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동 활터 ‘송호정’

덕이초등학교 뒤쪽에 자리 잡은 작고 아담한 활터 ‘송호정’에 나이 지긋한 회원들이 모여 저마다 국궁과 활터의 매력을 얘기한다. “아직 이렇게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다 활 때문이지요”, “단전 호홉을 통한 기 운동이라서 활을 쏘면 내공이 쌓이고 정기가 강해져요”, “활 쏘다가 힘들면 탁주에 국수 한 사발씩 하면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 하는 거죠 뭐.”

이중 궁도 경력 43년의 김완종(69세) 고양 궁도협회 회장은 대화리 토박이다. 27살 때부터 이곳 송호정에서 활을 배워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김완종 회장은 개장한지 52년째인 송호정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지금은 활을 쏘는 사대와 과녁 사이에 길이 생기고 밭도 들어섰지만 예전에는 고즈넉한 좋은 활터였다”며 “개발이 시작되고 땅값이 오르면서 고양시에 7군데였던 활터가 지금은 4곳만 남았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시설은 조금 낡았을지라도 고양시 활터 4곳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이 덕이동의 송호정이다. 몇 년 사이 신입회원수가 꽤 늘었다는 송호정의 회원들은 영화 ‘최종병기 활’ 얘기를 꺼냈다.

조선 최고의 신궁역으로 배우 박해일이 주연한 이 영화가 개봉 한 후, 국궁에 관심을 가진 젊은 회원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젊은 나이라고는 하지만 40대 회원이라면 여기서는 젊은 축에 속한다. 국궁을 즐기는 회원들이 대부분 50에서 60대였는데, 이제는 송호정 회원 42명 중 거의 절반이 40대라고 한다.

국궁은 5개의 화살을 허리춤에 차는 것이 기본이다. 보기엔 쉬워 보이나, 바른 발자세와 몸 세우기는 물론 온몸의 신경과 근육을 사용함으로써 운동 효과가 매우 크다. 처음 활을 접하는 회원은 빈 활을 당기는 연습으로 시작한다. 사대에서 표적까지의 거리는 145m인데 이렇게 멀리 화살을 보내기 위해선 보통 45파운드(약 20kg) 정도의 장력을 가진 활을 쓴다. 근력이 부족하다면 개인차에 따라 낮은 장력의 활을 쓰지만 낮은 장력의 활은 더 높은 각으로 겨냥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

6개월째 국궁을 배우고 있는 초보회원 황현길(55세)씨는 “처음 국궁을 배우면 적어도 두 달은 빈 활을 당기는 연습을 해야 비로소 사대에 설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사대에 선 뒤에도 한 순(5발)을 모두 과녁에 맞히려면 3~4달 정도는 걸린다고 한다. 처음으로 5발을 다 맞히면 ‘접장(接長)’이라는 칭호를 받게 되는데 황현길 씨는 “접장이 돼야 활을 쏠 줄 안다고 할 수 있다”며 “저도 얼마 전 접장이 되어 술과 안주로 회원들에게 한 턱 냈다”고 즐겁게 웃어보였다.

궁도는 고단자인 5단부터는 명궁이라는 칭호를 쓰게 되며 명궁이 되면 개량활 대신 각궁이라고 부르는 전통활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송호정의 명궁 중 한분인 정광수(65세·7단)씨는 “국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힘도 정신력도 아닌 마음가짐인 것 같다”고 말을 꺼냈다. “적당량의 힘을 조절하고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으려면 과녁을 보기보다는 자신을 돌아 봐야 한다”며 “그래서 국궁은 매사를 자신의 탓에 두는 겸양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무예”라고 설명했다.

정광수씨는 또 “24시간 아무 때나 활을 쏠 수 있어서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이 송호정의 장점”이라며 “젊은 회원들은 대부분 직장인들이라 출근 전 새벽에 활을 쏘거나, 퇴근하고 밤에 활터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해가 져도, 또는 비가 오고 눈이 와도 활쏘기는 언제나 가능하죠.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해 보실 분들은 송호정으로 오십시오”라며 말을 마쳤다. 

회원모집 문의 031-914-2112
월회비 2만 5천원 (레슨 무료, 레슨 기간 중 장비 대여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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