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1단지, 최초 배관 등 교체공사
세대당 200만원 부담, 2천만원 효과
성남시 1조 리모델링 기금 “부럽다”
시 주택조례 제정, 용역결과 기대

▲ 2003년 가장 먼저 낡은 배관과 저수조 등을 교체한 강선마을1단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공사를 진행했고, 이후 주변단지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효과가 있어 인근 단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시간이 가면 아파트 노후되는 것 당연하죠. 그런데 지금은 리모델링하면 다들 이사가야하는 걸로 알아요. 리모델링 방향을 잘못 잡은 거죠.” 덕양구 행신동 햇빛마을 21단지 정재심 관리소장은 대다수 입주민들이 관심갖는 것은 리모델링이 아니라 관리와 노후된 시설 교체라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현장의 목소리를 너무 모른다며 답답해했다.

이런 이야기는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일산서구 주엽1동 강선마을 5단지 황희숙 동대표회장은 “얼마전 고양시 리모델링 용역을 맡은 대한국토도시학회 윤병천 원장이 자문을 해달라기에 주민들은 리모델링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대다수 단지에서는 노후된 배관, 저수조 교체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90%이상 아파트 녹물 나와
“아파트 값이 떨어질까봐 다들 쉬쉬하는데 사실 일산신도시는 90%이상 녹물이 나와요. 배관을 빨리 교체해야 하는데 지금은 가구당 내야하는 비용도 너무 커서 엄두를 못내고 있어요. 고양시장님이 노후시설 비용 지원 안해준대요? 성남은 해준다면서요.”

취재과정에서 만난 주민들 대다수의 관심사는 비슷했다. 리모델링은 나중 문제이고, 지금은 노후된 시설을 서둘러 교체해야하는데 그에 대한 지원이 없냐는 것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곡선을 그리며 더 이상 집은 투자가 아니라 관리대상이다. 그러나 단독주택과 달리 많은 가구가 모여 사는 아파트는 공동기금 적립은 물론이고 의견수렴부터가 쉽지 않다.

2003년 고양시에서 가장 먼저 낡은 배관과 저수조 등을 고친 주엽1동 강선마을 1단지 아파트를 찾았다.

“녹물이 많이 나왔어요. 먹는 물은 정수기를 쓰면 되지만 빨래를 돌리면 하얀 셔츠가 못입게 될 정도였으니까요. 찬반 의견을 투표에 부쳤는데 4,5,6,7동만 먼저 했죠. 공사를 하고나니 반대했던 동들도 다음해 했는데 그때는 세대당 비용이 조금 더 들어갔죠. 처음에는 하자말자 말이 많았지만 공사 하고 나서 주변 단지보다 2000~3000만원이상 가격이 올랐다고 하던 걸요.”

▲ 장수명 아파트로 짓게 되면 초기 건축비는 20% 늘어나지만 아파트의 수명을 고려하면 1/3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자료 국토부>


2003년 공사후 집값 상승효과까지
강선1단지 서희석 전 동대표회장은 배관교체 공사에 대부분의 주민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3년 수돗물에서 녹물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강선1단지는 전체 주민투표를 통해 배관 교체공사 의견을 물었다. 82% 찬성 의견이 나온 4개동을 먼저 공사했다. 전제 10개동 중 6개동에서는 찬성 의견이 50%를 넘지 못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결의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을 일부 사용하고 세대당 200여만원을 부담했다. 비용은 10개월로 나누어 납부했다. 옥상 저수조를 스텐으로 바꾸고, 배관은 동파이프 등으로 교체했다. 세대안의 배관과 소방배관은 바꾸지 않았다. 4개동 공사가 끝나고 다음해 다시 주민투표를 진행해 6개동에서도 83%로 찬성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았다는 이야기다. 6개동은 세대당 250여만원을 부담했다. 당시 강선1단지 관리소장을 맡았던 정재심 소장은 지금은 같은 공사를 하려고 해도 비용부담이 크고, 의견을 모으기도 쉽지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선1단지는 당시 입주자대표회와 관리소가 주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 최저가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됐습니다. 주민 동대표와 관리소가 마음을 모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쉽지않아요. 요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나 관리 비리 이야기 나오는데 누가 공사진행한다고 할 때 주민들이 얼마나 잘 믿어주겠습니까.”

