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중 11명 여성의원 맹활약
다른 의회 ‘여성천하’ 부러워해
환경 복지 문화 분야 적극 챙겨
육아 가사는 의원들에게도 숙제

▲ ‘고양시의회에서 여성의원 하기’라는 이름으로 모여달라는 부탁에 7명의 의원들이 모였다. 다른 지역에서 여성천하라며 부러움을 사고 있는 고양시의회지만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6대 고양시의회는 전체 30명 의원 중 11명이 여성의원이다. 전후반기 모두 김필례, 박윤희 의장이 의회를 이끌고 있다. 고양시의회를 ‘여성천하’라고 부르는 것도 그럴만해 보인다. 지난 지방선거 공천 당시 여성 의무 공천제 등으로 전국적으로 기초, 광역 모두 여성의원들이 대거 진출했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여전히 여성 의원들이 ‘구색’으로 자리하는 곳도 적지 않다. 어느 지역에서는 여성의원이 먼저 발언을 하면 “어디 감히 여성이 먼저 나서냐”라는 호통을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조례나 안건, 시정질의에서 여성의원들이 남성의원들보다 더 활발한 활약을 보이는 고양시의회야말로 여성 정치인들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11명 고양시의회 여성의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함께 모여 식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혜련 “전국 최연소 타이틀 덕봤다”
김혜련 : 4대 의회 때 27살로 처음 의원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는 의원 족구를 할 수 없었다. 다들 연세가 많고 그런 분위기도 아니어서. 4대 의회도 전국에서 의회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안을 대하는 태도, 합의 방식이 상식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전국 최연소라는 타이틀 때문에 덕을 많이 보았다 (웃음).

집행부가 다들 아버지도 아니고 큰아버지뻘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딸보다 어린 게 눈 똑바로 뜨고 뭐라 한다’는 이야기를 공무원들끼리 했다고 들었다. 고양시 꽃아가씨 행사를 했는데 당시 김유임 의원이 수영복 심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서 반바지 심사로 바꾼 일이 기억난다. 여성 발전기금 30억 발의도 김유임 의원이 했는데 6~7시간을 심사받고 앓아누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 보면 선배의원들 덕분에 조금 더 편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감사하다.

“욕먹으며 지켜낸 선배들 공이 크다”
박윤희 : 4대 때는 시의회에서 격렬하게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 욕설이 나오기도 했다. 남성의원들은 공무원들과 의회 회의장을 벗어나면 선후배, 형 아우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양시에서 경기북부시군 체육대회를 했는데 다른 시군에서는 여성 의원들이 없었다. 줄다리기를 하려고 나서니까 ‘어디 여자가 나와서 끼냐’며 삿대질을 했다. 작은 아이가 4살이었는데 그때는 시립어린이집도 없었고, 여성 의원이 보육이나 복지혜택을 요구하기도 어려웠다. 나도 어쩔 수 없어서 행사 때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6대 의회 때 김혜련 의원이 워크숍에 아이를 데려왔다는 비판기사가 났을 때 내가 나서 기자에게 불만을 얘기 했다. 

김윤숙 “환경 문화 복지 활약 두드러져”
김윤숙 : 비례제도, 여성 공천제도의 변화가 여성 의원들의 진출을 도운 계기라고 본다. 지금 공천제 폐지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데 여성, 장애인, 소수자들에 대해서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왕성옥 : 전국에서 여성의원들은 비례가 94%, 지역 선출의원은 6%뿐이다. 그런데 고양시의회는 11명 중 2명만 비례의원이다. 다른 지역은 여성 후보들에게 나번 다번 주어 조건만 맞추려 했다. 그러나 고양시는 박윤희 의장이 나번을 받기는 했지만 대부분 제대로 공천을 받아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이 됐다. 이는 어려운 여건에서 먼저 의정활동을 했던 의원들이 잘 해줘서 그런 거 아닐까. 고양시도 그렇지만 여성의원들이 의회에 대거 입성하면서 실제 부패지수가 10%정도 낮아졌다는 발표가 있다. 
이윤승 : 자화자찬하고 싶다. 6대 여성 의원들이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역대 선배의원들이 토대를 닦아 놓지 않았나싶다. 시의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보니 조례, 안건 발의 등에서 여성의원들의 활약이 실제로도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왕성옥 “고양은 지역의원 비중 높았다”
왕성옥 : 이전에 금정굴 조례를 김유임 의원에 대해 발언할 때 회의장에서 심한 욕설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유임 의원이 남성의원이었어도 그랬을까.  
김경희 : 여성들이 더 집중도가 높다. 5대 상임위 식사시간에 의원들이 2시간 동안 앉아서 음담패설을 했다. 그런 문화에 대해 때 운영위에서 비공식적으로 건의를 했다. 다행히 잘 받아들여졌고, 6대 때는 정말 식사나 전반적인 문화가 건전해졌다.

