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조지형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조지형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는 혼일강리도 류코쿠본이 “1481년~1486년 사이에 제작된 판본”이라고 말한다. 이런 연구 결과로, 조 교수는 작년에 류코쿠 대학에서 초청되어 혼일강리도 류코쿠본 연구에 대한 기조연설을 한 바 있다. 국내 학자 중 혼일강리도에 대해 열성적으로 파고 드는 조 교수를 만나 혼일강리도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동안 혼일강리도 원본은 없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류코쿠 대학 도서관 직원은 그 도서관에 “원본과 사본 모두 있다”고 말하는데.
혼일강리도의 초판본(1402년) 원본은 어디에도 현존하지 않는다. 류코쿠 대학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은 1402년 것이 아니라, 1481년~1486년 사이에 제작된 판본이다. 즉, 류코쿠 대학의 혼일강리도는 단순히 1402년의 지도를 복사한 사본이 아니다. 1402년에 초판본이 제작된 이래로, 혼일강리도는 여러 차례 갱신됐고, 이에 따라 여러 판본이 있다. 모두 원본인 셈이다. 그러나 류코쿠 대학의 지도가 1481년~1486년에 제작된 판본의 사본이 아니라 원본이라는 사실을 확정하려면, 그 지도의 물질적 검토 등을 해야 한다. 혼일강리도 류코쿠본은 1481년~1486년에 제작되었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도에 있는 모든 조선 군현과 수군절도사를 확인해서 내놓은 학문적 결과다.

혼일강리도가 일본으로 넘어가고 현재 일본 류코쿠 대학에서 보관하게 된 경위는 무엇인가
혼일강리도 류코쿠본이 일본으로 넘어가 경위는 불분명하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 때 혼일강리도를 가지고 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한 사찰에 넘겨주었고, 후에 그 사찰이 대학을 만들어서 그 대학 도서관에 넘겨주었다고 한다. 여러 책에서 이 과정을 서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역사적 증거는 확인할 수 없다.

류코쿠 대학에 있는 혼일강리도의 사본이 어떤 방법으로 복원됐나.
혼일강리도 류코쿠본의 사본은 10여년간 물질적 검토 및 연구의 결과로 제작되었다. 류코쿠본 사본은 비단으로 쓰여진 지명 등을 엄청나게 자세한 현미경과 사진기로 촬영하여 글자의 번짐, 탈색 등을 분석한 후에 제작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일반인들을 위해서는 이 사본을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원본인 1481년~1486년 판본은 매우 드물게 전시하기도 한다. 나도 직접 원본을 본적이 있다. 원본은 비단이고 사본은 사진이기 때문에 분명 차이가 있지만, 일반인이 그 모양을 살펴보는 데에는 큰 차이가 없다.

혼일강리도가 가지는 가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혼일강리도는 여러 가지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첫째, 혼일강리도의 조선 부분은 우리나라 지도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한반도 지도이다. 1481년~1486년 이전의 지도 중에서 한반도 전체를 보여주는 지도가 현존하지 않는다.  둘째, 혼일강리도(1402년 초판본이든 1481~1486년 판본이든 간에)는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1488년)하기 이전에 그려진 것으로 역삼각형의 아프리카 남단 모습을 보여주는 세계지도이다.  그 전의 세계지도는 아프리카 남단을 역삼각형으로 그린, 즉 인도양과 대서양이 연결된, 그래서 대서양에서 출발해서 인도양으로 건너 올 수 있는 형태로 그려진 지도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현재, 바르톨로뮤 디아스의 희망봉 발견 이전에 대서양과 인도양이 연결된 형태로 그린 세계지도는 프라 마우로 세계지도가 있는데, 이 지도는 제작연도에 대해서 이견이 있다. 즉, 프라 마우로 세계지도가 바르톨로뮤 디아스의 희망봉 발견 이전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논쟁이 있다. 프라 마우로 세계지도를 많이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도 그 제작년도는 1459년다. 혼일강리도가 훨씬 앞선다.
 
혼일강리도를 일본측으로부터 되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현재로서는 없다. 혼일강리도 류코쿠본이 불법적으로 강탈당했다고 증명해야 하는데, 그런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혼일강로도 류코쿠본을 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는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유산으로. 우리나라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런 운동을 벌이려고 했는데,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되서 좌절하고 있다.

혼일강리도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연구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를 보이나. 
일본은 1920년대 이후 꾸준히 연구를 축적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중국을 물론 이슬람 지도학 등을 깊이 연구하고 있다. 혼일강리도는 중국 지도학 뿐 아니라 이슬람 지도학에 크게 영향을 받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부분을 연구하는 분이 전혀 없다. 또한 국내에서 혼일강리도를 직접 관찰하고 연구한 학자들도 그리 많지 않다. 나와 이화여대 사학과 백옥경 선생 정도다. 다른 국내 학자들은 대개의 경우 류코쿠본을 직접 보지 않고 서울 규장각에 있는 사본을 보고 연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원본을 본 것과 원본을 촬영해서 연구하는 것은 또한 전혀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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