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도시 책박물관 ‘열화당’

▲ 박물관으로 승인된 도서관+책방. 현재 전쟁 관련 도서전이 진행중이다.

출판도시라는 장소성을 대표할 만한 공간을 생각한다면, 열화당 사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곳 도서관들이 각각의 전문분야를 살린 도서관을 공유한다면, 그 하나 하나가 모여 도시전체를 완결하는 거대한 도서관이 형성된다. 열화당의 ‘도서관+책방’은 출판도시 공동체가 완성할 도서관의 큰그림의 한조각이기도 하다.

또한 출판사 이름에서 느껴지는 인문 정신은 발행인이 나고 자란 강릉의 선교장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 이지적이면서 유연함이 깃든 열화당 사옥의 외관이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예술을 향해 40여년 달려온 출판사, 열화당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예술을 향해 40여년 달려온 출판사, 열화당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예술을 향해 40여년 달려온 출판사, 열화당(悅話堂)은 ‘가까운 이들의 정다운 이야기를 즐겨 듣는다’라는 도연명의 <귀거래사>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말로 강릉 선교장의 사랑채 이름이기도 하다.
강릉의 아흔 아홉칸짜리 조선시대 고택 선교장은 열화당 발행인인 이기웅 대표가 태어나고 성장한 곳이었다.
1815년 건립된 선교장은 200년 가까운 역사가 서린, 문인과 학자들이 모여 예술과 학문을 논하며 진리를 모색하던 사랑방이었다.
1900년대 초기에는 동진학교라는 신 교육기관이 개설되는 등 출판과 교육이 이루어지던 근대의 지적 생산이 이루어진 아카데미였다.
열화당은 이러한 인문정신을 바탕으로 1971년 서울에서 문을 열고 미술과 시각매체, 전통문화 부문에 까다롭지만 가치 있는 책 만들기에 전념을 다했다.
출판은 고성장, 고수익의 논리가 지배하는 장이 아니라 지적 생산자인 저자와 수요자인 독자의 교류와 발전을 위한 터전이라는 소신으로, 완성도가 높은 도서목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40여년 동안에는, 고통 속에서 아름다운 영혼을 품고 태어난 예술작품처럼, 힘들고 더딘 작업을 거쳐 나온 열화당의 책들은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는 그 한 권이 오래도록 살아남아 꼭 필요한 이에게 닿을 수 있게 하려는 열화당의 바람이 담겨있다.
이러한 소망은 시대의 큰 생각을 담아 한국문화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소망으로 강릉, 서울을 거쳐 첫 걸음을 내디딘 후 다시 파주에서 쉼없이  글과 그림의 정갈한 상차림으로 분주하다.

완벽함 속에 투명한 빛의 부드러움이 있는 사옥
1999년, 파주 사옥 건축 당시, 열화당은 출판도시 전체의 개념을 명확히 증명하는 건축이 되기를 희망했다.
한국적 개념 속의 비움과 검은색의 외관, 그외의 빈공간인 투명한 벽으로 둘러싸인 마당은 검은 단단함 속에 투명한 부드러움이 날아 온 듯하다.
이 개념이 열화당 건축의 형태적 가치다. 이렇게 투명한 마당을 중심으로 몇 개 스튜디오 하우스들의 군집으로 요약되는 열화당 건축물은 서재와 주거기능을 갖춘 파빌리온으로 각각의 공간들은 투명한 벽을 통과한 빛이 내부 공간을 비추고 있다.
열화당은 복도로 연결된 공간이 아닌, 방과 방, 방과 마당이 서로 연결된 좋은 방들로 이루어진 매우 효율적이면서 강한 건축적 정체성을 지닌다.

가장 아름다운 책방을 꿈꾸며 증축한 열화당 신관
신관은 독립된 오브제가 아니라 주변 건물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공동체의 가치를 담았다. 앙상블이 지닌 문명성을 녹여내어 출판도시가 지닌 문화적인 역할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앞마당인 아트야드는 이러한 문화의 클러스터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적인 공간으로 열화당 각각의 건물을 떠안은 카페트와도 같은 곳이다.
신간의 앞면의 다양한 비례의 창문들과 수평, 수직의 양각은 방문객들에게 보내는 의인화된 열화당의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신관 안으로 들어서면 이같은 정서가 더욱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도서관, 책방, 전시장, 북카페, 사무실 등 다양한 기능들이 서로 구분되기도 하고 통합되기도 한다.
이층에 매달린 복도형태의 메자닌은 구분된 공간을 연결하기도 하면서 아래 책방과 시각적으로 소통하게 한다.
이러한 공간구성은 책과 관련된 다양한 행위가 경계 없이 개방적이고 유연한 열화당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한쪽 벽에 움푹파인 아담한 규모의 기억의 공간은 어머니의 성소로, 시대를 관통하는 내재된 정신과 역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 기억의 공간은 책방 한켠에 마련되어 인류역사 문화의 선조를 기리는 작은 기도실이다.

 

도서관+책방 공간이 책 박물관 되다
열화당 신관에 마련된 도서관+책방 공간은 말 그대로 책방과 도서관의 성격이 하나로 통합된 실험적 공간으로 많은 방문객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이곳에는 발행인과 편집부가 오랫동안 선별한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책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이곳은 열화당 방문객들이 도서관처럼 열람하도록 개방되어 있다.
간혹 읽다가 구매하고 싶어지는 책은 10% 할인된 특판가격으로 구입할 수도 있는 책방이기도 하다.
예술전문 출판사답게 미술, 사진, 디자인, 건축, 전통문화 등 문화예술 서적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처럼 아름답고 기능적인 공간은 더욱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올 예정이다. 지난 주 경기도 사립박물관으로 승인되어, 명실공히 박물관으로서의 위상도 더해졌기 때문이다.

원숙한 40대로 진입한 열화당, 작고한 지식인들의 지적 자산을 염한다
회고록과 자서전은 한 개인이 지나온 삶을 성찰하고 이를 통해 생의 아름다운 마감을 정리하는 기록차원의 염(殮)이다.
복간, 복각출판도 동일하다. 한 사람이 생을 마치면 고인의 삶을 잘 정돈하여 떠나 보내듯이, 뛰어난 저술가와 문필가들이 남긴 책을 잘 가다듬어 다시 역사에 내어 놓는 행위다. 과거를 잘 살펴서 삶의 교훈을 얻듯이 책의 원형과 존재방식의 깊은 성찰이다.
열화당은 성숙한 출판  경험을 살려 과거의 발행했던 뛰어난 저자들의 책을 새로운 편집다지인으로 선보이는 복간, 아름다운 책을 정교하게 복원하는 복각실험을 진행 중이다.

문의 031-955-7020 위치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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