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하면 으레 뜨거운 국물과 기름진 고기를 떠올리게 마련. 하지만 뜨거워야만 보양식은 아니다. 음식이 차가운지 뜨거운지보다는 양기를 보충해주는 식재료를 사용하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최근엔 웰빙 바람이 불면서 고기 대신 채소를 주재료로 한 보양식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1. 제철 채소로 만든 보양식, 월과채
채소도 보양식 재료가 될 수 있다. 땅의 기운을 받고 자란 채소에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 무더운 여름, 원기회복을 위한 보양식 재료로 손색이 없다는 얘기다. 고기나 생선을 푹 고아내는 보양식처럼 푸짐하진 않아도 영양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채소를 주재료로 한 보양식 중 하나가 월과채다. 애호박(월과는 애호박의 고어)이 제철인 여름에 굵직하게 썰어 볶아 먹던 궁중요리다. 버섯, 오이, 당근, 쇠고기, 찹쌀부꾸미도 각각 썰어 갖은 양념을 해 볶아낸다. 여러 재료를 썰고 볶는 게 잡채와 비슷하다. 실제로 음식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 잡채를 대신해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애호박은 길게 반으로 잘라 속을 파내고 곱게 채 썰어 소금에 살짝 절인 후 파, 마늘을 약간 넣어 볶는다. 버섯과 쇠고기, 다른 채소도 채 썰어 간을 조금한 다음 볶아낸다. 찹쌀부꾸미는 찹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묽게 개어서 도톰하게 부쳐 식힌 다음 채 썬다. 준비된 재료를 그릇에 담아 소금으로 간을 맞춘 후 잣가루를 뿌려내면 된다.

애호박은 위와 비장을 보호하고 기운을 더해주는 식재료다. 당질과 비타민 A, C도 풍부하다.

맛집 여기!  한정식 안
주말에만 30여 건. 상견례 장소로 유명한 한정식전문점 안은 고양아람누리 내에 있다. 모두 코스요리여서 월과채만 따로 맛볼 수는 없다. 그러나 코스마다 거의 월과채가 포함돼 있다. 보통 애호박과 여러 채소를 한데 섞어내는 것과 달리 이곳에선 각각의 채소가 사기 접시에 정갈하게 놓여 나온다. 잡채보다는 구절판에 가깝다. 애호박, 오이, 숙주, 당근, 쇠고기, 표고버섯 등의 색이 눈요기도 된다. 부꾸미는 찹쌀과 멥쌀을 반반 섞어 덜 차지다. 치자물을 입힌 노란 부꾸미도 있다. 재료를 한데 섞은 후 특별 소스를 뿌려 개인 접시에 덜어 먹으면 된다. 깔끔한 맛의 육수에 겨자, 식초, 잣가루를 넣은 소스는 새콤달콤하고 고소하다. 쫀득한 부꾸미와 아삭한 채소가 씹히는 식감을 느끼는 것도 즐겁다. 코스요리는 3만원대부터.
송홍기 매니저가 추천하는 이곳의 또 다른 보양식은 장교탕. 오골계, 장뇌삼, 검은깨, 찹쌀가루 등을 넣고 10시간 가까이 고아 걸쭉하다.
문의&위치 031-908-8846, 일산동구 마두동 816

2. 살얼음 동동~, 초계탕
차가운 닭 육수도 맛있을까? 초계탕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갖는 의문이다. 그러나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육수를 일단 맛보고 나면, 그런 선입견이 말끔히 사라진다.

초계탕은 삼계탕과 더불어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이다. 닭 육수를 차갑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낸 다음 잘게 찢은 살코기를 넣어 먹는다. 살얼음이 뜰 정도로 시원한 국물은 여름 더위를 한방에 날려준다. 새콤달콤한 육수와 아삭하게 씹히는 채소는 무더위로 잃었던 입맛을 되살려준다. 차가운 음식이지만 닭의 성질이 따뜻해 속이 편하고 원기회복에 도움이 된다. 여름엔 찬 음식을 먹다가 탈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닭이 장과 위를 보호하기 때문에 차게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

초계탕은 손이 꽤나 많이 가는 음식이다. 닭 육수를 내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냥 식히기만 해서도 안 된다. 육수를 끓이면서, 식히면서 여러 차례 기름기를 제거해줘야 한다. 초계탕 맛을 좌우하는 핵심이 바로 기름기 제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리과정을 제대로 해야 육수와 살코기가 담백하다.

