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사회 문화 만들기 2 -그 길 밖에 없었니?-

학교폭력으로 고통을 받던 학생이 또 목숨을 끊었다. 그동안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한 방안으로 상담교사 배치하고 학교에 경찰을 배치하고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물리적 조치를 하였지만 폭력을 당하는 당사자를 보호하기에는 무력하였다. 청소년의 자살 사건을 대하면 마음이 아픈 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기에 사회가 보호할 책임이 있는 미성년이라는 사실이다. 장애가 있어서, 너무 순해서, 기가 죽어서, 다른 여러 친구와 생각이 달라서, 외모가 달라서, 집이 가난해서, 조금 잘난 척해서, 약간 허풍을 떨어서 따돌림을 받고 폭력을 당한다.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피해 학생의 유서 내용이다. 대부분의 자살학생이 유서에 부모님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실이 가장 미안해야 하는데 그 사실보다는 못난 자식이어서 미안하고 잘나지 않았기 때문에 폐를 끼치는 것이 미안해서 부모에게 가장 미안한 길을 택하는 것이다. 자살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청소년이 겪어야 마음의 갈등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리다. 휴지가 되어버린 자존심, 도움을 청할 생각도 못하는 무력감, 본인이 학교폭력의 대상자가 되어 상처를 입은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하지만 그 길 밖에 없었을까? 정말 도움을 청할 사람이 그렇게 없었을까? 선생님, 친구 부모님, 옆집 아주머니, 지나가는 주민, 학교 앞 문방구 아저씨, 간식집 아주머니...  그 어느 누구도 없었을까? 
 
학교폭력으로 자살하는 학생이 생기면 대중매체와 여론은 책임을 전가하듯 학교 당국을 강렬히 비난한다. 다음으로 은근히 희생된 학생의 부모에게 비난의 눈길을 보낸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자녀가 학교 폭력을 당하면 가족 모두가 폭력을 당하는 것이고 함께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자녀를 키워 본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사회제도적 보완이 미비한 우리 현실에서는 피해학생의 부모가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는 정서적 강함과 사회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자녀를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의 가족은 그리 강하지 못하며 주변에서 피해가족을 돕기보다는 내가 아닌 것만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은 학생가족에게 상처를 준다. 자녀의 학교폭력은 가족의 상처가 되고 가족의 상처는 폭력 피해학생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어 폭력 피해학생이 도움을 청할 곳이 없기에 부모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다.

아는 초등학교 선생님 한 분이 어느 날 늠늠한 청년의 방문을 받았다. 청년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매일 울면서 다녔던 시절에 선생님의 따뜻한 한마디와 손길이 마음의 기둥이 되고 힘이 되어 어린이를 지켜주고 소년을 성장시켜 건강한 청년이 되었음에 감사하는 꽃바구니와 함께...  물론 그 선생님은 기억을 못하는 말이고 그냥 지나가는 손길이었지만 청년에게는 평생을 지켜주는 힘이 되었던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힘은 누군가의 따뜻한 말과 관심이다. 어른의 관심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보호한다. 친구의 가방까지 힘들게 들고 가는 초등학교 학생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왜 친구 가방까지 들고 가니? 각자 가방은 각자 들어야 하겠지? 친구인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하면서 친구에게 가방을 건네도록 하여 자연스레 폭력 상황을 해결해주는 동네 아주머니의 관심이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 또한 보호하는 첫걸음이다. 또한 피해학생 가족 주변에서 함께 분노와 아픔을 나누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마음이 가족을 돕는 것이고 피해학생을 돕는 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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