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비롯 언론계 학계에 똬리 튼 기득권층의 도덕성 상실과 오만이 판을 치고있는 이 때 강현석 시장의 사과문 발표는 신선함을 주고 있다. 강시장은 요즘 논란이 되고있는 노상유료주차제 시행을 수정하면서 시청사이트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당연히 해야할 조치를 했을 따름인데 우리는 왜 감동 받는가. 우리는 이러한 진솔한 사과를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행정가들은 분명히 잘못된 일을 저질러놓고도 슬쩍 넘어가거나 변명을 일삼다가 여론에 주목되거나 법에 심판을 받을 때 마지못해 유감이니 하면서 책임을 떠넘기곤 하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강시장은 전 시장이 기획한 것을 취임하자마자 집행하게 되어 몰매를 맞은 것도 억울할 텐데 공개적으로 '죄송합니다'라는 용어를 써가며 사과문을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

강시장은 취임사에서 민원실 옆으로 시장집무실을 옮기겠다는 공약사항을 예산 등 이유로 포기하게됨을 '공약을 지키라고 명령하시면 애초 약속대로 지키겠습니다'고 밝히고 양해를 구한바 있다. 벌써 두 번째 사과인 셈이다. 그러나 밉지 않은 것은 그만큼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솔직히 사과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오히려 용기일 수도 있다. 이러한 반성은 앞으로는 더욱더 약속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각오로 받아들여진다. 공무원들은 최고 수장의 뼈아픈 사과를 치욕으로 받아드리며 더욱더 치밀하게 기획하고 시민의 여론을 듣는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

우리는 이익집단의 압력에 굴복한 '밀어붙이기'식 행정에 진저리나있다. '시민이 들고일어나도 할 수 없다'라는 오만도 보아왔다. 아직도 시민은 계도 대상일뿐이라는 군사문화의 잔재를 걷어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일일이 주민의 의사를 묻고 어떻게 일을 집행할 것이냐는 집행부의 볼멘 소리도 들어왔다.

이런 시점에서 신임 강시장의 용기 있는 결단은 지방자치제를 한층 성숙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강시장은 시민과 함께 하는 열린 행정을 모토로 삼았다. 취임초기의 순순한 마음 꿋꿋이 지켜 다소 집행이 늦어지더라도 시민들과 함께 공통 분모를 찾으려는 인내심을 잃지 말아주길 바란다. 강시장의 이번 조치는 행정 실패를 탓하기보다 향후 정치 풍향계를 가름할 수 있는 단초를 엿볼 수 있어 흐뭇하고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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