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공유경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바라보다 ⑤공유경제 10년 후, 우리가 사는 세상 이렇게 달라지지 않을까

 

면접 때 딱 한 번 입고 옷장 깊은 곳에 있는 정장, 읽지 않는 먼지 쌓인 책, 더 이상 아이가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까지 우리 주변에는 쓰지 않는 물건이 넘쳐난다. 심지어 자동차는 운전하는 시간보다 주차장에 멈춰있는 시간이 더 많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제프 딕슨의 <우리 시대의 역설>에서 현대의 소비문화를 꼬집은 문구다.
소유하려는 욕망이 더 빈곤하게 만든다는 역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새로운 소비 흐름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재화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교환·임대·활용하는 협력적 소비를 기초로 움직이는 ‘공유 경제’가  그것이다.
공유경제는 재화, 서비스, 생산수단 등 각자 가진 것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을 말한다. 기존의 ‘렌털(rental)’과 비슷하지만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
기업과 개인 간 거래로 되도록 재화를 최대한 많이 돌려 써서 수입을 올려야 하는 렌털과 달리 공유경제는 자원 활용에 초점을 맞춰 개인 간 거래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큰 가치다. 기존 과잉 소비 행태의 혁신적인 대안 모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아주 낯선 모델은 아니다.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의 진화형이자 전통 공유 방식인 품앗이에 네트워크를 더한 개념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개인들이 책을 한곳에 모은 뒤 서로 빌려 보는 ‘국민도서관 책꽂이’, 평범한 지역 토박이가 여행가이드가 되도록 돕는 ‘마이리얼트립’, 음식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집밥’ 등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공유기업에 투자하는 캐피털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집에 전화, 냉장고, 텔레비전 있는 사람?’ ‘혹시 자가용은?’
우리나라에서 60년대 중반 무렵 각 초등학교 학기 초에 실시되던 ‘가정환경조사’라는 명목의 가정통신문에 기재된 질문들이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당시에는 진지하게 통용되던 항목들이었다.
이 시기에는 더 많은 가전제품, 더 큰 집, 더 큰 자동차는 계층과 행복지수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아이콘이었다.

우리의 소비생활을 살펴보면 각 시대별로 주목할 만한 특징들이 있었다. 50~60년대는 원자재경제(가게에서 밀가루를 구입해 집에서 케이크를 만듦), 70~80년대는 상품경제(케이크 믹스를 구입해서 집에서 케이크를 만듦), 90~2000년대는 서비스경제(베이커리에서 케이크를 구입), 그리고 2010년대 이후에는 경험(체험)경제가 변화의 중심축을 만들어 내고있다고 한다.

사실, 무한경쟁과 대량생산시스템은 더 많은 것을 소유·소비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며, 20세기를 과잉소비의 시대로 변화시키며 더 크고  많은  소유물이 `‘나’의 정체성을 규정해왔다.

21세기 협력적 소비시대에는 평판과 커뮤니티, 그리고 어디에는 접근(`‘접속’이 아닌 `‘접근’)할 수 있고 어떻게 공유하고 무엇을 나누느냐가 `‘나’를 규정하리라는 예측들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공유 경제(Sharing Economy)’가 새롭게 떠오르는 비즈니스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도 유·무형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공유경제 모델 등장
공유경제 비즈니스에 관해 우리나라의 사정도 해외와 다르지 않다.

방, 자동차, 공간 등 유형자원을 이용한 대표적인 공유경제 사례에는 아동의류를 공유하는 ‘키플(www.kiple.net)’, 명품가방을 회원간 공유하는 `코럭스(www.colux.co.kr)’, 취업을 앞둔 청년에게 정장을 공유하는 ‘열린 옷장(www.theopencloset.net)’,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책을 공유하는 ‘국민도서관 책꽂이(www.bookoob.co.kr)’, 물건을 공유하는 ‘헬로우마켓(www.hellomarket.com)’ 등이 있다.

무형 자원을 활용한 공유경제 모델들의 활약도 눈에 띄고 있다. 개인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위즈돔(www.wisdo.me)’, 현지인이 직접 여행 가이드를 해주는 ‘마이리얼트립(www.myrealtrip.com)’ 등이 대표적 사례다.

