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다시 찾아야 할 고양시 문화유산 - 북한산 산영루

▲ 1911년 독일 오틸리엔 성 베네딕토 수도회 원장인 베버(Nobert Weber)가 찍은 산영루. 산영루 복원은 이 시기를 전후해 찍은 사진을 토대로 복원된다.

북한산 산영루는 북한산성 내 3개의 누정 중 그 위치와 전체적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문화유산이다. 자연암반을 기단으로 삼아 북한산의 수려한 경관을 조망하기 좋은 곳에 산영루가 위치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선시대 명사들이 산영루를 찾아 명시와 기행문을 남겼다는 사료가 다수 전해지고 있다.

1925년 홍수로 인한 산영루의 유실 이후 지금까지 지지해온 10개의 주춧돌만이 당시의 영화를 기억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산영루가 유실되기 전 촬영된 각종 사진자료가 남아 있어 산영루는 비교적 원형복원이 유리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현재 산영루는 누각이 유실된 후 복원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다행히 기단부의 초석이 비교적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올해 ‘고양600년’을 맞아 시는 고양의 역사적 정체성을 보다 굳건히 확립하기 위해 북한산 산영루의 도 문화재 지정과 더불어 기본계획 수립을 통한 체계적인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양600년, 지역의 문화유산 환수를 위해’ 기획기사에서 이번호에서는 다시 찾아야 할 고양시 문화유산으로 산영루를 정하고 시의 복원계획과 그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산영루 연혁
1603년(선조 36년) 이정의 ‘유신각산기’에 산영루 기록 처음 등장
1707년(숙종 33년) 이익의 ‘차삼각팔경운’에 삼각산 필경의 하나로 산영루에 뜬 달 기록
1717년(숙종 43년) 송사기의 ‘유북한기’에 산영루 중수 기록
1745년(영조 21년) 성능의 ‘북한지’에 산영루가 지금은 없어졌다고 기록
1761년(영조 37년) 이덕무의 ‘기북유한’에 산영루 기록 재등장
1799년(정조 3년) 이엽의 ‘북한도봉산유기’에 산영루 기록
1799년(정조 3년) 유광천의 ‘유삼각산기’에 산영루 기록
1793년(정조 17년) 이옥의 ‘중흥유기’에 산영루 기록
1776년(정조 즉위년)~1820년(순조 20년) 신명현 산영루 유람
1794년(정조 28년) 다산 정약용과 그의 형 정약전이 산영루 유람
1816년(정조 18년) 추사 김정희, 동리 김경연 산영루 유람
1858년(철종 9년) 양의영의 ‘유복한기’에 산영루 기록
1874년(고종 11년) 김영조 산영루 유람
1882년(고종 19년) 박문호 산영루 유람
1884~1885년 주한미국영사관 ‘포크’ 공사직 대리가 산영루 촬영
1906~1907년 독일인 헤르마 구스타프 테오도르 산더가 산영루 촬영
1911년 독익 베버 신부 산영루 촬영
1925년 산영루 유실

산영루 복원 예산 5억 배정
산영루 복원을 위해 국비 3억5000만원, 시비 1억5000만원 등 5억의 예산이 배정됐다. 국토부는 지난 5월 개발제한구역의 뛰어난 자연환경을 이용해 자연·역사·체험이 어우러진 생활문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전국의 48개 친환경·문화사업구역을 선정했다. 그중에서 고양시 북한산의 산영루가 포함된 것. 이렇게 해서 산영루 복원을 위한 예산 중 국비 3억5000만원이 확보됐다. 이재준 도의원은 “고양시에서는 산영루를 추천했고 이를 경기도에서 올리는 지원사업 내역의 앞 순위에 추천될 수 있도록 여러 경로를 통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지난 5월 ‘북한산 산영루 복원정비 기본계획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북한산 산영루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산영루 복원의 설계 자료로 활용된다. 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상명종합건축사사무소가 실측을 담당했고 서정호 공주대 교수, 김재홍 관동대 교수, 이재범 경기대 교수는 북한산 산영루 주변 현지를 관찰하고 현지 자문의견서를 제출했다.

 

1925년 대홍수로 목질 유실 
산영루는 북한산성내 중흥사 앞에 위치해 있다. 태고사 계곡과 중흥사 계곡이 만나는 지점의 연못가에 있다. ‘산영루’라는 이름은 산그림자가 수면 위에 비치는 곳이라 해서 지어졌다. 산영루는 북한산 유람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말큼 북한산을 찾는 이들에게 오랫동안 대표적인 이미지로 각인돼 왔다. 이 누각은 중흥동 인근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기 위해 사대부가 혹은 왕가 종친들이 지은 북한산 내의 누각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산영루를 받치고 있던 10개의 주춧돌을 제외한 목질 부분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유실됐다. 특히 기단이 되는 초석들은 배열이 흐트러지지 않고 원래의 자리대로 배치돼 원형대로 복원이 가능한 상태다. 주한 미국영사관 출신의 포크와 독일인 헤르마 구스타프 테오도로 산더, 베버 신부 등이 촬영한 사진이 여러 장 남아 있어 그 형태의 파악도 비교적 손쉽다.

