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말이 팔리지 않자 말을 잘 보기로 유명한 백락을 초청하여 말을 보게 하였는데, 살펴 본 뒤 말없이 돌아서서 저만치 가던 백락이 미련이 있는 듯 다시 돌아와 한 번 더 살피고 돌아가자 수 십 배의 값으로 다투어 사갔다는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고사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모두가 다 명마를 알아보고 살 눈과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쓸만한 말을 타보려면 빌려 타는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러나 빌려 타는 말은 마음에 꼭 맞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이곡(李穀)은 “노둔하고 여윈 놈을 빌리면 일이 급하여도 감히 채찍질을 할 수가 없어 금방 쓰러지고 미끄러질 듯하기에 조심하여 개천이나 구렁을 만나면 곧 내리므로 실수는 없다. 그러나 반대로 굽이 높고 귀가 쫑긋하여 잘생기고 날랜 놈을 빌리면 의기가 양양하여 채찍을 갈기며 고삐를 놓고 언덕과 골짜기를 평지로 보아 달리니 마음은 유쾌하나 번번이 낙상의 위험이 있다.『東文選』<借馬說>”고 하였다. 요즘 말을 빌려 탄다고 시끄럽다. 백락도 그립고 명마도 그리운 시절이다.
<회산서당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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