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민속학자 주강현씨

“우리 아버지가 고양농업학교 출신으로 삼송동에 가면 아직도 예전 아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 인연도 있고 지금 집이 있는 고양시를 절대 떠날 생각이 없다. 시민단체 요청이 있어 고봉산 살리기 운동에도 참여했고 앞으로 동네 일에는 불러주면 언제든 함께 할 생각이다.”

‘우리문화의 수수께끼’‘21세기 우리문화’등 대중적인 민속학 저서로 청소년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역사 민속학자 주강현(47)씨의 얘기다. 정발산 아래 집과 ‘정발학연’이라 이름지은 서재를 갖고 있는 그는 고양시에 인연과 애착도 많고 그만큼 할말도 많다고.

올해에만 벌써 4권의 책을 낸 주강현씨의 학문적인 부지런함을 아는 이들은 안다. ‘왼손과 오른손’‘주강현의 우리문화1, 2’‘개고기와 문화제국주의’는 이미 출간돼 특이한 주제와 관점으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8월에는 붉은 악마 현상과 월드컵을 주제로 한 책이 출간된 예정이다. 아직 제목도 정해지지 않은 신간에서 주씨는 국가자본, 국가 권력 관계속에서 월드컵을 재분석한다. 그러나 붉은 악마 현상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우리 국민들의 추국 열기에 대해 그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IT산업의 발전으로 월드컵 열기가 과장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축구를 통한 사람들의 대리만족을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 한국인들은 원래 기질적으로 시끄럽고 신명이 많은 민족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란 말은 타자에 의한 평가다. 뒷풀이 좋아하지 않나. 통제됐던 것이 풀리면서 사람들의 신명이 나온 것으로 절대 자본이 마련해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월드컵을 준비하며 국내외를 시끄럽게 했던 개고기 논쟁에 대해 주강현씨는 문화상대주의란 이론적 뒷받침을 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문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제국주의적 발상, 약자를 소외시키고 억압과 금기를 전통이란 이름으로 강화시키는 전체주의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한다. 왼손과 오른손, 개고기와 문화제국주의 등의 저서에서 그가 일관되게 하고 있는 주장이다.

마이너리티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은 중앙 집중적인 문화와 정치에까지 닿아있다.

“지역 문화에 시민이 빠져있다. 이제는 중앙정치가 아니라 지방사 시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도 사또나 관료가 아니라 지방민중사, 미시사에 나의 관심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양시의 문화가 건물이나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작은 문화로 자리이동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한국민중들의 삶에 대한 이론적, 문화사적 접근으로 민속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가 고양시민으로 만들어 내는 ‘고양시민 문화사’에 기대를 모아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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