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여 평의 천연잔디 정원에서 다양한 야생화들을 가꾸고 있는 이재한·송재길 대표(오른쪽부터, 클레마티스 꽃 앞에서)

가좌동 야트막한 언덕배기에는 짙은 원두커피 색깔의 하우스가 있다. 빨리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는 이재한(67세)·송재길(64세) 대표는 “새벽녘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궁금해하며 서로 먼저 현관문을 열려고 한다”고 말한다.

15년 전에 이곳 야산을 직접 개간하고 설계해 언덕위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구조적으로 아랫부분과 윗부분이 둘로 나눠진 마당이 됐고, 이곳에 천연잔디를 300여 평 심고 가꿨다. 자연이 그대로 내려앉은 듯한 테마가 있는 정원에는 봄이면 노란빛깔의 개나리, 분홍빛깔의 진달래, 하얀빛깔의 조팝 등이 피어난다.

이른 봄꽃이 지고 나면 돌 틈에서 철쭉들이 고개를 내밀며 인사를 건네고, 갈퀴망종화·미스김라일락·섬노루귀·해오라비난초·붓들레야·노랑낮달맞이·분홍달맞이·구절초 등이 앞 다퉈 피어난다. 한쪽에선 술패랭이·은방울꽃·비단동자·끈끈이대나물·꿀풀 등과 함께 한 개체에서 3가지 빛깔이 피어나는 삼색인동이 모습을 보인다. 하얀빛깔의 청아한 야생으아리와 화려한 클레마티스(큰꽃으아리)는 아치형 조형물 옆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앞마당이 야생화들의 천국이 되도록 이재한·송재길 대표는 15년동안 온갖 정성을 쏟았다. 무조건 이쁜 꽃과 나무들을 직접 구입해서 심었는데, 때로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고사하는 식물들이 늘어날 때도 있었다. 결국엔 하우스 2동을 짓고, 겨울동안에 연탄을 무려 700여 장을 쓰며 식물들의 난방에 이용한 적이 있다.

꽃을 더 잘 키우기 위해 이재한 대표는 분재기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고, 아내 송재길씨와 함께 전국의 야생화 농장으로 꽃을 구하러 다니기도 했다. 고양지역의 초당야생화 강일창 대표에게 분경을 야심차게 배운 적도 있다. 이재한·송재길 대표는 “소담스런 야생화 하나를 구할 때마다 설레는 기쁨이 한가득했다”고 회상했다.

이토록 오랜 세월동안 애틋함으로 키워낸 야생화들이 번식하면 인터넷 야생초 카페에서 이웃과 함께 기쁨을 나누곤 했다. 예전에 한번은 ‘꿈에라도 보고싶어요’라는 낭만적인 꽃말을 가지고 있는 희귀 특산식물인 ‘해오라비난초’에게 식물영양제를 잘못줘서 고사한 적이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시 어렵게 구입한 ‘해오라비난초’는 지금은 반그늘의 습한 곳에서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재한, 송재길 대표는 집안의 정원에서만 꽃들을 15년 가까이 키웠다.

지난해 봄엔 고양종합운동장 앞에서 원예벼룩시장이 열렸고, 자식처럼 키웠던 분경과 분재들이 전시되어 관람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런데 작년 여름엔 태풍으로 하우스 1동에 있던 분재들이 모두 날아가고 파손됐다.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컸지만 하우스가 날아간 자리에 특이한 이층대파와 고수 등이 이웃과 나눔의 마음을 전하라는 듯 쑥쑥 자라고 있다.

사계절 내내 피어나는 꽃 덕분으로 일상의 피로도 잊게 된다는 이재한·송재길 대표는 “주변에서 야외웨딩장소로 추천하는데, 우선은 꽃들이 평화롭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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