고은정 “3일째 빨래를 못 널고 왔다”
고은정 : 다른 의회의원들과 모임을 하면서 자랑스럽게 느낀다. 고양시의회가 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적으로 많은 것에서 머물지 않고,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비례 의원들이 설움을 이야기한다. 발언권에도 제한을 두고, 보직을 아예 안 주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는 여성의원들이 인격적 모욕을 당한 적도 있다더라.
김경희 : 여성과 비례의원에 대한 편견은 나도 겪어봤다. 5대 때 다른 지역 행사에 갔는데 타지역 의원들이 ‘비료푸대’라고 부르더라. 그러나 고양시의회에서는 한 번도 비례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해보지 않았다.
이윤승 : 고양시에서 어떤 의원에게도 비례라는 이유로 서러운 이야기 들어본 적이 없다. 3년 동안 그런 차별을 느끼지 않고 의정활동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김경희 의원이 5대 때 워낙 잘해서 그런 것 아닐까. 개인적으로 남편이 조금은 가부장적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의원활동하면서 음식물쓰레기 버리기나 설거지, 가사를 당연히 도와주더라. 고맙게 생각한다(웃음). 

“비례, 비료푸대라 비하하기도”
왕성옥 : 출퇴근하는 직장과 달리 시간이 자유롭다보니 오히려 가사 분담이 어려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픈 노모가 있어 힘들 때가 많다. 7대 때는 더 많은 여성의원들이 들어오리라 기대한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잘해낼 것 같다. 
김혜련 : 지역구가 화정2동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곽지역이다. 의정활동 처음부터 동네사람들을 저녁에는 거의 안 만났다. 술자리도 거의 참석하지 않고, ‘애 봐야한다’고 말하고 일어났다. 대신 낮 시간에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지금은 지역에서 더 잘 봐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성이 아이를 키우며 의원생활을 하는 게 좋다고 본다.

김경희 “여성의원들 재선율 높다”
김경희 :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5대 때 큰아이가 중2였다. 민감한 사춘기였는데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받아주지 못했다. 이제 군대 갔는데 애틋하고 미안하다.
여성의원들이 재선율이 높다. 성실하고 꼼꼼하게 적극적으로 일을 처리해 시민들에게 공감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6대 선거할 때 ‘수지엄마 김경희’를 타이틀로 아줌마를 강조했다. 다니면서 듣는 이야기가 ‘싸우지 마라’다. 여성의원들에 대한 그런 기대가 있다. 여성의원들이 다음 의회에는 15명이 넘을 것 같다.



