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회복 촉구를 위한 범 시민 진혼제

▲ 각계 각층의 다양한 고양시민들(호곡중학교 학생들, 누리마루 봉사단,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등)이 참여해 위안부 할머님들의 넋을 기렸다. 또한 역사속에 상처로 남겨진 위안부 할머님들의 아픔을 상여와 만장행렬로 세계만방에 고하는 장이 될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 : 고양문화원

8월 14일(수) 오전 10시. 이미 광화문광장은 몹시 뜨거웠다. 새벽 4시부터 진혼제를 위해 준비한 ‘고양선공감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 보존회’(회장 김우규)상여를 실은 차량이 8시에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5톤 차량에 가득 실린 상여 도구를 하나하나 꺼내고, 2시간에 걸쳐 다시 상여를 짜맞췄다. 일하는 이들은 벌써 땀범벅이 되었다.

호곡중학교(150명) 학생들과 누리마루봉사단(80명), 행복한미래교육포럼(30명)등에 소속된 고양시 학생들도 속속들이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광화문광장이 흰옷 입은 학생들과 베옷 입은 상여꾼들로 가득찼다. 행사 시간이 가까워졌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는 최성 고양시장이 “위안부 할머님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아들 딸들이 여기에 있다”며, “제2의 SNS 3.1운동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와 배상, 독도 영유권 침탈 행위 중단과 사죄, 동북아 평화질서를 위협하는 평화헌법 개정 중단, 일제가 침탈해간 고양시 유적인 벽제관 육각정 반환’ 등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일본대사관을 항의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촉구 범시민 서명운동’에 서명한 13만 명의 서명부 사본과 서한문을 전달했다.


오전 10시 30분, “이제가면 어이오나~한떨기 이름없는 외로운 들꽃처럼 바람에 휘날리다 찢겨진 임이시여~ 한 맺힌 설움 안고 구천을 헤매이나~”라는 최장규 고양들소리보존회장의 구슬프고 애닯은 선소리가 광화문 광장에 흐르며 진혼제를 위한 상여 행열이 11시에 경복궁 앞 광화문에 도착했다. 진혼제가 있기 몇일 전인 11일, 노환과 지병으로 별세한 이용녀(87세) 할머니를 위한 추모행사를 시작으로 진혼제가 열렸다. 가득한 슬픔과 분노를 담은 이정화씨의 추도사, 고양시 어린이 역사합창단의 합창과 대북타고, 한풀이춤이 이어졌다. 이어서 고양향교(전교 이영찬) 회원들이 인도하여 고인이 되신 10분의 영정을 향해 잔을 올리고 절을 했고, 참여한 이들이 헌화를 했다.

고양선공감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 김우규 회장은 “아베 신조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위안부 할머님들을 위로하고 보상해야 하며, 할머님들께 사죄하고 역사왜곡과 망언·망동을 당장 그만둘 것을 강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고양문화원 방규동 원장은 “오늘 행사의 뜻이 아베신조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위안부 할머님들이 계시는 나눔의 집 안신권소장은 “할머님들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한일 역사의 벽을 허물어 평화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자녀와 함께 이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 고재현 씨는 “오늘 진혼제에 참여해보니 이 행사가 추구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었고, 국가적인 행사로 진혼제가 치러진다면 더욱 강력하게 일본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무원중학교 2학년 고유정 학생은 “위안부 할머님들이 겪은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었다”며, “할머님들이 기뻐하실 수 있도록 작은 효도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날 진혼제는 고양문화원이 주최하고 고양선공감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 보존회가 주관했고, 고양시와 고양시의회, 일본군위안부역사관, 나눔의 집, 고양신문, 고양시자원봉사센터가 후원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 광화문 광장은 정말 타는 듯이 뜨거웠다. 이 행사에 참여한 초등학교 어린이로부터 80을 넘긴 어르신까지 그 누구도 더위를 피할 수 없었다. 그 더위를 몰랐을까, 알면서도 진혼제를 준비했고 참여했다.

이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 중 생존자는 57분(명) 밖에 없다. 한 해에 몇 분씩 생을 달리하고 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국민은 비극적 과오를 되풀이 한다’는 말이 있다. 80을 바라보는 어르신들과 스스로 이 행사에 참여해 무거운 상여를 멘 대학생 국우진씨, 그리고 청소년들. 모두들 57분(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 살아생전에 맺힌 그 원한을 풀어드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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