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스컴에서는 대형마트보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볼 때 훨씬 저렴하게 명절장을 볼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재래시장에 가면 물건 값도 깎아보고 조금 더 얹으며 흥정하는 맛이 있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일산5일장에 일산 주부들이 떴다.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는 곳, 재래시장
김정숙
오늘 장에 가보니까 여섯 살 때 할아버지 자전거 뒤에 타고 장에 갔던 추억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시장에서 닭을 사면 그 자리에서 목을 따서 뜨거운 물에 담가 털을 뽑아줬었어요. 오늘 시장에서 파는 닭을 보니까 그 장면이 생각났어요. 이제 그렇게 파는 곳은 없잖아요. 따스했던 할아버지의 넓은 등이 아련하게 떠오르네요.
이혜임 다들 따뜻한 추억 하나씩을 간직하고 사는 것같아요. 그런데 일산장은 주변에 아파트가 포위하고 있어서 누가 시장에 갈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젊은 엄마들이 많이 보였어요.
김학은 저는 친정엄마와 함께 자주 들르곤 해요. 맛있는 것도 사먹고 채소가 싱싱하고 좋거든요. 흥정하고 구경하는 재미에 자주 가게 돼요.

대형마트에는 없고, 재래시장에만 있는 것


박연해
수세미를 팔고 있었어요. 수세미가 아이들의 아토피나 기관지, 비염, 천식에 좋다잖아요. 마트에서는 살 수 없는 것이죠.
김정숙 수세미를 잘라서 거꾸로 꽂아두면 수액이 나와요. 그 수액을 마시면 좋아요. 화장수로 얼굴에 바르면 피부도 뽀얘지죠.
김학은 친정 엄마가 해마다 일산장에서 수세미를 사다가 달여주세요. 우리 막내 먹으라고요. 요맘때가 딱 수세미 나오는 철이에요. 비염이나 천식있는 분들은 지금 사러가시면 좋을텐데…. 오늘 여주라는 것을 처음 봤어요. 당뇨, 혈압에 좋다는데 도깨비방망이처럼 삐죽삐죽하게 생긴 게 참 재미있어요.
김정숙 부추꽃도 참 예쁘죠. 어떻게 먹는거냐고 물어봤더니 부추꽃을 통째로 튀김옷에 버무려 튀겨먹으래요. 자양강장에 좋대요.
박연해 저는 함초를 사왔어요. 나물로 무쳐보려구요. 수세미, 여주, 부추꽃, 함초, 이런 것들은 마트에서는 볼 수가 없는 것들이죠. 재래시장은 살아있는 것, 죽어있는 것, 육·해·공 모두 모여있는 곳이네요.
진미경 박 위원님 표현이 딱 맞네요. 마트는 가공을 거친 것들이 있는 곳, 시장은 가공되지 않은 순수함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산시장, 여기가 좋아요

김학은 일산중앙식당이라는 순대국집 가보셨어요? 일산에서 순대국이 제일 맛있는 집이래요. 장날에는 순대국만 파는데 줄서서 기다려 먹는 집이에요. 장날 아닌 날에는 순대철판볶음이랑 다른 메뉴도 팔아요. 한번은 순대를 포장해오면서 그냥 “많이 주세요”라고 해봤거든요. 그런데 얼마나 많이 주던지. 말씀은 별로 없으신데 인심이 넘쳐요. 닭발집도 종종 가는데요, 주문하면 양념해둔 것을 숯불에 구워줘요. 매콤하고 아주 맛있어요. 가게 입구에 ‘맛없으면 내일 당장 문닫는다’고 써놨어요.
이혜임 다음에는 같이 닭발 먹으러 가볼까요? 콜라겐이 많아서 피부에도 좋다던데 맛도 좋으면 금상첨화네요.
김학은 제가 무슨 일산장 홍보대사같은데요…, 인천상회 바로 앞에 장날에만 와서 나물을 파는 아주머니가 계세요. 올해 93세 되신 시어머니께서는 제가 마트에서 나물을 사오면 늘 혼을 내세요. 그런데 이 집 나물을 사오면 고사리가 다듬을 게 없이 깨끗하다고 칭찬하세요. 도라지, 토란대 같은 제사나물도 많이 주세요. 인천상회는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채소가 좋아서 친정엄마가 단골로 다니는 곳이구요.
김정숙 옛날에는 장날을 엄청 기다렸었어요. 아이들에게 천국이었죠. 어쩌면 지금 재래시장을 찾는 건 그때의 향수 때문인지도 몰라요. 고등어자반 새끼줄에 꿰어서 할아버지 자전거에 매달고 집으로 향하던, 그런 추억들이요.
박연해 예전에는 뻥튀기 앞에 아이들이 모여있곤 했었는데 오늘 보니 장에 아이들이 없어요. 장날은 원래 아이들이 신나는 날이었는데, 요즘 장에는 아이들이 없다는 게 옛날과 다른 점이에요.
진미경 요즘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바빠서 그런 재미가 없이 사는 것같아요. 좀 안쓰럽네요.

교통이 문제라구요?

김정숙 재래시장이 많이 깨끗해졌어요. 바닥도 뽀송하고 정돈된 분위기였어요.
김학은 시장 바닥에 흰 선은 물건을 그 바깥으로는 내놓지 말라는 표시래요. 사람들 다니기 불편할까봐 동선을 고려한 거죠.
박연해 주차장도 잘 되어 있었죠. 주차요금 아끼느라 잘 이용하지 않나봐요. 자리도 넉넉하고 빈자리가 금방금방 나던데요. 주차요금이 30분에 900원, 추가 10분에 300원이에요. 시장 한 바퀴 도는데 한 시간 정도면 되니까 1800원 정도면 되는 거죠. 주차가 부담스러우면 동국대 병원 앞에서 567번, 7728번을 타고 가면 더 좋구요.
김정숙 깔끔한 마트도 좋지만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재래시장을 자주 이용하면 좋겠어요.

일산장의 변천사

일산장은 1908년 경의선 철도가 개통되어 면사무소가 일산으로 이전되면서 일산사거리에 시장이 형성되었다.
『고양군지(1755)』, 『동국문헌비고(1770)』, 『임원경제지(1827)』에는 고양 일대에서 3일과 8일로 끝나는 날에 열린 향시인 사포장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사포장은 지금의 대화동 장말이다. 장터가 일산역 쪽으로 옮겨지면서 명칭도 일산장으로 변경되었다.
일산장은 300여 년의 전통을 지닌 재래시장이다. 현재 1동부터 8동까지 8개 건물에 90여 개의 점포가 연중무휴로 영업을 하며 정기적으로 열리는 5일장에는 다양한 품목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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