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놀이터 만드는 성악가 최용석 씨

▲ 성악가 최용석씨

클래식 동네를 만들자
심학산에서 송산·송포동 평야를 내려다보던 성악가 최용석 씨에게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그는 그곳 마을 예술축제를 인상 깊게 지켜봤다. 축제 기간이 되면 외지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던 그 지역 예술인들이 마을로 돌아왔다. 음악가는 연주를 하고, 미술가는 전시를 열고, 지역민들은 기꺼이 자원봉사를 했다. 집집마다 음식을 내오고, 무료공연 관람 후엔 지역민들이 성의껏 기부금도 냈다. 그야말로 예술과 생활의 경계, 예술인과 지역민의 거리가 없는 축제였다.

“예술인 재능 기부의 참모습이 그런 게 아닐까 해요. 관이 주도하는 축제에 예술인들이 등떠밀리다시피 나서는 건 진정한 의미의 재능 기부가 아니죠. 예술가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예술가는 지역에 예술 활동으로 기여하는, 예술행위 선순환구조가 필요해요. 이탈리아의 작은 지방도시에서도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봤어요.”

물론 ‘유학파 외지인’인 그가 마을 일에 발 벗고 나서는 걸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진심은 통했다. 공인중개소 사장 2만원, 수퍼마켓 주인 1만원, 병원장 10만원…. 지역민들의 십시일반 후원금으로 꾸린 송산동백송문화축제는 올해로 10회(매년 가을에 열림. 20011년엔 전국적인 구제역 창궐로 축제가 취소됨)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오케스트라 연주, 오페라 공연, 환경미술 전시 등 마을 축제에선 흔치 않은 문화예술 활동이 이뤄졌다.

1년에 한 번이 아닌, 생활 속에서 늘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그는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와 함께 자녀가 다니던 학교에 합창단을 만들고, 마을 주민들을 모아 여성합창단도 운영했다. 군 제대 후 남들보다 뒤늦게 ‘음악가의 길’로 뛰어들었던 그에겐 음악가로서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기도 했다.

문화로 소통하는 마을공동체
4회부터는 축제를 송산동주민자치위원회로 이관했다. 오랫동안 축제를 쥐고 있다 보면 혹여 개인적인 욕심으로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리지 않을까란 우려에서였다. 만약 그가 이사를 가더라도 축제는 지속돼야 한다는 의도도 담겼다. 그리곤 축제를 이끌고 지켜보면서 느꼈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눈을 마을 밖으로 돌렸다.

2011년, 주민들의 자치역량 개발을 위해 마련된 고양시 주민자치아카데미 강좌를 수강하면서 그에겐 새로 할 일이 떠올랐다.

  ‘주민들 스스로 나서는 문화공동체를 만들자.’ 이에 뜻을 함께한 주민자치아카데미 수강생들과 비영리단체인 ‘우리동네문화놀이터’를 만들었다. 문화예술 체험으로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 문화예술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려면 주민들이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문화공동체 의식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해엔 일산3동, 탄현동, 풍산동, 행신1동, 송산동 마을합창단을 꾸렸다. 올핸 고양시 주민공동체사업으로 선정된 풍산동문화마을만들기 프로젝트로 동분서주 한다. 풍산동을 중심으로 한 이 프로젝트는 하우스음악회, 주민 1인1악기 배우기(오카리나), 힐링영상음악감상, 고양시브랜드문화상품만들기(체험활동) 등으로 이뤄진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문화예술로 춤추는 마을’ 만들기다. 하우스음악회는 지역 예술가를 발굴·소개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풍동성결교회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유휴 공간을 선뜻 내놓았다. 

“교회 공간을 쓰다보니 지난 5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해도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교인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70% 이상이 주민이에요. 풍산동을 시작으로 문화놀이터 만들기 프로젝트가 확산되면 고양시 문화가 한층 풍성해지겠죠? 이로 인한 혜택이 지역민은 물론 지역 예술인에게도 돌아가리라 믿어요. 예술가인 제가 이 일을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문의 031-905-6510(풍산동문화만들기 프로젝트)
카페 cafe.daum.net/pungsandongcnolit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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