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연예인이 죽으면 많은 사람들이 따라서 자살을 시도하는 것일까?  간혹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만 이런 생각이 꼭 자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울증을 앓게 되어 판단력이 흐려진다든지 지속적으로 좌절을 경험하게 되면 자살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살생각이 있을 때 유명 연예인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면, 자신의 상황과 연예인의 상황을 동일시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의 사망 소식은 신문,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수차례 반복적으로 보도될 뿐 아니라 죽은 장소와 방법까지 상세하게 전달된다. 반면 자살을 하게 된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고 단순화되어 보도된다. 자살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자살 자체에 대한 반복적인 노출로 사람들은 자살충동을 억제하지 못 할(disinhibition) 가능성도 있다.

비단 연예인이 아닐지라도 성적이 부진하거나 왕따를 당해서 자살을 하게 된 청소년에 대한 반복적인 보도는 또 다른 청소년들에게 ‘힘들면 자살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강화(reinforcement)하여 또 다른 안타까운 자살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사실 연예인의 자살이 일반인의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정확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자살동기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살사망자에 대한 수집 가능한 포괄적인 정보를 이용하여 후향적으로 자살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을 심리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여러 기관에서 심리적 부검을 시도했으나 15사례 중 7건에서만 자살동기를 밝혀내는 것이 가능했다. 심리적 부검은 여러 가지 기록에 근거한 사회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뿐 아니라 유가족, 친지, 의료진 등에 대한 면담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주변 사람이 자살을 하면 쉬쉬하며 덮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심리적 부검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0명이 넘었고, OECD 국가 중 불명예스럽게도 몇 년째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80년대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자살률이 높았던 핀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십여 년 간의 심리적 부검 연구를 통해 자살의 원인을 밝혀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자살률을 낮출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라도 자살동기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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