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욱섭 고양시의사회장

▲ 20여 년 간 원당시장에서 ‘심소아과’를 운영한 심욱섭 고양시의사회장은 쿠폰을 통해 어르신들이 가까운 동네병원을 찾게하는 ‘진료우대권’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어르신 진료우대권’ 제안
중복처방이 갖는 문제
바로잡아 장관상  
원당시장서  20여 년
병원 운영하며 환자 돌봐

“이은만 대표님이 신문을 가지고 오셨어요. 이런 좋은 제안을 원장님이 하셨냐고 물어보시며 좋아하시더군요. 요즘 우리 병원에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보기 위해 진단서를 떼러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혜택을 다 받지 못합니다. 예산 때문입니다.”

심욱섭 고양시의사회장은 기자가 앉기도 전부터 최근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어르신 진료우대권 제공’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심 회장이 참여하고 있는 고양어르신 건강정책연구모임은 5월 3일 ‘고양시 어르신 건강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고양시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50%이내 어르신에게 매월 1~2회 동네의원 진료우대권을 제공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영숙·김경희 시의원들은 이러한 내용의 조례안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의 경우 대부분 사전에 약을 먹고 치료를 했으면 그렇게까지 악화되지 않았을 겁니다. 왜 병원에 자주 가시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모두 돈이 없어서라고 해요. 보건소에 가자니 교통비가 더 든다는 거죠. 가까운 동네 의원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1500원 쿠폰을 발급하자는 거죠. 그렇게 되면 고양시에 520여 개의 보건지소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이 쿠폰은 다른 곳에 못쓰니 병원에 자주 가게 되죠.” 우대권 제공으로 예상되는 비용은 7억여원이다. 심욱섭 회장은 현재 고양시민의 장기요양보험 수혜자 6000여명에게 900억원 이상을 지급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오히려 예산 절감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요양보험 수혜자가 1퍼센트인 60명만 감소해도 7억여원은 절약될 수 있다는 것. 병의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사전 예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고혈압·당뇨 환자들에게 1년에 12번 동네 의원을 이용하도록 진료비와 약값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안산, 부천, 광명, 하남시 등에만 지원되고 있다고. 

심욱섭 원장은 자칫 자신의 주장이 병의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추어질 것을 경계했다. 오히려 그의 주장은 초기 고양의사회나 의사들의 동의를 얻기가 어려웠다. 진료비보다 약값이 더 많은데 쿠폰을 사용하는 경우 환자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환자들을 위한 대의에 이제는 고양시의사회 회원들이 모두 동의해주고 있다고.

그러나 아직도 공직사회나 일부에서의 우려가 있어 조례 제정 등 제도화와 함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심욱섭 회장은 DUR(처방조제 지원시스템) 활용에 대한 공로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4월 28일 대한의사협회 총회에서 수여했다. 이에 앞서 고양시의사회가 보건복지장관 표창을 2012년 받았다. DUR은 병의원간의 중복 처방을 잡아주는 시스템이다.

“처음 보건복지부에서 시범 사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문제가 많았어요. 의사들도 불편해하고. 그래서 고양시의사회 회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시스템을 만들었죠. 준비기간 1년여를 거쳐 6개월동안 우리가 먼저 운영을 했습니다. 처음 6개월 동안은 갑자기 시스템이 다운되기도 하고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결국 우리가 제안한 시스템이 받아들여져 상용화됐습니다.”

환자들이 병의원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같은 약을 여러번 처방받는 일을 막는데 꼭 필요한 시스템이었다. 고양시의사회와 심욱섭 회장의 노력으로 2011년까지 관련 시스템이 완료돼 2012년부터 사용되고 있다.
고양시의사회 4년, 경기도의사회 3년. 그리고 다시 2012년부터 고양시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심욱섭 회장. 고양시의사회는 고양시 개원회원만 800명, 종합병원 1500명까지 포함하면 2300명이나 회원을 거느린 조직이다. 고양시의사회는 많이 모이면 4~500명이 모일 정도로 결속력이 뛰어나다. 고양동 희망맹아원, 자활원, 복락원 등의 의료봉사활동, 삼위교회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 고양동 빈곤층 어르신 무료급식과 도시락 배달 등 고양시의사회는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심 회장은 원당시장에서 ‘심소아과’를 통해 환자들에게 만난지 20년이 넘었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역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심 회장은 빈곤층 어르신의 어려움에 공감이 크다. 치료하던 치매, 당뇨병 환자가 갑자기 상태가 심각해져서 나타나면 “확 열불이 난다”고. 치료만 잘 했더라면 고칠 수 있는 병을 가난이나 무관심 때문에 심각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며 지역사회와 의사회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고양시에 약 1만여명의  치매환자가 있습니다. 매일 2명씩 1년이면 700여명씩 치매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치료가 늦어질 경우 10명 중 6명은 5년 내 급격히 악화되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제는 지역 사회 살면서 시민들과 어울려 살고 도와야지요. 우리 의사들은 저 같은 생각하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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