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고양중등 지회장 임정철씨

“방학 끝나고 학교에 가면 빡빡 깍은 머리를 보고 아이들이 놀랄 테지만 교육을 위한 열정 아이들은 이해하겠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고양중등지회장을 맡고 있는 임정철(42·사진)씨는 일산 저동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전교조의 경기도 교육감실에서 농성 중이던 지난 29일 교육청 정문 앞에서 삭발을 해 지금의 모습이다.

임 지회장은 “처음엔 교섭을 거부한 도교육감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무반응이었다”며 “교섭 내용도 임금협상보다는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방향인데 도교육청은 현장의 교원노조인 전교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구 사고방식을 아직도 고수하려 했다”고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27일에는 5시간 반을 청사내의 초등·중등교육과 등을 방문해 항의했지만, 업무방해를 한다는 성명서와 압력만 돌아올 뿐 면담에는 응하지 않았다.

매일 강행되는 항의집회에 지친 임 지회장은 “삭발하기 이틀전, 농성장 한켠에 자면서 삭발을 하는 꿈을 꿨는데 크게 웃으면서 잠에서 깼다”며 “그때만 해도 삭발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예견된 꿈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전교조를 무시하는 도교육청측의 미온적인 태도에 하루에 2명씩 삭발을 해서라도 면담을 성사시키자는 의견이 모아져 임 지회장이 먼저 나선 것.

“삭발은 농성장에서 조촐하게 치뤄질 예정이었으나 그날 조합원 집회가 진행된 도교육청 앞에서 삭발을 하게됐다”며 “결심을 하고 나선 자리지만 조합원 모두가 참석한 자리에서 삭발을 하려니 마음이 착찹했다”고 말했다. 부천지회에서 조합원으로 활동중인 임 지회장의 아내도 삭발하는 장면을 봤지만 그냥 웃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고.

현직에 근무중인 지회장들이 삭발 한 모습 때문이었는지 그때부터 도교육청측은 새로 뽑인 고양파주김포지역 교육위원들에게 전교조와의 중재를 요청하는 등의 움직임을 시도했다. 농성 7일만인 8월 1일, 부교육감과 국장급의 관계자들이 먼저 농성중인 전교조측과 대화를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임 지회장은 “최종 타결돼 조인식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농성으로 도교육청이 전교조와 같은 협상 테이블 자리에 앉아 의견을 나눴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며 “아직 교섭과정이라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라고 전했다.

전교조 경기지부에서는 단체교섭을 거부한 윤옥기 교육감의 공식적인 사과와 인사위원회에 교원노조 참여보장, 주번교사 제도 및 방학중 근무조와 교외 생활지도 폐지, 정책업무 협의회 구성 등의 내용으로 10대 요구안을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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