박윤희 의장
“여성의원 대안중심 의회 주도해”
여성의원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복지·여성·문화·인권 분야에서는 안건이나 조례에 성과가 컸다. 그러나 아쉬움도 지적된다. 눈에 띌만한 성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 박윤희 의장도 이에 대해 공감하며 7대 의회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박 의장은 “여성 정책워크숍 때 발표된 여성정책 내용을 보니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여성창업센터 신설 정도가 성과라고 할 수 있다”며 “고양시는 여성친화도시 신청도 안했다. 여성 정책 문제에 대한 목적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대 때 4살 어린 아이를 데리고 의정활동을 시작한 박 의장도 가사와 육아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지금은 개인적으로 다 해결을 하고 있는데 서로 아이디어를 내서 정보를 공유하고, 좋은 방법을 찾아내서 해결하면 좋겠다”며 “여성 의원 수가 많아지면서 일을 하는 능력도 더 잘 발휘되고 있다. 여성의원들이 의회를 주도했다고 평가받을 만큼 열심히 선도적으로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필례 의원
“열 남자 부럽지않다 인정받아”
“굳이 남성 여성 구분하지 않았다. 2002년 바르게살기협의회 전국 최초의 시단위 여성회장이 됐다. 35개동 위원장은 90%이상이 남성이었다. 우려가 컸지만 첫 연수 강의 때 모두가 ‘열 남자 부럽지 않겠구나’하며 내게 지지를 보내주었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의회에 입성하자 남성의원들이 김필례 의원을 오히려 부러워했단다. 거침없는 그의 활동에 남녀 구분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5대 때 건설교통위원회 활동하면서 어느 상임위보다 대화와 소통이 잘됐다. 전반기 의장활동하면서도 집행부와 끊임없이 대화했고 모두들 잘 따라와주었다.” 김필례 의원은 6대 전반기 의회를 이끌면서 ‘1차에서 먼저 대화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유도했다. 남성들이 강하다는 네트워크나 소통방식 면에서 김 의원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대통령도 여성인만큼 시대가 달라졌어요. 여성이라고 혜택을 받으려들지 말고 능력으로 인정 받아야죠. 공천제 폐지에는 반대지만 굳이 여성들에게 불리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선 의원
“여성이기 이전에 선택받은 공인”
“지역이 자연부락이다보니 오라는 곳, 만날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래도 감사하죠. 저를 불러주시니. 술이요? 제가 먹어야 얼마나 먹겠어요. 진심으로 다가가고, 열심히 일하는 것 더 좋아하세요.” 송포 송산동 농촌지역에서 재선된 김영선 의원은 11명 여성의원들 중 유일한 지역출신이다. 남성적 문화가 강한 지역에서 김 의원은 ‘맨입’으로 인사를 다녔다.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진심은 먹혔다. 5대 때보다 2010년 선거 때 4000표 이상을 더 얻어 당선됐다. 토박이라 더 좋은 건 잘 모르겠지만 시의원을 하는 이유이자, 보람이 되어준다고. 타협의 여지가 적고, 도덕적인 여성의 장점을 인정하지만 굳이 구분은 하고 싶지 않다고.
“여성의원이라는 이유로 대접받거나 가정을 강조하는 건 프로답지 못하다고 봐요. 공인으로 선택됐으니까 어느 정도 희생은 감수하고 보답해야죠.”

권순영 의원
“여성의원들 정의롭다”
“밤 12시 넘어 예결위 회의가 끝난 적이 있어요. 중간에 아이를 데려와 의회 구석에서 숙제를 하게 하고, 다 끝나고 집에 데려가기도 했죠. 아이에게 미안하죠.”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권순영 의원도 아이 이야기를 하면 눈시울이 불거진다. 이제는 제법 커서 혼자 마을버스도 타고 다니고, 엄마에게 ‘괜찮다’고 말할 줄 안다. 그래도 아이가 아플 때, 시험기간에 돌봐주지 못할 때는 마음이 아프다고.
권순영 의원은 사회복지사, 군인, 국회의원 정책비서관으로 열정적인 활동을 했다. 권 의원은 여성 의원들과의 교류가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사안에 따라 대립하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났다. “여성의원들이 정의롭죠. 개인적으로 남녀를 떠나 장애인 복지 관련 조례를 많이 발의했어요. 발로 뛰는 만큼 알아주시더군요.”

오영숙 의원
“살림하는 여성의 배려가 장점”
“아무 때나 민원인이 부르면 가야되고, 계획을 잡기 어려운 생활이 문제다. 해결 안된 민원도 그렇고.” 오영숙 의원도 주민들 앞에서 언제나 열려있어야 하는 의원생활의 고충을 토로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며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큰 힘이다.
“딸들이 엄마를 좋아하고, 지지해주죠. 남편도 그렇고. 시부모님들도 처음엔 반대하셨는데 이제는 ‘다음에 꼭 너 찍을 거야’하시며 자랑스러워하세요.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 있었지만 가정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고마운 이들에게 고구마 한 개로 전할 수 있는 따뜻함. 살림을 하는 여성들의 배려가 의정활동에 큰 힘이 된다고. 오 의원은 오히려 남성의원들이 위기를 느끼지 않겠냐는 걱정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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