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지역 언론연대 독일연수 (1)

전국 풀뿌리 지역언론사들의 모임인 바른지역 언론연대(회장 윤두영)에서는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독일의 지역언론과 지방자치 연수를 다녀왔다. 바지연 부회장 겸 고양신문 윤주한 발행인 외 11명은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메트만군(Mettman) 에어크라트시(Erkrath)를 중심으로 선진적인 지역언론, 지역자치, 시민단체활동의 현황을 살피고 한국에서 적용 가능한 모델과 트랜드를 모색하고자 했다.

지역언론으로는 ‘웨스트도이치 자이퉁’ 편집제작과 인쇄, 배포시설을 둘러보고 에어크라트시를 담당하는 3개 지역신문기자와 1개 지역 방송 기자와의 토론회, 지역생활정보 신문사를 방문해 정보를 교환했다. 지역자치는 에어크라트 시장, 홍보과장과의 토론과 시민회관과 민원실의 방문을 통하여, 시민단체 활동상황은 그 지역 3개 시민단체 대표와의 토론을 통하여 이루어 졌다. 이번 연수는 콘라드-아테나우어 재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 독일의 지역자치를 강연했던 에어크라트 시의 홍보과장 크레거(Kr ger)씨의 주선으로 마련되었다. 통역은 베를린 자유대 언론학 박사과정 심영섭씨가 수고해주었다.

인구 5만의 자치시 에어크라트시

바른지역 언론연대 연수단 일행은 연수 첫날, 프랑크푸르트 공황에서 랜트카를 타고 뒤세도르프시 근처 조그만 자치시 에어크라트시로 아우토판을 달리고 있다. 오후 9시경이지만 위도가 훨씬 우리보다 높고 썸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어 해는 아직 높게 걸려있다. 오후 10시가 지나야 해가 떨어진다. 끝없는 숲과 초지를 스치며 무제한 속도로 달리는데 군데군데 수확이 한창인 밀밭에서 구수한 밀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2시간 남직 달려 도착한 에어크라트시는 인구 5만도 안되지만 엄연한 자치시다. 전원도시로 고층빌딩이나 아파트는 찾아 볼 수 없고, 도시 중심 외각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바로 목가적인 분위기의 쾌적한 주거 환경 도시임을 한눈에도 알 수 있다. 초지가 발달되어 있지만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의미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산업 단지가 일부 있지만 대부분 주거시설로 뒤셀도르프시의 베드타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독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철도가 건설된 곳으로 오랜 지역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신도시를 건설한 곳으로 규모는 적지만 고양시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역신문의 역사가 언론의 시작

“현 신문 사업은 불황이고 위기다. 편집과 독자관리 외에는 경쟁지와도 협력한다.”

‘웨스트도이취 짜이퉁(WZ)’지의 토비아스 그레이셔(Tobias Graeser) 홍보담당자는 현 독일의 지역 일간지가 생존을 위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편집방향이 다른 경쟁지인 ‘라이니쉬 포스트(Rheinische Post)’와 공동배달은 물론 공동인쇄, 전산시설 공동이용, 영업까지도 협력하고 있다. 독일의 지역지들은 100여년의 오랜 지역자치 전통을 갖고 발전해왔다. 세계대전 이후 편집 색깔별로 통폐합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우리가 방문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는 주의 수도인 뒤셀도르프를 중심으로 3개 정도의 지역일간지가 발행되고 있었다. 웨스트도이취 신문은 진보성향을 가진 지역지들이 모였고, 라이니쉬 신문은 보수성향을 가진 지역지들이 통폐합됐다. 소규모 시군단위 지역신문에서 출발해 주단위 일간지역 신문으로 발전한 독일은 중앙일간지 중심의 언론시장에서 지역신문 설립이 법적 제약까지 받아 이제 10여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지역신문과는 상반된 길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독일은 연방단위의 전국지 독자는 거의 제한적이고, 지역일간지 독자가 주종을 이룬다.