실제 강선1단지도 배관교체 공사를 하고 나서 한 세대가 부담 비용을 내지않아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기도 했다. 결국 비용을 납부하라는 판사의 판결이 나오고서야 세대당 분담금을 냈다. “공사비용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비리가 있다는 거예요. 옛날 자료 다 뒤져 법원 재출 서류 만들었는데 지금 봐도 문제가 없어요. 그때 입주자대표회를 이끌던 분들이 신뢰를 많이 받았어요.”현재 강선1단지 관리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입주자 관리소 주민들 한마음돼야
교체 공사를 마치고 나서 강선1단지는 장기수선충당금을 3.3㎡(1평)당 600원까지 올렸다. 관리에 대한 공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400원대로 내렸다. 관리소 관계자들은 관리나 장기수선충당금에 대해 주민들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관리비 부담을 줄일 때 가장 먼저 장기수선충당금을 낮추다보니 대다수 아파트들이 실제 목적대로 사용할 만큼의 충당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쉽지않은 문제다.  강선1단지 관리소 관계자는 “시가 직접적 지원을 하기보다는 각 단지별 필요한 교체, 설비 목록과 입찰 정보 등을 조사해서 공개해주면 좋겠다. 3년, 5년 후 어떤 공사를 얼마의 비용으로 할 수 있다는 표준 정보가 있다면 주민들에게 편하게 제안하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성남시는 리모델링 대상 공동주택을 10만가구로 잡고 리모델링 관련 기금 1조원 조성을 발표했다. 우선 10년간 500억원씩 5000억원의 리모델링 기금을 조성하고, 2단계로 1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조성되는 기금은 재건축 연한이 도래할 때까지 30개 이상 단지에 순차적으로 지원된다. 성남시는 2010년, 2011년 2곳이 리모델링 조합 설립인가를 받았고,  9곳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성남시는 상설 리모델링 지원센터도 설치해 15명으로 구성되는 자문단을 통해 종합적인 지원제도와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

성남 리모델링 지원센터 설치
일산신도시와 함께 1기 신도시를 품고 있는 성남시가 비교적 빠르게 리모델링에 대처하고 있다. 고양시는 내년 2월 마무리되는 관련 용역 결과를 보고 정책방향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고양시는 아파트 지원과 관련한 고양시 주택조례가 제정돼있다. 강영모 의원은 “기금마련과 지원, 제정된 도시재생법과 리모델링 등을 고려한 조례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시급한 현안이 된 노후 아파트 관리와 관련해 어느정도의 지자체 지원은 꼭 필요하다”며 “그러나 각 단지별로 장기수선충당금을 현실화하고 주민들이 관리 문제에 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도 개정된 도시재생법에서 아파트 관리를 중요한 의제로 다루고 있다. 국토부는 아파트의 물리적, 기능적인 건축수명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짧고, 제때 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조기 재건축이 일반화된다는 진단 아래 아파트 장수명화 방안 연구용역을 작년부터 진행해왔다. 실제 평균 영국은 77년, 미국 55년, 한국 27년으로 우리나라의 아파트 수명이 매우 짧다.

충당금 미적립시 과태료부과도
국토부는 가변성, 유지보수용이성, 내구성 등 ‘장수명 세부 설계기준’을 마련하여 고시하고, 장수명 인증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장수명주택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실제 기존 아파트는 100년 동안 2회 해체, 3회 건축을 거치며 초기 건축비 기준 306.4%의 공사비가 소요되나, 장수명 아파트는 100년 동안 해체 없이, 2회 리모델링이 이루어져 216.4%의 공사비가 소요된다. 장기수선충당금의 최소 적립기준도 제시됐다. 현재 단지당 평균 97.5원/㎡이 적립되고 있으나 제시된 적정한 장충금 적립단가는 362원/㎡에서 498원/㎡. 현재 임대주택의 경우 장기수선충당금 적립기준이 의무화되어 있고, 기준대로 적립하지 않을 경우에는 100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나, 민간 분양주택은 적립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민간 분양주택은 신규 분양아파트에 대해서 2015년(사업계획승인기준)부터 최소기준 적립을 의무화하고 미적립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법령 개정을 추진해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6월 4일 제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 도시재생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쩌면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운영하는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도 있는 포괄적인 정의다.

국토부는 최근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총사업비의 최고 80%까지 지원하겠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도시재생 특별법 시행령’을 7월 5일부터 입법예고했다.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기반시설 설치·정비, 건축물 개보수, 도시재생지원기구 및 지원센터 운용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지원 범위는 총 사업비의 60~80%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도시재생 추진 실적 평가에 따라 결정된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용적률과 건폐율, 주차장 설치기준 등은 국토계획법 시행령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결정된다. 상당수의 권한과 재량권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는 셈이다. 고양시가 새로운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을 지속가능한, 사람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위해 어떻게 활용하게 될지 용역결과와 정책방향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