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레스토랑 피노 & 카페 애니골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노에선 테이블에 세팅된 포크 나이프 스푼이 정말 탐이 난다. 날렵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마음을 뺏겨 슬쩍 가져가는 손님도 간혹 있단다. 2011년, 배순교 대표가 포르투갈에서 직수입한 이 세트는 가격도 만만찮아 웬만한 레스토랑에선 내놓기 쉽지 않은 제품이다. 피노의 건물, 정원, 물컵, 그릇 하나하나가 예술품 같다. 조각가 부부가 차린 레스토랑답다.

그날 식재료에 따라 전채요리 메뉴 결정
 피노는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광고 없이 입소문으로 찾는 곳’이 됐다. ‘작품같은 레스토랑’으로 알려지면서 각종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피노를 다녀간 블로거들 덕분’이라는 게 남편 김희성 대표의 말이다.
“이탈리안 요리는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운영이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가격을 내리면 품질을 하향 평준화할 수밖에 없죠. 그야말로 장삿속으로 음식을 내야 하죠.”(배순교)
 부부가 고집하는 건 최상의 식재료다. 이곳 식재료는 아침마다 그날 쓸 분량만 배달된다. 그러다 보니 소량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부가비용을 부부는 기꺼이 감수한다. 대신 손님 테이블엔 늘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가 놓인다. 전채요리는 그날그날 들어오는 재료에 따라 메뉴가 결정된다. 랍스타는 냉동이 아닌 살아있는 것으로 요리한다. 화학첨가물 없이 직접 만든 소스와 피클, 제빵사가 아침마다 굽는 빵까지, 이곳에선 어느 것 하나 소홀한 맛이 없다.

사람과 자연이 소통하는 공간
 조각가로 살아온 김희성·배순교 부부가 레스토랑을 낸 건 풍동 애니골에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이는 18년 전, 작업실을 찾아 이곳에 들어설 때부터 부부가 지녀온 꿈이기도 하다. 규모가 제법 큰 작업실과 터를 사랑방 분위기로 꾸미기 위해 부부는 정원에 많은 공을 들였다.
 “어디에 앉아 음식을 먹든 나무와 꽃, 풀이 보이길 바랐어요.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애니골은 고즈넉한 전원공간이었지만 요즘엔 주변에서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들어요. 이곳만이라도 사람과 자연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작업실로 쓸 때부터 가꿔온 자연물과 정원은 가능한 한 그대로 두고, 레스토랑 안에서 자연물이 보이지 않는 곳에는 따로 정원을 꾸몄다. 레스토랑 외벽은 통유리로 마무리했다. 방문할 때마다 자리를 옮겨 앉으면 예술가 부부의 손길이 닿은 메타세콰이어, 소나무, 수국, 제철 꽃 등을 번갈아 즐길 수 있다.

문턱 낮춘 사랑방, 애니골
 부부는 지난해 9월, 두 번째 ‘작품같은 레스토랑’으로, 피노 옆에 카페 ‘애니골’의 문을 열었다. 피노 운영철학을 고스란히 옮기면서도 가격 부담을 낮춘 다이닝 카페다.
 “피노가 대접 받는 음식이라면, 애니골은 여럿이 함께 어울려 먹는 음식이에요. 홍콩에서 온 신창록쉐프가 준비하는 제3국 요리를 중심으로 한 단품 요리 외에 바비큐세트처럼 다섯 명 이상이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있어요. 분위기는 자유롭고 캐주얼해요.”(배순교)
 피노와 같이 이곳에선 제빵사가 매일 아침 굽는 빵이 나온다.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에도 직접 만든 쿠키를 곁들인다. 생강, 레몬차 등의 차도 직접 담근다. 카페의 외벽은 피노와 마찬가지로 통유리다. 이곳에선 마주앉는 대신 옆으로 나란히 앉은 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창밖 경치를 혼자 보기엔 아까워서다.
 “카페 애니골은 문턱을 낮춘 피노예요. 내놓는 요리는 다르지만, 피노를 만들 때 가졌던 마음과 뜻을 다시 한 번 모은 우리 부부의 공동작품이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교감하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피노 파스타 15,000원~25,000원, 피자17,000원~22,000원 점심코스 20,000원 부터
카페 애니골 12:00~24:00 브런치, 인도커리, 돈부리, 팟타이,  해물볶음우동, 도리아,스테이크,바베큐 파티세트 등 점심세트 13000원 부터
주소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613-3
문의 피노 031-903-5904, 카페 애니골 031-90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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