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연기교실 여는 배우 전진우

“우리 집에 고3 수험생 있습니다.”

그가 고3때 A4용지에 써서 TV모니터 위에 써 붙인 내용이란다. 그의 집안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한마디다. 부모님은 공부, 진로 등에 대해 특별히 무엇인가를 종용하거나 강요하지 않았고, 늘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늘 연기하는 아버지를 보았기에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배우인줄 알았다고 한다. 유명한 배우 전무송이 바로 그의 아버지다. 국립 국악고를 졸업한 누나가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서 아버지에 이어 연기자의 길로 가는 모습을 보았고, 고3이 되면서 그도 자연스레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공부, 연기, 판소리나 택견, 사물놀이 등 학교활동에 누구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졸업 후에는 국립창극단, 국립극단 등에서 객원 단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늘 부족했던 무엇인가 채우기 위해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편입하여 배우활동과 학업활동을 병행하기도 했다.

“불량 청소년보다 더 나쁜 아이는 꿈이 없는 아이 아닐까요? 자신의 꿈이 없이 그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아이들 말이에요”

여름방학 기간 중에 식사동에서 여름방학 연기교실 특강을 여는 그는 ‘연기에는 정답이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연기 자체를 자연스럽게 즐기고, 사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통해 생각하고 느끼며 사고를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단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가르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하고, 배우기 위해서는 또 가르쳐야 한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베니스의 상인’, ‘맥베드’ 등 수많은 공연과, ‘부러진 화살’, ‘황해’등의 영화로도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그가 직접 아이들에게 연기를 가르치겠다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이 공부하고, 학원에 가고 하는 일상의 무의식적 활동을 연기수업을 통해 의식적 활동으로 바꾸어 보는 시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입시 위주의 수업이 아니라 연기의 기초를 배우고, 그것을 통해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것이 특강의 목표라는 것. 또한 다양한 역할 연기를 하는 과정을 거친 아이들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증진되고 리더쉽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무송의 아들이 아닌 배우 전진우로서, “어느 날 쓰러져서 이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 그곳이 무대였으면 행복하겠다”고 말하는 천상 배우인 그는, 90살, 100살이 되어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라고 자랑한다. 그는 아이들의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에 좀 더 체계적이고 제대로 된 연기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교육기관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번 여름 고양시 식사동에서 배우 전진우가 또 다른 꿈의 첫 발을 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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