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창간 24주년을 맞이하며

어제 점심을 먹기 전 잠깐 졸다 깼습니다. 무슨 짧은 꿈을 꾸었는지, 갑자기 머리를 꽉 메우는 압박을 느꼈습니다. 머리를 메운 것은 고양신문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고양신문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분들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유능한 젊은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만큼 보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어떻게 해서든 지혜롭게 돈을 벌어 오랜 가난을 벗어버리자는 생각. 맛있으면 너도나도 사먹는 빵처럼 시장에서의 선택이 빠른 상품을 생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잇따라 밀려왔습니다.

물론 맛있는 빵을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소비자가 즉각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이 쉬운 상품의 사례일 뿐입니다.

신문이란 상품은 만들기도 어렵고, 내다 팔기도 쉽지 않습니다. 신문은 기획부터 취재, 원고작성, 편집, 배달까지 참 여러 명의 생각을 모아 만들어 집니다. 마치 한 몸처럼 비슷한 가치를 지향해야 하고, 자유는 있으되 반드시 조정과 합의를 거쳐야 합니다. 조정과 합의의 주제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신문의 원칙과 독자의 요구입니다. 신문을 왜 만드나, 독자는 무엇을 요구하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항상 응답할 수 있는 논리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주제를 압도하는 한 가지 주제가 있습니다. 신문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는가 입니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구독과 광고에 도움이 되는 가 입니다. 앞의 두 가지 질문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한 마지막 질문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기자들에게 은근히 구독을 강조합니다. 구독을 늘리는 방법은 좋은 기사, 재밌는 기사를 쓰는 방법과 직접 구독을 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전엔 직접 구독에 대해 적지 않은 반발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현실을 인정합니다. 크게 보면 신문도 빵과 비슷한 상품입니다. 맛있는 빵을 만들고 열심히 판매를 하듯, 신문도 열심히 팔아야 합니다. 구성원 누구라도 우리 상품을 홍보하고 적극 팔아야 합니다. 기사와 관련한 뒷거래에서만 자유로우면 됩니다. 

고양신문은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지역신문입니다. 고양신문이 24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독자의 힘입니다. 24살,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잡고,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나이가 됐습니다. 고양신문도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필요한 신문을 만들고, 그 신문을 만드는 일에 젊음을 바치고 있는 직원들에게 좋은 직장이 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더 큰 꿈은 다음 세대에 세우고, 이루길 기대해보며 우리세대에 이룰 수 있는 꿈의 윤곽을 그려봅니다. 이 꿈의 성패가 독자들의 마음을 읽는데 있다는 것을 압니다.

고양신문 25살의 여름과 가을과 겨울은 독자와의 소통의 통로를 확장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종이신문은 물론 온라인과 모바일 신문도 새로운 창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년 전부터 만들고 있는 무료신문 ‘마이고양’도 지역 마케팅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양신문은 지역밀착형 기사의 비중을 과감하게 높이고자 합니다. 특히 학교와 어린이 청소년들의 뉴스를 밀착해 보도하려 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많은 지역주민들이 고양신문을 통해 자신의 삶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평범한 이웃들의 삶에 의미를 담아내는 신문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고양신문을 발행하는 일이 지속될 수 있도록 구독료를 내 주시고, 광고를 내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은 많고, 보상은 적은 직장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내년 생일엔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리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잘 추구하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24번째 창간 기념호를 준비하며 느끼는 생각의 압박을 다시 긍정적으로 추슬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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