그러기에 각 지역에서는 연방단위의 전국지 독자는 거의 제한적이고, 지역일간지 독자가 주종을 이룬다. 우리나라는 지역 구석구석까지 중앙지가 독식하고 있는 기현상은 시문시장의 역사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지역자치가 발달할수록 중앙지는 서울중심의 지역지로 남고 지역지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독일에서도 구독료를 받는 지역일간지와 무가 주간지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다. 지역주간지 ‘로칼 안자이거(Lokal Anzeiger)’지의 자이페르트(Jeifert) 사장은 “30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우리와 같은 생활정보 중심 주간지를 경시했다. 그러나 일반 신문의 정체된 조직에서 벗어난 젊은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80년대 이후로는 일반신문조차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사의 비율을 약 35%정도 싣고 있는데 모든 주제를 다루지만지역만의 의미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독자투고 등 독자와의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있다”며 에어크라트시를 담당하는 유일한 기자이면서 편집까지 담당하는 ‘멀티우먼’팔미에르(Palmieri) 기자는 말했다.

행사소식과 예고, 지역 중소기업 소개, 가족이야기, 부음, 싸게 물건사는 법 등 오로지 지역소식에 국한하여 기사를 소개하여 “이것이 우리의 신문이다”라는 감정이 싹튼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자체 진단했다.

유일한 경쟁지는 지역 일간지라고 말하며, 특이한 포맷이 있기에 살아남을 확률은 지역일간지보다 높다며 강한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 전제로 좋은 편집과 디자인, 유능한 직원을 있어야 하며, 확실한 배포률이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며 독일에서는 배포대행사가 우편함에 일일이 꽂는다며 한국에서의 배포방법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독일의 지역일간지는 가족중심의 경영체제로 “경영 상황을 직원에게 보고할 의무도 없지만 직원들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면서 사주나 광고주로부터 편집권이 충분히 자유롭다고 말했다. 한국 지역신문이 시민의 요구를 선도적으로 발굴해 관철시키려는 공공저널리즘 입장을 취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객관적 보도, 정당과의 중립성을 애써 강조하며 한국 지역신문과의 정서적 차이를 분명히 느끼게 했다.

독일에서 구독자가 가장 선호하는 기사는‘연예, 오락, 스포츠’이고, 인기 없는 기사는 ‘문화’라고. 정치기사나 분석기사는 시사 주간지에게 돌리고 지방일간지는 일부 전국 종합면을 편성하고 여러 권역을 나누어 지역의 아기자기한 뉴스를 색션면으로 편성하여 발행하고 있다.

베르너 시장은 언론에 대해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직접 시민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역신문의 정보제공자로서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지역신문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비밀유지는 불가능하다”며 시장의 잘잘못을 숨길 수 없는 열린 행정임을 강조했다. 또한 “엠바고는 어차피 깨질 것”이라며 특별히 기자실이나 공식 라인이 없이 사안에 따라 보도자료를 주거나 부정기적으로 기자회견 등을 한다고 한다. 언론과 정치인간에는 선정성이나 엉뚱한 보도가 나가는 경우는 어느 나라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럴 경우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연수의 일정을 마치고 뒤셀도르프 중심가 라인 강변에서의 맥주 한잔을 나눴다.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보며 오늘 이 자리를 위해 열심히 일했노라는 듯이 여유있게 맥주를 즐기는 독일인들 가운데 우리가 있었다. 빠른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거대한 화물선들이 쉼없어 교통정리라도 해야할 판이었다. 그런데 한껏 이국의 정취에 휩싸여 낭만에 젖기에는 마음이 무겁다.

독일 신문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독자감소, 광고시장 위축으로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고자 구조조정과 신문사간의 제휴 협력과 통폐합까지 생존을 위해 몸부림하는 느낌을 받았다. “유가 주간 지역신문이 있었지만 경영난에 문을 닫았다”는 비관적인 답변을 들었다. 이제 10여년 남직한 일천한 역사를 가진 지역신문은 독일처럼 통폐합으로의 과정이 트랜드인가. 아무리 대입을 해보아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걸어온 역사 문화 지자체의 환경이 다르지 않은가. 지자체의 정도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한국사회와 단순 비교는 할 수 없다. 이번 연수는 홀로서야만 한다는 사명감과 숙제를 남긴채 귀로의 열차 침대칸에 몸을 실었다.
<윤주한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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