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600년, 지역의 문화유산 환수를 위해 ② 다시 찾아야 할 고양시 문화유산 - 육각정

▲ 사적 144호로 지정된 국가문화재 벽제관지의 부속건물인 육각정. 일제강점기인 1918년 하세가와 총독에 의해 이와쿠니시 모미지다니공원으로 반출됐다. 그 반출과정과 반출성격을 되짚어 보면 고양시가 꼭 환수해야할 문화재임에 틀림없다.

사적 144호로 지정된 벽제관지의 유일한 현존 문화유산은 육각정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강제 반출되어 현재까지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 모미지다니공원 내에 있다. 올해 고양600년을 맞이한 고양시로서는 고양시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함에 있어 벽제관 육각정을 환수하는 것을 중요한 역사 복원사업의 하나로 정했다. 이번 주에는 역사 복원 및 정비사업 중 다시 찾아야 할 고양시 문화유산으로 벽제관 육각정을 환수할 그 가능성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하세가와 총독의 반출, 일본기사에 수록
고양 벽제관은 중국 사신이 조선 한양으로 오갈 때 필히 머물다 가는 당대 최고의 숙박지였다. 그러나 일본 측에서 바라보는 고양 벽제관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의 전승지다. 임진왜란 벽제관 전투에서 일본군이 이여송이 이끄는 명나라군에 완승한 곳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인 1918년 하세가와 총독이 벽제관에 있던 정자인 육각정을 자신의 고향인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로 반출해갔다. 하세가와 총독이 자신과 동향으로 벽제관 전투에 참가한 깃카와 히로이에(1561~1625)의 전공을 높이 샀기 때문에 전승 기념물로 육각정을 반출했다는 것이다.

하세가와 총독에 의한 벽제관 육각정 반출사실에 대해 국내에 남겨진 자료는 전무후무하다. 그러나 일본 현지에서 발간된 ‘흥풍시보’ 1920년 4월 16일자 및 1921년 2월 5일자 기사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기사에는 ‘하세가와 각하 기증인’, ‘하세가와 원수 기부 조선건물’ 등의 구체적인 언급이 남아있어 하세가와 총독이 벽제관 육각정을 반출한 주체라는 사실은 명백하게 입증된다.

현재 이 육각정이 현재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 모미지다니공원에 있는데, 작은 연못 일곽에서 정자의 형태로 위치하고 있다. 육각정은 현재 일본 이와쿠니시의 명소로 홍보되고 있다. 육각정의 안내판에는 “육각정은 옛날부터 한국 각지에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경치 좋은 장소에 세우고 휴식처로서 이용되고 있었던 것이라 합니다. 이곳에 있는 육각정은 한국경기도벽제관(경성 ‘현제의 서울’에서 북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있는 지명)부근에 있었던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개인사유물보다 환수 수월
벽제관 육각정의 특징은 ▲국유재산 ▲목조건축물 ▲전적 기념물이라는 점이다. 벽제관 육각정이 우리나라 쪽에서 국유재산이라는 점은 개인재산일 때보다 환수가 용이하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육각정은 현재 이와쿠니시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와쿠니시와 시의회의 승인을 받으면 환수가 가능하다. 이동범 (주)컬쳐앤로드 소장은 “육각정 같은 부동산 문화재는 뜯어가기가 쉽지 않아서 그 사례가 많지 않다. 강탈된 사례는 유물이나 불상의 경우에 많다.

일제 강점기 때 사적으로 강탈해간 사유물에 대해서 불법성이나 강제성이 있다 하더라도 일본 측은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도 펼친다. 그러나 국유재산인 경우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개인재산인 경우보다 훨씬 열려 있기 때문에 문화재 환수가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한 벽제관이 목조 건축물이기 때문에 이동이 어려우므로 현황을 검토하는 것이 유리하다. 목조건축물은 관리를 위해 부분적으로 수시로 교체가 이뤄지지만 원형이 변질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동범 소장은 “원형이 남아있는 것에 대해 환수를 받는 것은 동산문화재나 석조문화재에 비교해 환수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벽제관 육각정은 타 국외문화재와는 달리 하세가와 총독이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인  일본의 깃카와 장군의 벽제관 전투 승리를 기념하고자 약탈한 문화재로서 전적기념물의 성격이 강하다.


우선 환수추진위원회 조직 필요
그렇다면 육각정을 소유하고 있는 이와쿠니시의 입장은 어떠한가. 2012년 1차 방문시 이와쿠니시는 벽제관 육각정의 현지조사단에 대해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양시에 있던 문화재에 대한 조사가 목적이었던 2012년 1차 방문시에는, 이와쿠니시 측이 ‘고양시와 이와쿠니시 간에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서 향후 좋은 대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올해 2월 2차 방문시에는 이와쿠니시 관계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양시 측에서 제출한 고야시의 공식성명서에 육각정을 반환하라는 명확한 내용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이 당시 이와쿠니시 측은 갑자기 수위가 높아진 고양시 측의 요구에 대해 즉답을 회피했다.

이러한 육각정을 환수하기 위한 필요한 것은 환수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동범 소장은 “체계적인 문화재환수를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기관으로 ‘환수추진위원회’가 필요하다. 고양문화원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할 것인지, 범시민적 성격을 띤 환수위원회로 할 것인지 여러 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소장은 “일본 모미지다니공원에 있는 육각정의 원부재만을 환수할 것인지 아니면 육각정 전체를 환수할 것인지에 따라 협상전략과 추진방식, 예산의 차이를 갖는다”고 말했다.


문화재 강탈 부도덕성 부각해 압박 
실제 일본 이와쿠니시와 육각정 환수를 두고 협상에 나설 때 고양시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입장만을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소장은 “당연한 요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빨리 전달하고자 하는 입장에 설 경우에는 실질적 환수를 오히려 어렵게 한다. 일본은 한일협정을 통해서 그 소유행위에 대한 청산을 주장하고 있고 심지어 협정 시 환수대상 문화재에 대해서도 ‘기증’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에 법적 형식만을 가지고 환수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국가문화재 사적 소유에 대한 부도덕성, 고양시민의 인권과 자결권에 대한 침해 등에 대해 일본정부와 이와쿠니시에 소명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 환수는 명분 싸움이다. 어느만큼 명분과 논리를 탄탄하게 세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일본 측에서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명분이 떨어지고 부담을 갖게 된다고 느낀다면 돌려줘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게 된다.

이 소장은 이어 환수에 필요한 예산에 대해 “현재로서는 벽제관 육각정 문화재환수에 투입될 시간에 대해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나 국가지정문화재이면서 건축문화재인 상황을 고려하면 4년 이내로 환수협의기간을  잡는다면 환수운영회 운영비로 연간 2억원씩 총 8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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