공유경제란 대기업이 만든 제품을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기존의 형태와 달리 소비자들이 가진 재화와 재능을 나누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구매’에서 ‘공유활용’으로의 소비패턴 변화
앞으로 다양한 공유경제 웹 서비스 모델의 출현을 통해, 사람들의 삶 자체가 웹으로 옮겨질 것으로 예측한다. 웹은 디지털 정보자료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실제 생활을 반영하는 웹으로 진화하고 있고, 특히 `‘가치’라는 것도 단순히 하나의 상품을 구매해서 얻어지는 `‘소장가치’에 머물러 있지 않고 그것을 공유하고 활용해서 얻어지는 `‘경험가치’로 이동하고 있다. 거품이 주도하는 소유 중심의 경제는 이제 경험 가치 기반의 알찬 경제를 지향하고 있고, `‘공유’가 그 가치를 실현할 구현책으로 부각되고 있다.

서울시는 ‘공유도시’를 선언하며 공유경제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해 말 공유촉진 조례 공포를 시작으로 복지관, 도서관 등 공공시설 유휴공간 736곳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아파트 주민들 간 책을 공유하는 ‘아파트 마을 책꽂이 사업’도 시작했다. 2월 20일부터는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필요할 때 빌려 탈 수 있는 ‘승용차 공동이용’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공유경제, 지속 성장 가능성 크다
국내에 공유경제를 본격 도입한 양석원 코업(Co-Up) 대표. 사무실 공간을 나눠 쓰는 공유경제 기업을 운영하면서 공유경제 벤처 창업을 인큐베이팅 하고 있는 그는 “협업 소비를 그냥 스쳐 지나가는 추세로 보기에‘는 해외에 이미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모델이 많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는 플랫폼은 만들어졌다”면서도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거래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고, 공유경제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유경제 기업 위즈돔을 운영하는 한성엽 대표는 “현재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지만 대다수 공유경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보다 많은 대중이 공유문화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공익적 공유경제 인큐베이팅 회사 등장
지난해 세계 177개국 224만 명의 소비자는 십시일반으로 3억1978만 달러(약 3391억 원)를 모아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사업을 시작한 창업가들을 후원했다. ‘킥스타터’라는 미국 벤처기업 얘기다. 장보기, 애완동물 돌보기 같은 심부름을 대신하고 돈을 버는 ‘태스크래빗’이란 서비스도 지난해 13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킥스타터와 태스크래빗은 모두 창업 초기에는 “푼돈 모아 벌이는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며 외면 받던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만 골라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컬래버러티브펀드는 킥스타터나 태스크래빗 같은 ‘공유경제’ 기업에만 투자한다.

포털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 대표가 세운 소셜 벤처 캐피털 SOPOONG도 국내 공유경제 기업에 투자한다.


우리는 과연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었나
산업혁명이후, 20세기 생산중심의 경제체제와 과잉소비는 대량생산, 신용카드, 판매중심시스템 중심의 소유경제에 집착을 가져왔다.

공유경제는 소유경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80년대를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였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러했던가? 사실, 이 시기의 풍요는 판매량에 근거한 사용량에 대한 평가였다고 볼 수 있다.

공유경제의 출발점은 바로 80년 소비사회에서 말한 ‘풍요’에 대한 의구심이다. 공유경제는 판매와 소비의 극대화가 아닌 협력적 소비를 통한 금전적, 비금전적 부가가치의 극대화에 있다. 비금전적 가치는 공동체의 가치를 확장시켜 다수의 관계지향적 삶을 의미한다.

자급자족 물물교환의 시대에는 1:1의 공동체 관계였고, 대량 생산시대에는 1: N의 관계가 21세기 현재는 다수의 사람과 다수의 관계가 형성하는 N : N 의 다수 관계의 가치를 지향하는 시대다.


친밀한 오손도손, 공동체 가치로의 회귀
이러한 공동체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유경제는 절대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옛날 마을은 공동체 공유경제였으나 실효성이 떨어져 산업화가 도래했고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공동체 공유경제는 사라졌다. 이후 산업혁명은 대량생산 소비 시장논리를 가져왔지만, 시장경제로 시작한 자본주의는 만능이 아니었다. 많은 환경적 부작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공유경제는 과거의 생활 시스템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시 우리에게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유경제는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하지만 공익성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기존 자본주의의 단점을 보완한 진화한 형태로서 소셜 가치를 포옹한 공공적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공유경제의 생산과 소비에 기초한 나눔·배려의 공유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평판, 신뢰가치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 사회전반의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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