산영루의 시초는 알 수 없으나 중흥사와 연관된 누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조선시대의 중수와 폐지 기록으로 보아 홍수 등의 자연재해에 의해 몇 번의 개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범 경기대 교수는 “산영루의 복원과 재현은 단순히 옛날의 건물 하나를 새로 짓는 것이 아니다. 이는 그것이 존재해온 시간과 그것을 둘러싸고 이뤄진 문학, 음악, 행정, 군사, 종교, 사상 등 제 문화 요소들을 모두 연관시켜, 조선이라는 한 시대를 폭넓은 범위에서 재음미할 수 있게 하는 키워드가 된다”고 말했다. 산영루의 복원작업과 이를 통한 역사문화환경의 재조명은 잊혀진 문화유산으로서 북한산성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산영루 복원 기준 및 활용계획
복원시점 19세기 말 사진자료
복원원칙 •산영루 자리의 복토된 토사를 걷어내어 원지형을 회복하고, 초석 등 잔존 유구의 원위치를 확인 후 그 자리에 그대로 복원한다.
•기존의 초석은 재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갈라짐 등 문제가 있는 부분은 경화처리 후 최대한 재사용한다
활용계획 •북한산성 대서문에서 북한산성 행궁까지 이어지는 역사탐방로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활용  산영루의 입지를 활용해 명상캠프 등 힐링프로그램으로 운영
•학교연계교육과 탐방운영 프로그램의 장으로 활용

 

19세기말 사진 남아 복원 비교적 쉬워
산영루의 복원 기준 및 원칙을 19세기 말 주한미국영사관 ‘포크’ 공사직 대리가 촬영한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산영루 자리에 그동안 쌓인 흙을 걷어내어 원지형을 회복한 이후 남아있는 초석의 원위치를 확인한 후 그 자리를 그대로 복원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재범 경기대 교수는 “현존하는 사진 자료를 통해 판단할 때, 산영루의 형태는 세검정과 비슷한 ‘丁’자형 누각으로 당시 북한산성 안에 있었던 동장대나 행궁 등의 건축물과 비교되는 목조건축물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산영루와 관련된 기행문과 시문, 또한 사진자료들도 풍부해 그 내용을 교육용으로 사용케되면 고양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명승지로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조선시대 문인이나 사대부가 산영루에서 남긴 문학작품은 다양하다.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성호, 이옥 등 약 30명 이상의 가문이 기행문, 시문을 남겼다.

북한산 산영루 복원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에 참가한 서정호 공주대 교수 등은 “장초석의 높이가 자연암반에 따라 각기 다르게 계획됐다는 점, 기둥이 앉히는 장초석 상부면 크기가 510mm로 균등하게 치석된 점, 초석이 밀려나지 않도록 자연암반의 일부를 깍아내어 받치고 있다는 점, 누각에 오르기 위한 유구의 보존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을 미뤄 복원이 어렵지만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현재 산영루 터에는 산영루를 받치고 있던 10개의 주춧돌만 남아 있다. 주춧돌을 제외한 목질 부분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유실됐다.

복원 후 ‘역사탐방로’ 활용안 제시
지난해 서정호 공주대 교수, 김재홍 관동대 교수, 이재범 경기대 교수는 현지 자문의견서를 통해 산영루의 복원방법에 관해서 “일단 파손된 비석의 파편을 수습하고 복원해 문화재의 방치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산영루의 복원은 비석군과 그 주변의 경관까지 모두 구획으로 지정한 후, 고증을 거쳐 복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산영루의 복원 이후 활용은 북한산성 대서문에서 하창지와 중성문을 지나 북한산성 행궁까지 이어지는 역사탐방로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서정호 공주대 교수 등 현지 자문단은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위치한 산영루의 입지를 최대한 활용해 명상강좌 등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고문헌에 담긴 여러 기록 등을 토대로 학교연계 교육과 탐방 프로그램 운영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영루가 있는 북한산성은 고양시가 관리주체가 되어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와 고양시, 경기문화재단에서 업무협약해 북한산성의 전문적인 관리와 연구 및 활용을 위해 설립된 북한산성 문화팀과 북한산성을 둘러싸고 있는 국립공원의 관리주체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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