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들 덕이동 ‘텃밭농장’ 일구는 엄미애 대표

▲ “전호나물, 눈개승마, 산마늘 등 몸에 좋은 산야초를 키우는 기쁨이 크다”며 엄미애 대표가 전호 나무를 살피고 있다.

울릉도 산자락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호나물, 눈개승마, 산마늘을 덕이동에서 성공적으로 재배한 사람이 있다. 일본 기모노에 수놓아지는 문양과 실크 스카프를 만들며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15년 동안 열정을 쏟았던 엄미애(49세) 대표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엄 대표는 우연히 성당을 통해 나간 봉사활동에서 풀과 열무를 구분 못해 뾰쪽하게 올라온 것을 모조리 뽑아버릴 정도로 농사일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결혼 7년 만에 직장을 과감하게 접었다.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래머였던 동갑내기 남편 이영재씨와 외동딸을 키우며 전원 속에서 생활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2년 전부터 엄 대표는 농업을 선택했다. 엄 대표는 상추, 얼갈이, 바질을 재배할 뿐만 아니라  4년 전부터는 우리네 산자락과 들판에서 서식하고 있는 산야초도 재배하고 있다. 엄 대표는 또한 울릉도에서 자라는 전호나물, 눈개승마(삼나물), 산마늘, 심지어 사람의 발길이 닫지 않는 DMZ 지역에서 서식하는 흰민들레도 재배하기 시작했다.

씀바귀처럼 쌉싸르한 맛에 데치면 약간 단맛이 나고 아삭함을 느낄 수 있는 전호나물은 한겨울의 찬바람을 견디고 울릉도에서 제일 먼저 봄을 알려주는 약초나물이다. 전호나물은 칼슘·칼륨·비타민C가 다량 함유되어 있고, 혈액을 맑게 하며, 가래와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눈개승마(삼나물)는 고기·인삼·두릅의 3가지 맛이 나고, 잎이 산삼처럼 생겼으며,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어서 삼나물이라 부른다. 칼슘·인·철분·단백질이 들어 있고, 육개장·생선조림 등에 넣으면 고기처럼 쫄깃한 맛을 내는 눈개승마는 뇌질환·타박상·피곤으로 아픈 머리 통증을 줄인다.

마늘 냄새가 나는 산마늘은 자양강장을 돕고 고혈압, 동맥경화를 줄이는 데 효능이 발휘한다. 번식이 쉽지 않은 흰민들레는 신장염·구내염·편도선염·류마티스를 다스리고 머리를 검게 하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바질은 키친허브의 대명사로 항균 작용을 한다.

상추는 요즘에는 시설채소로 보편화되어 한겨울에도 먹을 수 있지만, 원래는 천금을 주고 산 채소라 하여 ‘천금채’라 한다. 또한 정력을 좋아지게 하여 남이 보이지 않게 숨겨서 가꾸는 채소라 하여 ‘은근채’라 부르기도 한다. 상추는 빈혈·변비통증에 효험이 있다.

이렇게 엄 대표의 손길에 의해 우리 몸을 튼튼하게 하는 산야초와 채소들이 고양땅에서 정착하게 됐다. 엄 대표는 “산야초들이 잠을 깨고 새싹을 움틔울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느긋하게 기다렸다”고 했다.

엄 대표가 재배한 채소 중 전호나물은 이번 봄 가락동으로 출하했다. 눈개승마와 산마늘은 현재 고양땅의 풍부한 영양분을 먹고 튼실하게 자라고 있어 아마 내년쯤 세상 밖으로 나가 손님을 찾을 전망이다.

지난해 태풍의 영향으로 ‘텃밭농장’ 하우스의 피해가 심했는데도 6만원의 보상금만 나왔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엄 대표는 산야초를 키우는 보람으로 마음을 달래며 1700평에 농사짓고 있다. 그는 “우리 산야초로 효소와 장아찌를 만들어서 보급할 예정이다”고 소박한 꿈 한자락을 들려줬다. 그리고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며 반듯하게 자라서 지금은 경희대 중국어과에 재학 중인 딸이 대견하다”며 딸자랑도 빠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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