주로 영계를 쓰는 삼계탕과 달리 초계탕은 중닭으로 요리한다. 살코기 맛이 중요해 육계가 아닌 토종닭을 쓰는 것도 특징이다. 초계탕을 다 먹고 난 후 메밀국수를 말아먹으면 여름 별미로도 이만한 게 없다.

맛집 여기!  평양막국수초계탕
평양 전통요리 비법을 이어받아 윤원병 대표가 운영하는 초계탕 전문점. 세 차례에 걸쳐 직접 손으로 기름기를 제거한 후 냉동실에서 살짝 얼렸다가 꺼내 다시 한번 기름기를 제거해 살코기가 담백하다. 냉동실에 넣어두면 살코기 안에 있던 기름기까지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기름기를 말끔히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윤 대표의 귀띔. 직접 담근 김치(주로 열무김치) 국물과 닭 육수의 비율을 알맞게 맞춘 후 28가지 각종 채소와 양념, 일일이 손으로 찢은 살코기를 한 그릇에 담아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초계탕을 먹은 뒤에는 메밀막국수를 말아먹는데, 이곳 막국수는 메밀 함량이 70% 이상으로, 주문 즉시 뽑아 쓴다. 메밀전, 닭날개, 막국수와 함께 나오는 초계탕은 2만8000원(2인).

문의&위치 031-901-8844, 일산동구 백석동 1197

3. 속은 든든 몸은 가뿐, 콩국수
콩은 성질이 서늘하면서도 고단백 식품이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단백질을 보충하는 데 제격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예방하고 콩 속의 사포닌 성분이 혈중의 콜레스테롤 양을 감소시켜 체중 조절에도 좋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소화흡수도 잘 된다. 높은 영양가에 비해 열량이 500㎉ 정도로 적은 것도 장점이다.

콩을 불리고 삶는 과정에서 콩국수의 맛이 결정되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콩이 덜 익으면 비린내가 나고, 너무 오래 삶으면 무르면서 메주 냄새가 난다. 제대로 맛을 내려면 콩을 삶는 동안 불 옆을 지켜야 한다. 콩을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식감도 달라진다.

맛집 여기!  김훈 참살이 콩나물국밥
진하다. 콩국수를 본 첫 느낌이다. ‘해장국이 아닌 온가족이 먹는 한 끼 식사’로 콩나물국밥을 내놓는 김훈 대표의 음식 철학이 콩국수에도 그대로 담겼다.

100% 국산 우리콩을 사용하는 이곳은, 콩을 불리고 삶는 과정부터 여느 콩국수 집과 다르다. 팔팔 끓는 물에 불리지 않은 생콩을 넣어 약 40분 동안, 마치 기름에 튀기듯이 콩을 익혀낸다. 이렇게 하면 영양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콩 본연의 고소한 맛이 더 잘 난다.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는 콩국수 전문점도 이렇게 콩을 튀기듯이 익혀내는 집은 몇 집 되지 않는다. 익힌 콩은 콩눈을 떼어낸(그래야 국물 맛이 더 담백하단다) 후 맷돌에 간다. 손 대신 전기로 움직이는 맷돌이다. 주문량이 많아 믹서로는 감당이 안 될 뿐더러 콩의 영양과 맛을 유지하는데도 믹서가 맷돌을 따라올 수 없다. 콩을 갈 때 물은 가능한 한 적게 넣는다. 면은 메밀면을 쓴다. 생면보다 부드럽다. 메밀은 열을 내려주는 성질이 있어 여름나기에도 도움이 된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손님들을 위한 우뭇가사리도 있다. 고명으로는 오이채만 올린다. 콩국 본래의 맛을 살리기 위해 잣, 땅콩, 참깨 등은 올리지 않는다. 국물이 진하지만 깔끔하면서도 고소하다. 텁텁하거나 비린 맛은 전혀 없다. 국물만 마셔도 속이 든든하다. 고양시 내에서는 물론이고 서울, 파주, 김포 등 멀리서도 많은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직접 맷돌에 간 녹두에 김치, 숙주를 넣어 담백하고 바삭하게 부쳐낸 녹두빈대떡(8000원)도 이곳 별미다. 콩국수 7000원.

문의&위치 031-903-5900, 일산동구 풍동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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