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열쇠전망대 농장’ 김문년 대표

▲ “남방한계선 직선거리 200m 앞에서 벼농사와 산야초 효소에 마음을 쏟는다”고 하는 김문년 대표.

“바른 먹거리를 여는 열쇠의 의미를 담아서 벼농사를 짓고 있다”고 하는 김문년(54세) 대표. 김 대표는 2002년 무렵 구산동 고양시 쌀연구회 영농조합법인 도정공장 총무이사를 맡았었고, 이때 회원들과 함께 도정공장 설립을 야심차게 준비했다. 현재는 운영이사로 있다.

서울 수도권 부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이곳 쌀 도정공장은 현대적인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고양에 있는 학교 급식 쌀을 도정하여 나가고 있는 곳으로 몇 년 째 ‘무한도전’ 팀의 불우이웃돕기에 사용되는 쌀을 고양쌀로 도정하며 매년 400~500여 포대가 나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신라호텔에도 4년여 동안 고양쌀 연구회의 쌀이 도정되어 납품된 적 있다. 고양 쌀연구회의 운영이사로 남다른 마음을 쏟고 있는 김 대표. “구산동에서 4천여 평 벼농사를 하고 있고, 더 큰 꿈을 위해 연천 민통선 지역에 농토를 구입했다”고 한다.

김문년 대표가 땅을 구입한 곳은 2004년 무렵이다.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에서 2개의 초소를 지나면 ‘열쇠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 골짜기로 2.5km가량 들어가면 첫 번째 논이 나오고 직선거리 200m가 남방한계선이다.

김 대표는 이곳 4개의 골짜기에 자리잡은 67개 6만5000평의 크고 작은 논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벼농사를 짓고 있다. 원래 있던 논도 있지만 돌과 잡목이 우거진 언덕배기를 논으로 개간한 김 대표는 특유의 열정과 기술로 산 정상 가까이에서도 신기하게 벼를 재배하기도 한다. 산 정상에서도 벼가 자랄 수 있는 것은 크고 작은 저수지를 장비로 10개나 팠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땅 속의 다양한 나무와 귀한 약초뿌리에서 샘솟는 물들이 조금씩 저수지에 모이고, 비가 안 올 때 모두 논으로 갈 수 있도록 고무배관도 깔았다. 김 대표는 “저수지에 어느 정도 물이 채워지면 자연적으로 밖으로 흘러가도록 과학적인 설계를 했다”고 한다.

취재하던 날에는 비가 엄청나게 쏟아부었지만 67개의 논마다 직파를 한 맛드림 품종이 추석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짙은 초록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저수지에는 황토 물과 나무 둥치가 모여들었고, 금방이라도 악어 떼가 출몰할 듯한 야생의 신비로움을 나타냈다.

이곳엔 가재와 버들치가 계곡에서 내려와 벼들과 친구가 되고, 나비, 멧돼지, 그리고 고라니들의 놀이터가 되는 곳이다. 때로는 야생동물들이 논으로 내려와서 심하게 놀고 간 적도 있다. “전기를 올리면 동물들이 충격을 받을까봐 걱정되어서 겁을 주기 위해 전선으로 울타리만 둘렀다”고 하는 김 대표. 5년 전부터 자연에 대한 배려가 주변의 야생초로 관심이 이어졌다.

논둑과 산자락에 있는 쑥, 민들레, 곰보배추 등 10여 종은 따로 담갔고, 산초나무, 익모초, 개망초, 질경이, 왕고들빼기, 엉겅퀴, 까치수염, 삼지구엽초 등으로  백초효소를 담그기 시작했고, 현재는 90여 종이며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20여 개의 숨 쉬는 항아리에 담긴 효소 재료들은 가족들이 오순도순 함께 살고 있는 정발산동 단독주택 지하에서 좋은 향기를 내며 숙성되고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 대표는 송포교회 장로이며, 신도들과 함께 9년째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의 위험한 순간을 겪으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김문년 대표는 “힘든 농사일 하도록 기도와 맛있는 음식으로 응원해주는 아내(오상선 씨)와 아들, 딸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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