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추진, 현장은 냉담 1억넘는 추가분담금 노후 구조물 교체 지원 요구 장기관리시스템 구축 시급

▲ 고양시 리모델링 대상단지(붉은색)와 뉴타운 대상단지(녹색)
고양시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실태. 최하 16원부터 가장 많은 단지가 555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4000원대 이상은 되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리모델링 추진은 올해 3월 위원회에서 동의서 돌려주고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왜냐구요?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니까요. 인감증명서까지 첨부해 받은 동의서 돌려주었다면 어렵다고 봐야지요.”
고양시에서 가장 먼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던 대화마을 성저4단지 이동훈 관리소장의 설명이다. 성저4단지는 1994년 지어져 올해로 19년된 단지. 460세대 5개 동. 59.97㎡ 150가구, 78㎡ 310가구.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59.97㎡은 1억9000만원, 78㎡은 2억3000만원~2억68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성저 리모델링 추진위 사실상 해산
부동산 경기가 한창 좋았던 2006년 12월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리모델링 분야에서는 인정을 받는다는 쌍용건설이 파트너가 되어 동의서를 받았다. 정부가 수직증축이 가능하도록 하는 리모델링 관련 법안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결국 추진위는 사실상 해산을 결정했다.

이동훈 소장은 “몇 퍼센트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동의가 적었다. 지원법안이 통과됐어도 결국 분담금을 1억5000만원씩 내야한다니까 주민들 대다수가 돌아선 것같다”고 설명했다. 2억5000만원 안팎으로 시세를 잡는다 해도 실제 추가 분담금 1억5000만원을 투자해 리모델링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일산의 일반적인 30평 아파트를 가정해봅시다. 리모델링 비용을 평당 600만원 잡으면 1억8000만원이죠. 여기에 3층을 수직증축한다고 할 때 한 가정당 약 3000여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겠지요. 그렇게 해도 세대당 1억5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하는데 현 시세가 얼마입니까. 리모델링 하는 것보다 새집으로 이사가겠다는 게 사람들 생각이죠.”

1억5천만원 분담금 누가 내나
일산입주자대표연합회 채수천 회장의 설명이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집값이 떨어진 데다 고양시는 식사, 삼송, 덕이지구 등 미분양 아파트도 넘쳐난다. 굳이 막대한 추가분담금을 내고, 불편함을 감수하느니 새 집으로 옮겨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호수마을 4단지에 17년전 이사왔다. 20년된 아파트인데 지금까지 백화현상 하나 없이 잘 지었다. 우리 단지는 초기 분양세대들이 지금까지 사는 비율이 높다. 그러다보니 5~10년 단위로 건물을 보수했다. 이런 건물을 20년 됐다고 리모델링 해야된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5월 30일 고양시가 추진 중인 아파트 리모델링 중심 도시정비 용역 시민의견수렴 세미나에 참석한 호수마을 4단지 유철상 관리소장의 이야기다. 중산마을 5단지 임근태 관리소장도 “리모델링 법안이 나왔다고 해서 15년 이상 된 아파트를 다 대상이 넣어야하나. 재건축 시점인 2030년에는 고양시 단지 대부분이 대상에 될텐데 그때까지 제대로 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7일 시정연수원에서 열린 아파트 리모델링 중심 도시정비 용역 착수보고회에는 담당 공무원과 시의회 의원들이 참석했다. 대부분 조심스런 접근과 검토를 주문했다. 김영빈 의원은 고양시 택지개발 당시 제기됐던 안전문제를 거론했다.

“지금은 해사를 써도 염분을 제거하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고양시 인근에 강변도로 좌측에 한동짜리 아파트 리모델링, 강남 서초구 방배동 리모델링 단지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들 아파트가 어떻게 구조적 안전 문제를 해결했는지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바다모래 썼다는데 안전은…
김필례 의원은 안전 문제와 함께 주민 의견 수렴을 중요하게 지적했다. “백석동 삼호아파트 5단지가 리모델링하려고 80%까지 주민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결국 주민 갈등 때문에 진행이 되지 못했다. 노인 세대와 젊은 층 소통이 어려웠다. 결국 갈등 끝에 동대표가 이사를 가고 말았다.

더 많은 입주자대표, 관리소장 등 주민들을 문예회관 같은 곳에 모아서 의견을 들었으면 좋겠다. 3억8000만원이라는 예산으로 용역을 주고 무의미하게 없어져버리면 시민들에게 원망을 받을 수 있다. 뉴타운 용역도 지금까지 흐지부지 되지 않았나.”

이상영 덕양구청장은 “결국 주택 내구연한이 늘어나지 않으면 리모델링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자칫하면 관에서 나서서 주민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며 “각 건물당 안전진단을 병행한다고 하는데 실질적인 근거가 되는 용역이 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구청장은 “리모델링 개념이 잘 와닿지 않는다. 특히 장기수선충담금이 부족하다는데 협동조합 수익금가지고 리모델링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묻기도 했다.  

대한국토도시학회 이우종 교수는 “연구진에 안전 구조 관련 전문가가 모두 포함돼 있다. 리모델링하게 되면 구조안전진단을 반드시 해야한다”며 “주민과 소통하는 용역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으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도시재생 선진화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고양시 리모델링 용역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했던 연세대 도시공학과 김갑성 교수는 “아직 관련 법이나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모델링 대책을 제대로 세우기는 어려워보인다”며 “아파트 단지나 택지별로 판단이 가능한 모델을 제시하고, 전문가의 컨설팅이 가능하도록 하는 리모델링이 되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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