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 저널에서나 볼 수 있을 민망한 사건이 한동안 나라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애써 피해보려 해도 피해지지 않을 정도다. 사건 당사자는 말 할 것도 없고 방미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려 했던 사람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 일 터이다.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인 나도 참 괴롭다. 공적인 위치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라도 좀 우아하고 신사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낡은 옷일망정 깔끔하게 차려 입은 자존심 높은 선비 같은 이미지를 요구한다면 무리일까. 조직 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선 이해 못할 부분도 많겠지만 우리 사회 접대 문화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을 보며 자성하자는 소리도 내는 걸 보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25여 년 전쯤 어떤 이가 나를 보고 심각하게 술을 끊으라고 말했었다. 사실 난 술을 즐기는 사람도 못되었지만 사람을 만나는 데 술을 못 마셔서는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술을 끊을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몹시 술에 취해 그날 있었던 일도 기억 못하는 나를 보면서 이래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들어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난 다른 사람에 비해 술에 약하다는 걸 절감하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술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자주 보던 이들은 나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그간 하던 대로 술을 권했지만 인정해 주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요즘엔 어지간해서는 술에 취하는 일이 없다. 그랬더니 하루가 좀 더 길어진 것 같다. 책 볼 시간도 늘었고 취미생활 시간도 늘었다. 얼마 전 어느 개그맨이 다른 동료 개그맨에 대한 평가를 하는 걸 보면서 한참 웃으며 공감을 했었다. 얘기인즉슨 어느 여자 개그맨이 이미 결혼한 평판 좋은 개그맨이 결혼 전 자기를 만났으면 분명 자기를 좋아했을 거라 호언을 했다. 그랬더니 옆자리에 있던 동료가 저 사람은 항상 제정신이라 안 되었을 거라고 한 것이다. 술에 약한 남자들이 술에 취해 벌이는 일을 단편적으로 반증한 셈이다.

우리 사회는 어찌 된 일인지 술에 취한 범죄자들을 이해해주는 편이다. 사실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 인 만큼 그건 이해 할 일이 아니라 더 가중치를 두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 각국이 달라지는 주변 환경에 맞추기 위해 다들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때이다. 가장 열심히 변하려고 하는 이들은 일본인들인 것 같다. 오랜 세월 세계 일류라는 자부심으로 버텼지만 이제는 스마트한 시장에서 그저 낡은 기술로 옛날 영화만을 추억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다시 회복할 수 없는 큰 사고를 당한 마당이니 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수상이라는 자가 앞장서서 옛날,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던 그 시절 일본으로 돌아가 보자는 억지 변화를 주장한다. 지나 온 역사를 부정하고 반성하지 않는 한심한 작태다. 그러나 젊은이들 사이에선 낡은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보자고 격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일본이 옛 영화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애쓰는 모습은 인정할 만하다. 그런데 한국의 권력자들은 되지 못한 권위주의로 여성의 인격을 무시하고 함부로 하는 처사로 세계의 꼴불견이 되고 있다.

아베 같은 모습이다. 이래선 안 될 일이다.
이제 우리도 다시 생각하고 결심해야 할 때가 아닌가싶다.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부터 그간의 행태를 과감히 끊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 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노자는 절학무우(絶學無憂)라고 하셨다. 배움을 끊으면 근심 걱정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아직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게 아는 게 없어 배움을 끊을 순 없지만 술 정도 끊는 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늘 온전한 정신으로 세상을 살 수 있다면 지금 같은 혼돈은 좀 줄어들 것이다. 무엇이든 과감히 끊지 않으면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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