치도 불안정한데다 날씨마저도 이러니 모든 것이 불안하다.

 그래도 때가 되니 꽃은 피어난다. 자연의 섭리는 오묘해서 때가 되면 잎이 나고 꽃이 피는 것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이 최상의 자연보호이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자연에 손을 대니까 자연이 파괴되고 환경이 오염되는 것이다. 강은 본래의 강 그대로 놔두어야 강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탐욕이 강을 그대로 놔두지 않고 모래와 골재를 파내고 수중보를 만들어 강의 생태계를 파괴해 버렸다, 그러다보니 강에 서식하던 물고기와 조개류들이 자취를 감추어 버린 것이다.

 지구의 멸망은 환경 파괴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 역시 환경 파괴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엔 많은 비와 겨울의 모진 추위 등이 다 그 원인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제부터라도 강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자. 수중보를 없애고 갈대를 심고 더 이상의 모래와 골재 채취를 금해야 한다. 그리하면 자연의 복원력은 놀라워서 우리 곁에서 사라졌던 물고기들이 다시 강을 찾을 것이다. 물론 웅어도 돌아올 것이다.

김 종 일(동화작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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