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음악의 만남<4> 헨릭 입센 / 프로스페르 메리메 / 죠르주 비제 <카르멘>

문학은 음악을 만나 또 하나의 새로운 예술형태로 태어납니다. 그리하여 자칫 잊혀져버릴 뻔했던 작품이 신선한 감동으로 되살아나는 경우를 만나게 됩니다. 즉 문학과 음악의 만남이라는 매력적인 결합을 통해 우리는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맛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 아름다운 만남의 감동을 음미하기 위하여 연재를 시작합니다. <필자주>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는 오페라의 제왕 베르디의 위대한 작품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오페라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서슴없이 내세울 수 있는 오페라가 있다면 비제의 <카르멘>일 것이다. 베르디와 함께 탄생 200주년을 맞는 바그너의 여러 오페라들이 소수의 마니아들에게만 사랑받고 있음에 비해 <카르멘>은 다양한 계층의 애호가들을 흥분시키는 매력적인 오페라임에 분명하다.
끝없이 전개되는 이국적인 선율, 팜므파탈의 대명사 같은 카르멘의 제어할 수 없는 열정은, 설혹 그것이 빗나간 열정이라 하더라도 이 오페라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하나의 필요충분조건을 제공해 준다.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그것이 오페라 <카르멘>이다.

메리메의 중편소설로 탄생
이 감감적인 오페라의 원작자는 프랑스 낭만파 시대의 소설가 프로스페르 메리메(Prosper Merimee, 1803-1870)다. 장편소설보다는 주로 중편소설에 치중하여 지극히 사실적인 필치로 그려나간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1845년에 발표한 <카르멘>이다.

메리메는 박학다식한 천재였고, 여러 나라 말에 능통한 관리이기도 했다. 그가 특히 관심을 보였던 분야는 각국의 역사와 고고학이었으며,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대한 답사와 연구는 전문가를 무색케 할 정도였다.

스페인 최남단의 안달루시아 지방은 800여 년 동안이나 스페인을 지배했던 아라비아제국의 흔적이 가장 뚜렷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그라나다, 세빌리아, 코르도바, 말라카, 지브랄타 등의 도시들이 아라비아의 유적을 많이 남기고 있는데, 그라나다는 그 대표적인 도시다. 이들 아라비아풍의 도시들이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특색이라면 집시족이라고 부르는 유랑민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지방은 다양한 이질문화들이 풍성하여 스페인 북부지방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메리메가 프랑스 정부의 사적(史蹟) 감독관이란 자격으로 이 지방을 집중 탐구한 것은 그의 문학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코르도바를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집시여인들의 애환은 그를 자극하여 문학작품으로 옮기는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소설    <카르멘>은 이와 같은 지역적 배경과 작자의 관심에 의하여 잉태되고 출산된 독특한 소재의 중편소설이다. 메리메는 이 소설을 구상하면서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실제로 있었던 한 사건을 그 기본 소재로 삼았다. 즉 아무 남자에게나 정을 주면서 관계를 맺는 집시 출신 애인을 칼로 찔러 죽여 버린 한 청년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카르멘이란 집시여인은 허구의 인물이다. 다만 메리메가 코르도바의 어떤 술집에서 만난 매력적인 집시 여자 카르멘시타(Carmencita)에서 이름을 따왔을 뿐이다. 이 여인의 인상을 바탕으로 하여 실재했던 사건을 줄거리로 삼아 그의 나이 42세 때 발표한 작품이 <카르멘>이다.

 비제의 최후의 오페라

▲ 죠르주 비제
그러나 메리메의 원작 소설을 죠르주 비제(Georges Bizet, 1838-1875)라는 천재 작곡가가 오페라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세계인들의 친근한 이름으로 남아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제가 오페라 <카르멘>을 발표한 것은 그의 최후의 해인 1875년이다. 소설이 태어난 지 30년 뒤에 오페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비제는 원작소설의 무대인 코르도바를 세빌리아로 바꾸어서 오페라를 진행시키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 약간의 수정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메리메의 원작소설의 흐름에 충실히 따르면서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박진감 넘치는 음악의 진행을 멈추지 않는다.

주인공 카르멘이 부르는 기교적인 아리아 ‘하바네라’를 비롯하여, 호세가 부르는 ‘꽃의 노래’도 새겨들을 만하다. 그런가 하면 전관현악의 반주에 따라 크게 불리는 합창음악 ‘투우사의 노래’도 이 오페라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유명한 대목의 하나다.

그러나 1875년 3월 3일 파리의 오페라 코믹 극장에서 이 오페라가 초연되었을 당시에는 청중들 반응은 환호하기 보다는 오히려 저항적이었다. 지금까지 화려하고 감미로운 오락적 오페라에만 길들여져 온 파리 청중들이 어느 날 갑자기 피가 뚝뚝 흐르는 <카르멘>을 보았을 때 그 거부감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거듭될수록 <카르멘>은 점차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되어 마침내 베르디, 푸치니의 것과 더불어 ‘세계3대 오페라’의 영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질투의 화신이 되어 카르멘의 가슴에 칼을 꽂는 돈 호세의 열정은 이 오페라를 감상하는 데 반드시 곁들여져야 할 요소다. 그와 함께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차지하는 삼각의 애증관계도 극적인 매력을 더해준다. 메리메는 1870년 남프랑스 칸느에서 죽었기 때문에 자신의 소설이 오페라로 상연되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작곡가 비제 역시 <카르멘>이 초연된 지 불과 3개월 뒤에 33세로 요절하여 자신의 최후의 오페라가 크게 성공한 것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원작자는 죽어 칸느에 묻혔고, 작곡가는 죽어 파리에 묻혀 있지만, 그들이 쓰고 작곡했던 <카르멘>은 오페라 무대를 휩쓰는 최고의 레파토리가 되어 오늘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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